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대학은 최고의 ‘연구중심 대학’이 아니다
우리대학은 최고의 ‘연구중심 대학’이 아니다
  • 김상수 기자
  • 승인 2016.01.01 23: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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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뜬금없는 이야기지만, 저는 1월 4일 제30대 총학생회장 자격으로 등록금심의위원회에 참석하게 됩니다. 항상 학우들의 관심 밖인 등록금 문제이지만, 학우들이 믿어 준 총학생회라는 자리에 있기에 진지하게 고민해보고 싶었습니다. 따라서 전국 등록금 캠프에 참가해 등록금 산정과 고등교육법 관련 자료를 공부하고, 또 학교의 여러 재정 수치들을 분석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제가 느낀 건, 자부심과 안타까움이었습니다.
주변에 있는 것일수록 소중함을 모르듯, 우리는 포스텍이 이룬 성과들을 본의 아니게 무시하곤 합니다. 우리대학 교수님들의 연구 성과뿐 아니라 장학 제도와 선진화된 재정 시스템 역시 자랑인데도, 많은 구성원들이 이를 자각하지 못합니다. 이 나라의 어떤 사립대학이 279만 원에 불과한 한 학기 등록금을 가지고 있습니까. 심지어 많은 학생들은 이 금액마저 면제받습니다. 그러면서도 우리대학은 학생 1인당 8,500만 원에 달하는 교육비를 지불합니다. 2,000만 원 근처를 쓰는 고려대나 2,700만 원 근처인 연세대의 4배, 3배에 달합니다. 사립대 대부분이 학교 운영 자금의 절반 이상을 학생 등록금에서 얻어낼 때, 포스텍의 등록금 의존율은 13.7%에 불과했습니다. 사립대학 법인이 겨우 4.7%의 운영 금액만을 대학에 지원할 때, 우리대학 법인은 34.9%의 운영비를 지원하며 유명한 서울권 대학들조차 감히 고개를 들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그저 등록금만 싼 것도 아닙니다. 관련 제도 역시 어떤 대학보다 선진적입니다. 먼저 내년부터 4회 등록금 분납이 도입됩니다. 올해 교육부가 대학들의 협조를 구했지만, 구속력이 없어 대부분 대학들은 이에 따르지 않았는데도 말입니다. 학우들에게 100만 원이 넘는 입학금을 반드시 징수하는 주요 대학들과 달리 학생 모두의 입학금을 면제하는 대학이 우리 대학입니다. 한반도 어디에도 우리대학과 같이 재정적인 문제에서 학생을 해방시킨 사립대학이 없습니다.
그런데 2012년부터 전국적으로 큰 화제가 되었던 반값등록금 관련 논의와 대학의 방만한 재정 운영에는 여전히 우리대학의 이름이 없습니다. 왜 우리 대학이 ‘롤 모델’로서도 언급되지 않는 것일까요?
위의 사례들만 제대로 홍보했어도 우리대학은 우리나라 사립대학의 모범 사례, 이상향으로 대학 재정 건전화를 외치는 수많은 대학생에게 항상 인용되는 사례가 돼야 했습니다. 예를 들어 서울시립대는 반값등록금이라는 국민적 공감대에 적극적으로 부흥, 홍보 효과를 톡톡히 보았습니다. 네이버 연관검색어로 반값등록금이 함께 검색될 정도니까요. 사실 우리 대학은 이미 실질적으로 무상 교육을 실현하고 있었는데도, 등록금 캠프 내내 우리 대학의 이름은 없었습니다.
정직한 시간은 흘러 어느덧 30주년을 빛내는 태양이 뜨고 있습니다. 지난 30년간 우리는 연구 중심 대학이라는 주제 아래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실제로 교수님들, 연구원들의 연구 성과는 우리대학의 순위보다 항상 위에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포스텍의 성과는 연구에만 있지 않습니다. 선진화된 재정 시스템, 교육 방법, 지역 사회와의 연계 등 많은 분야에서의 모범이 될 수 있는 대학이 포스텍입니다. 우리대학은 최고의 ‘연구 중심 대학’뿐만이 아닙니다. 포스텍은 최고의 ‘대학’입니다. 이제 30세가 된 우리대학이 가진 사실만큼은 최대한 홍보하고, 자랑할 수 있도록 저 역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