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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 - 원자 냉각과 가두기
관찰과 직관의 차이, 아톰 쿨링 앤 트래핑
[370호] 2016년 03월 09일 (수) 김설화 / 전자 11 .
   
   
“실제로, 만일 당신이 크고 견고한 상자 안에 전자 하나를 가두어 놓고, 초강력 압축기를 사용하여 상자의 부피가 거의 한 점 크기로 줄어들 때까지 압축시킨다면, 그 속에 갇힌 전자는 요란하게 난동을 부릴 것이다.”- 브라이언 그린 『엘러건트 유니버스』  中,

위치의 정확도가 커질수록 제멋대로 운동하며 난동부리는 전자를 브라이언 그린의 표현을 빌려 ‘죽은 듯이 한 자리에 조용히 있는’ 상태로 만들지는 못 할 것이다. 비록 인간의 영역에서 전자를 가만히 가두는 일은 불가능하더라도, 전자 여러 개와 핵자가 이루는 원자를 좁은 공간에 가두는(Trap) 일은 가능하다. 물론 원자들을 작고 견고한 상자에 가두면 상자 벽과 상호 작용하면서 제멋대로 날뛸 것이다.  그런데 이 상호작용을 잘 제어할 수만 있다면 소란을 잠재울 수 있지 않을까? 가만히 있는 벽은 우리의 통제 밖이더라도, 장-빛과 자기장-이라면 우리의 의도대로 조작할 수 있다. 이런 생각을 실천으로 옮긴 W. 필립스는 자기장을 이용해 원자 가스를 가두는 데에 성공하여 1997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그가 실현한 방법을 이해하려면 원자가 위의 장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 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자기장에서 원자는 자석처럼 행동하며 에너지도 영향을 받는다. 원자는 전자의 스핀과 궤도 회전으로 인해 자기 쌍극자 모멘트를 갖는데, 이것이 자기장과 결합하여 새로운 위치에너지를 주기 때문이다. 이 위치에너지는 자기 모멘트의 음의 값과 자기장을 내적한 값을 가진다. 질량을 가진 공을 언덕 위에서 살짝 건드리면 위치 에너지가 작은 언덕 밑으로 내려오는 것처럼, 원자의 자기 모멘트가 자기장과 반대 방향으로 정렬돼 있다면, 위치 에너지가 최소가 되는 지점, 즉 자기장이 가장 작은 점으로 모여들도록 힘을 받는다. 이 힘은 용수철에 작용하는 복원력처럼 평형점에서 멀어질수록 더 강력하게 원자를 잡아당긴다. 그런데 자기 위치 에너지 장벽은 수 켈빈(K)에서 갖는 평균 운동에너지 와 비슷한 수준이고 심지어 흡수단면적도 크기 때문에 온도가 이보다 높다면 작은 떨림에도 에너지 장벽을 극복할 수 있게 된다. 이런 이유로 원자를 가두는 일은 종종 우선 냉각시키는(Cooling) 일을 수반한다.
오븐에서 막 튀어나온 원자들은 제각각의 속도를 갖고 여기저기로 튄다. 이 때 원자가 움직이는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빛을 비춰주면, 원자가 보기에 빛의 진동수가 더 커 보이는 도플러 현상이 일어 나는데 이를 Blue-shift라고 한다. 진동수가 커 보이는 만큼 빛의 에너지도 실제보다 커 보이는데 그 정도가 다음 에너지 레벨로 전이할 만큼이 되면 흡수해버린다. 물론 이를 관찰하는 우리에겐 원자가 필요한 에너지보다 작은 에너지를 흡수한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이 원자는 다시 바닥상태로 떨어지면서 두 에너지의 차이만큼 빛을 방출한다. 즉, 후에 방출한 에너지가 전에 흡수한 것보다 크기 때문에 원자의 전체 에너지가 감소한다. 여기서 운동에너지가 줄어드는데, 이는 원자가 반대 방향으로 진행한 광자를 흡수해 속력이 작아졌기 때문이다. 이때 감소한 에너지는 빛의 진동수가 blue-shift된 만큼인데, 원자가 빠를수록 진동수는 더 크게 보일 것이므로 에너지의 차이는 도플러 효과를 계산하면 근사적으로 원자의 속력에 비례한다. 즉 원자는 빛과의 충돌로 인해 속력에 의존하는 감쇠 힘(Damping force)을 받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오븐에서 나올 때 보인 넓은 속력 분포가 좁혀지는데, 이는 온도가 낮아지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렇게 제각각이던 원자의 속력이 줄어 정돈된 상태로 간다면 엔트로피가 감소한 것 아닌가? 하지만 “보이는 것은 보이지 않는 것의 그림자일 뿐이다”라는 한 영화의 명대사처럼, 질서를 찾은 원자 뒤엔 이와 반대로 무질서하게 빛이 방출되고 있다. 이들은 원자가 바닥상태로 떨어지면서 발생하는데, 편광과 진행 방향 등이 무작위이기 때문에 전체 시스템의 엔트로피는 몹시 증가한다. 사실상 이 냉각은 효율이 무척 작은 냉장고인 셈이지만, 열역학 법칙을 거스르지 않을 수 있게 됐다.
그런데 충돌로 인해 원자의 속력이 줄었기 때문에 해당 빛의 진동수가 처음에 보이던 것보다 작아 보여 더 이상 빛을 흡수할 수 없게 된다. 원자의 운동에너지가 작아지는 것이 곧 냉각인데, 반대방향으로 진행하는 광자를 더 흡수할 수 없다면 더 이상 감속이 진행되지 않아 냉각이 중단된다. 이 때 원자의 에너지를 조작하면 어떨까? 원자가 다음 상태로 전이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점차 작게 하면 동일한 레이저의 빛을 원자가 흡수하여 냉각시킬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엔 앞서 설명한 원자 가두기에서 자기장에 따라 에너지가 변하는 것을 이용할 수 있다. 이렇게 자기장을 통해 원자를 가두고, 레이저로 냉각하는 것을 Magneto-Optical Trapping(MOT)이라고 한다.
MOT안에서 각각의 원자는 줄어든 속력을 갖고 기존에 달려가던 축으로 전진할 것이므로, 그림(a)에 보이는 에너지 레벨의 아래 부분처럼 원점에서 멀어지는 원자의 에너지를 점차 좁힌다면 이 원자들은 계속 광자를 흡수하면서 감속할 수 있을 것이다. 원자의 자기 쌍극자모멘트는 핵자 및 전자의 스핀과 궤도회전 때문에 발생한다. 여기서 생긴 각운동량은 시계방향, 반시계방향, 그리고 0의 값으로 양자화되어 있기 때문에 자기 모멘트도 크기가 양자화 된 벡터이다. 이 때 전자의 궤도 회전에 의해 느껴지는 자기장과 자기 모멘트가 결합하여 에너지가 나뉘는 것을 LS Coupling이라고 한다. 또한 외부 자기장과 나란한 성분을 MJ라 하면 MJ의 부호에 따라 에너지가 증가 혹은 감소하는데 이를 Zeeman Effect라고 한다. 자기장이 어떤 방향을 따라 음에서 양으로 증가하면 에너지도 이에 비례하는 위치 분포 혹은 반대의 분포를 갖게 된다. 전자는 MJ=-1,후자는 MJ=1인 상황으로, 그림(a)에 나타나 있다. 예를 들어 그림(a)의 A점에서 B점을 향하는 원자가 광자를 흡수해 전이했다가 바닥상태의 B점에 도달했다면 속력이 감소하여 자신을 향하는 빛의 에너지가 전보다 작아 보이지만, B와 A사이의 에너지 차이가 작기 때문에 그 빛을 다시 흡수할 수 있게 된다. 이런 식으로 계속 속력이 줄면서 한 점에 정지하는 것이다.
한편, 바닥 상태에서 각운동량은 0이고, 그림(a)에 나타난 것처럼 바로 다음 레벨에선 -1 혹은 +1의 값이다. 즉, 원자는 광자를 흡수하면서 바로 다음 에너지 상태에서 요구하는 각운동량도 얻어야 한다. 선형 편광 빛으론 각운동량을 전달할 수 없지만 원형 편광된 빛은 회전 방향에 따라 음양의 각운동량을 갖기 때문에 가능하다. 그림 (b)에 나타난 것처럼 양의 각운동량을 갖도록 편광된 빛()을 원점 뒤에서 +축 방향으로 쏘아주면 원자가 이를 흡수해 MJ=0에서 MJ=1로 증가하여 가장 인접한 에너지 레벨로 전이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원점 앞에선 -축 방향으로 음의 각운동량을 갖는 빛()을 비추면 MJ=0에서 MJ=-1로 감소하여 전이한다. MOT 장비 안에서는 그림(b)에 나타난 것처럼 빛을 3축 방향으로 진행시키고 각 축을 따라 선형 분포를 갖는 자기장을 형성하면서 원자가 전이할 조건을 계속 만족시킴으로써 감쇠힘과 복원력을 제공해 준다. 그 결과 우리는 구형으로 갇힌 차가운 원자를 볼 수 있게 된다. 물론 적외선 카메라로 말이다. 그림(c)는 1족 원소인 루비듐 원자가 공중에 떠있는 감격스러운 장면을 보여준다.
원자를 가두는 것뿐만 아니라, 원하는 곳으로 움직이는 조작도 가능하다. 이때 원자의 온도는 수 마이크로 켈빈(까지 도달할 수 있으며, 이것은 양자컴퓨터로 응용되기도 한다. 우리는 이렇게 평범하지 않은 현상 이면에 숨어 있는 입자들의 자기중심적인 해석을 살펴봤다. 원자는 자신의 프레임에 빛의 진동수를 판단해 흡수하고(Doppler Cooling), 전자는 핵자가 자기 주변을 맴돈다고 생각하여 자기장을 느끼고 에너지의 변화를 겪는다(LS Coupling). 뿐만 아니라 강력한 레이저로 난잡하게 움직이는 원자를 가두고 냉각시키는 것은 우리의 직관과 어딘가 어긋나 보인다. 이런 점을 상기하면 가끔 어떤 현상을 바라보면서 관찰자인 우리의 관점과 직관으로 해석하려고만 하지는 않았는지 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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