적당히 하자
적당히 하자
  • 김휘 기자
  • 승인 2016.03.24 12: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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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에 가면 고3 때의 반만 공부해도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어. 그러니까 지금 최선을 다해.”고3, 대학입시를 앞둔 내가 선생님들께 너무도 자주 들은 말이다. 반면 “대학교에서는 공부 경쟁이 고등학교보다 더해. 방심하지 마”라고 말씀하시며 겁주는 선생님들도 계셨다. 한편, 내가 우리대학에 진학하기로 확정한 뒤에는 모든 선생님이 “가서는 더더욱 열심히 해야 할 거다”라고 하셨다. 모두가 열심히 공부하는 곳에 입학한다는 것이 설레기도 했지만, 항상 공부에 대한 긴장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해서 스트레스를 받을 것 같기도 했다.
실제로 우리대학에서 첫 달을 보내며 느낀 것은, 재미보다는 스트레스였다. 3월 내내 일주일에 두세 번은 분반, 과, 동아리 개강 총회와 대면식 일정이 잡혀있었다. MT를 갔다가 오면 주말은 끝나 있었고 과제는 쌓여있었다. 욕심이 많아 여러 자치단체, 동아리에 들어갔고,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았다. 자연히 수업을 따라가기 힘들었고 수업시간에 졸거나 딴짓을 하기 일쑤였다. 솔루션을 보면서 과제를 했고, 수업 내용을 충분히 알지 못하더라도 ‘시험 기간에 열심히 해야지’라는 생각으로 넘어갔다.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학기 내내 속으로 힘들 때가 많았다.
쉽지 않았던 첫 학기를 마치고 집에 돌아올 때 든 생각은 “해냈다”가 아니라 “버텨냈다”였다. 친구들은 “방학 동안 잘 지내”라고 인사하며 웃었지만, ‘학기 동안 잘 지내’지 못한 나는 웃기 힘들었다. 평범한 포스테키안으로 살아가는 게 간단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자신감이 바닥인 상태에서 아무것도 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방학 동안 집에서 푹 쉬며 편하게 지냈다. 이런 내 모습을 보고 부모님께서 “생산적인 일을 좀 해보라”라며 타박하시기도 했지만, 내게는 충격을 흡수할 시간이 필요했다.
개강이 다가오고 다시 학교로 돌아갈 때, 내 마음속에는 다섯 글자로 된 문장이 새겨져 있었다. ‘적당히 하자’는 것이었다. 이는 그럭저럭, 남들 하는 것만큼만 하자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기본을 다하자, 계획적으로 살자는 것이다. 작년 이맘때 나는 선배들에게 밥도 많이 얻어먹었고, RC 프로그램인 ‘아침 먹기 둥지’에도 열심히 참여했으며, 내가 좋아하는 풋살 경기도 자주 했다. 하지만 진이 빠질 정도로 공부하거나, 다음날 내내 도저히 졸리지 않을 정도로 잠을 푹 잔 기억은 많지 않다. 어떤 일들은 열성적으로 하고, 다른 일들은 만족할 만큼 해내지 못한 것이다. 어느 것도 ‘적당히 하지는’못 했다.
‘적당히 하자’고 마음먹은 지 1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나와 같은 스트레스를 받는 포스테키안들에게 이 이야기를 해 주고 싶다. 대학생활을 통해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헤아려 보기 바란다. 단, 자기의 한계를 예상하지 못하고 여러 가지에 힘을 너무 쏟아붓게 되면 다른 곳에서 구멍이 새는 것을 막기 힘들다는 것을 알기 바란다. 몇 마리 토끼를 잡고 싶든, 모든 일을 ‘적당히 하고’토끼를 모두 잡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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