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소재 황현상 교수팀, 뉴로모픽 핵심기술 시냅스 뉴런소자 구현
“현관에서 신발을 신으며 나설 채비를 하자 주차장의 자동차가 스스로 시동을 걸고 집 앞부터 목적지까지 데려다준다.” 꿈같은 이야기로 들리지만, 기계에 사람의 두뇌처럼 복잡하고 섬세한 신경망이 있다면 현실에서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수많은 신경세포가 연결된 인간의 뇌를 모사해 다양한 정보를 동시에 처리하고 기억하게 하는 뉴로모픽 기술이 인공지능의 핵심으로 떠오르는 가운데, 국내 연구팀이 간단한 구조로 이런 뇌의 신경망을 구현한 반도체소자 개발에 성공했다.
우리대학 황현상(신소재) 교수 연구팀은 병렬적인 정보 처리와 학습이 가능한 초소형, 초절전 뉴로모픽 소자를 개발해 최근 미국에서 열린 반도체소자 분야의 권위 있는 학술회의인 국제전자기기회의(IEEE International Electron Device Meeting, IEEE IEDM)에서 발표했다.
컴퓨터를 비롯한 오늘날의 기계는 수학 연산처럼 정형화된 작업을 빠르고 정확하게 수행하지만, 사람처럼 사물과 환경을 인식하고 돌발 상황에서 정보를 유추해 내는 작업 능률은 크게 뒤떨어진다. 메모리와 프로세서가 분리된 상태로 한 번에 하나의 명령을 빠르게 반복 수행하는 디지털 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인데, 이 방식은 복잡하고 정형화되지 않은 정보를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지만 변화에 따른 적절한 대응을 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이와 달리, 인간의 두뇌는 1,000억 개가 넘는 신경세포, 즉 뉴런이 시냅스라는 연결고리를 통해 다른 뉴런과 서로 신호를 주고받으며 동시에 작동해 순식간에 정보를 처리하고 저장하며 되불러온다. 이런 까닭에 두뇌를 닮은 뉴로모픽 시스템이 차세대 기술로 주목을 받고 있지만, 현재 설계 방식으로는 필요한 트랜지스터의 수가 늘어나 반도체 칩의 크기와 전력 소모도 매우 증가하기 때문에 시스템 구현이 어려운 문제로 남아있다.
황현상 교수 연구팀은 절연체-금속 전환이 가능한 NbO2 물질로 뉴런 모사 소자를 만들고 그 사이에 시냅스 역할을 위해 전도성 산화물인 PCMO 물질을 배치하는 단순한 구조를 이용하여 해결책을 제시했다. 황 교수팀이 개발한 이 뉴로모픽 소자는 주기적으로 전기 자극이 가해질 때마다 변화하는 값을 기억하고 특정 조건에서만 작동하는 특성이 있어, 기존의 방법으로는 수십 개의 트랜지스터가 필요한 일을 단 한 개의 소자로 대신할 수 있다. 또, 나노미터 단위로 크기를 줄여도 이러한 소자의 특성이 유지되어 실제 신경망이 촘촘히 얽혀있는 인간의 두뇌처럼 시냅스와 뉴런의 높은 밀도를 구현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성과로 에너지 소모가 적고 고집적화가 가능한 뉴로모픽 소자의 원천 기술을 확보한 연구팀은 이를 이용한 패턴인식 기능 등의 추가 기술 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이 기술을 이용해 뇌파 신호와 영상, 이미지 신호 등을 실시간으로 분석할 수 있게 된다면, 뇌신호를 통한 기기제어와 스마트 로봇, 무인자동차 등에 광범위하게 응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편, 이번 연구는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지원하는 ‘미래융합파이오니어과제’의 지원 아래 수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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