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연재 4 - 우리대학 동문 창업자 인터뷰
인터뷰 연재 4 - 우리대학 동문 창업자 인터뷰
  • 김휘 기자
  • 승인 2016.03.09 19: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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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제이제이 미디어
본인 및 회사 소개
(주)제이제이 미디어(JJ Media)의 대표이자, 영화감독인 창의IT 융합공학과 통합과정 12학번 김정한이다. 지난해에 유럽과 아시아를 오가는 럭셔리 크루즈 안에서 벌어지는 로맨스를 다룬 “해후”로 감독 데뷔하였다. 영화라는 작업의 특성상 대자본(본 영화의 경우 30억 이상)이 투여되는 작업이기에 신생회사인 제이제이 미디어의 이름으로 진행하기가 어려웠고, 때문에 기존 제작사인 (주)다세포클럽 영화사와 중국의 어메이 영화사의 한중 합작 프로젝트에 시나리오 각색 및 감독 역할로 참여하게 되었다. 앞으로 타 회사에서 한두 작품 정도를 더 찍고 상업영화 시장의 구조를 익힌 후 본격적으로 제이제이 미디어의 프로젝트를 가동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창업 동기 및 과정
원래 타 대학 법학과에 입학해 대학원 과정까지 마쳤다. 공부하면서 위안 삼아 영화를 즐겨 보았다. 그러다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것은 영화를 만드는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영화과에서 공부했다. 이후에 ‘영화에 첨단 IT 기술을 결합해 새로운 방식의 영화를 찍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 우리대학 창공과에 1기로 들어왔다. 창업휴학을 신청하고 감독 일을 스스로 익히면서 우리 회사를 설립했다. 최근 창업을 장려하는 추세라 서류 절차가 간소화되고 과거에 법을 공부해서 회사 설립에 어려움을 느끼지는 않았다.

영화산업의 전망은 어떠한가
예전에는 한국 영화를 낮은 수준으로 평가하는 사람이 많았는데 이제는 아니다. 그만큼 한국에 뛰어난 인력이 많아졌다는 거다. 한편 중국 사람들의 문화생활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면서 중국 영화시장이 엄청나게 성장하고 있지만 이에 비해 고급 인력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편이다. 때문에 최근 중국 거대 투자회사들의 통 큰 지원 아래 한국 감독이 작업하는 형태의 교류가 자주 이루어진다. 영화를 만드는 감독과 제작자들 입장에서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그러한 흐름을 따라 더 넓은 안목으로 영화를 대할 필요가 있고, 특히 정서상 공감대가 큰 아시아 시장을 전략적으로 공략할 필요가 있다.

어려움과 극복 과정
영화 업계의 일하는 방식은 다른 분야보다 덜 수치적이다. 사람의 창의력을 수치화해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일도 알음알음하는 경우가 많고, 힘들게 시나리오를 써서 영화사에 돌려도 읽어보지 않는 경우가 많아 감독이나 제작자로서의 능력을 보여주기 쉽지 않다. 나 또한 휴학하고 일 년 동안 시나리오를 썼지만 인맥이 없어 보여줄 수가 없었다.
그러던 중 한 영화사에서 신인 감독을 찾는다고 해서 아는 PD의 도움으로 겨우 면접을 보게 되었는데, 면접 시간 내내 잔소리만 들었다. 얼마 뒤에는 내게 시나리오 쓴 것이 있는지 묻기에 읽어줬더니, 보는 앞에서 내 원고를 던져버렸다. “이런 스토리로 어떻게 먹고 살 생각을 하냐!”라는 거였다. 정신이 확 들었다. 다행히도 이후 야심 차게 찍은 단편영화가 그쪽 마음에 들어 시나리오 각색 일을 요청받았고, 그것을 기점으로 자리 잡아갈 수 있었다. 힘들었던 이 경험을 통해, 감독으로서의 책임감을 항상 마음속에 담아두게 되었다.

앞으로의 목표는
영화(크게 말하면 예술)와 공학을 접목한 새로운 종류의 영화, 소셜 무비(social movie)를 실제 영화산업에 적용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드는 노력을 하고자 한다. 소셜 무비란 창작자와 관객이 구별되지 않고 상호작용이 가능한 영화이다. 이를 위해선 데이터 전송 속도의 개선, 압축 기술의 발전, 간편한 편집 툴의 개발 등이 필요해 단기간에 해낼 수는 없겠지만, 새로운 플랫폼으로서의 가능성은 분명히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궁극적으로 각각의 참여자 모두 감독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 참여자가 실시간으로 찍은 영상이 기존의 것과 상호작용하며, 여러 개의 영상을 쌍방향으로 편집할 수 있는 날이 오기 바란다.
또,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창의적인 해결책을 내놓는 팔로알토의 혁신적인 디자인 컨설팅 기업인 IDEO를 보면서 ‘우리나라에는 왜 그런 연구기업이 없을까?’라고 생각했고, 지난해부터 ‘내가 한번 해보면 어떨까?’라고 생각하고 있다. 국내에 있는 다양한 공학자들과 예술가들 그리고 경영학, 인문학 전공자들이 한 데 어우러져 창의적인 방법을 도출하는 ART&TECH 융합연구소. 생각만 해도 가슴 뛰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