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에게 객관적이 된다는 것은 무엇일까? 객관화는 자신과의 관계에서 벗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타인이 자신의 행동을 정확히 이해하려면 복잡한 내면을 공유해야 한다. 만약 남들이 나에게 “쟤는 머리가 나빠”라고 한들 우리의 사고 속 방어기제는 “나는 수학만큼은 너희보다 잘해”라고 반응할지 모른다. 사실일지 모르지만, 세간의 이미지는 우리가 쉽게 조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이미지는 단 5분 동안 형성되지만, 고치기에는 한 달이 걸릴지도 모르고 혹은 그 이상이 소모될 수도 있다. 자기 객관화는 판단의 기준에서 타인이 모르는 자신만의 내면을 배제하는 것이다.
타인의 ‘나’를 이해하고 객관적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은 어렵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이를 자각하고 노력하는 사람도 있고, 혹은 경험을 통해 저절로 습득하는 경우도 있다.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면 나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나에게 무엇이 부족해서 일이 잘 안 되는 건지, 어떻게 보완해야 할지 알게된다. 자신을 그대로 보는 과정은 자존심을 무너지게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신을 쳐다보지 않는 것은 발전의 길을 찾지 못하고, 성숙의 기회를 잃는 것이다.
김옥희(국민대학교 교육대학교) 교수는 저서 『인간관계론』에서 자기 객관화를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자기 객관화란 자신을 객체로 알며, 있는 그대로의 자신과 자기가 바라는 자신, 남들이 보는 자신 간의 차이를 이해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므로 다른 사람의 의견에 대해 개방적이어서 다른 사람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에 대한 깊은 이해를 지니게 된다”라고 정의한다.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받아들이게 되면 바른 자기 확신이 생긴다. 뭐든지 가능하다는 이야기는 거짓이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과 못하는 것, 하지 않는 것을 구별할 줄 알아야 효율적으로 인생을 설계할 수 있다.
최근 SNS에서 특정인을 은근하게 비방하는 글들이 연속적으로 올라온 적이 있다. 피해자에게 이런 글들을 무시할 게 아니라 직시하고, 객관화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충고하고 싶다. 비방 글을 읽고 그저 화내고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비방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살피고, 무엇이 잘못됐는지 받아들이는 것이 비방에 현명하게 대처하는 자세다. 로마의 정치인 카이사르는 “보기 싫은 현실도 볼 수 있어야 한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내가 틀렸다’는 말을 진심으로 하게 될 수 있을 때 인간관계에서 한발 더 나아가 성숙해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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