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 스포츠인 도박 파문
사회 - 스포츠인 도박 파문
  • 김휘 기자
  • 승인 2015.12.02 19: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승부조작으로 얼룩진 ‘ 각본있는’드라마
올해 9월 국내 전·현직 운동선수 26명이 불법 스포츠 도박을 하거나 승부조작을 한 혐의로 경찰에 적발됐다. 이미 몇 년 전부터 축구, 농구, 야구 등 우리나라 주요 프로스포츠 종목들에서 관련 사건이 자주 일어나고 있기에, 이를 지켜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승부조작의 원인은 2가지다. 첫째는 본선 진출, 리그 승격 등에서 굳이 이겨봐야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 팀의 이익을 위해서 일어난다. 둘째는 스포츠토토(도박)에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들이 돈을 벌기 위해서다. 두 경우 모두 스포츠의 본질을 해치지만, 첫째는 규정상 문제가 없어 도덕적 문제만 제기된다. 후자의 이유로 인한 승부조작이 더 큰 문제다.
지난 5년간 드러난 둘째 이유로 인한 국내 승부조작 사건들의 주체는 주로 선수들과 감독들이었는데, 경제적으로 취약한 경우가 승부조작의 주요 표적이 되었다. 예를 들어, 대부분 연봉이 없으며 승리수당으로 평균 15∼20만 원 정도를 받는다는 K3리그(3부 리그) 선수들은 브로커들이 승부조작 대가로 건네는 수백~수천만 원의 금액에 유혹되기 매우 쉽다. 이외에도 다양한 이유가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강동희 전 동부(농구) 감독의 승부조작 사유는 ‘지인의 부탁을 저버리지 못해서’였다.
안타까운 점은 이들 대부분이 한번 시작한 승부조작에서 발을 빼기 어렵다는 것이다. 기존 브로커가 ‘이전에 한 승부조작들을 폭로하겠다’고 협박을 한 사례도 있고, 심지어 조직폭력배가 ‘계속 승부조작을 하지 않으면 가족들에게 해를 입히겠다’고 위협하기도 한다. 또 스포츠에서는 수직적인 선후배 관계가 두드러져 선배의 승부조작 제의나 협박을 후배가 거절하기 힘들다. 이렇게 승부조작 사건은 점점 커져만 간다.
이런 일이 도박과 승부조작에 대한 협회의 소극적인 규정 때문에 발생한 것만은 아니다. 실제로 KBL(한국 프로농구리그), KBO(한국야구위원회) 등 국내 주요 스포츠협회들에서는 소속 선수들이 자신이 출전하는 경기에 베팅하는 것에 대해 엄중히 처벌하는 조항을 두고 있다.
오히려 협회 차원의 적절한 사후 대응이 더 중요하다. 모범사례가 독일이다. 2005년 분데스리가(독일축구리그)에서 다수의 프로축구팀들에 대한 승부조작 의혹이 제기되었는데, 당시 독일 축구 협회는 더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심판 배정 공개 날짜를 경기 4일 전에서 2일 전으로 당기는 등 즉각적으로 제도적인 개선 노력을 보임으로써 재발 방지를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편 FIGC(이탈리아 축구 협회)는 2006년 세리에A(이탈리아 프로 축구리그) 승부조작 사건 당시 구단을 처벌하는 것 이상의 제도를 도입하지 않았고, 결국 2011년 또 승부조작 사건이 터지고 말았다.
승부조작에 대한 경각심을 유지하는 것도 필요하다. 단적인 예로, KBL 주관 아마추어 농구대회에서 승부조작 사실이 드러났고 승부조작으로 의심되는 정황이 충분히 포착되었음에도 농구 협회나 경찰에서는 관련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결국 2011년 KBL 승부조작 사건이 터져 많은 사람을 분노하게 했다.
선수들에 대한 윤리 교육 제도도 갖춰져야 한다. 대학리그 등 아마추어 시절에 큰 죄책감을 느끼지 않고 승부조작을 통해 스포츠토토 베팅에 참여하는 경우가 적지 않고, 은퇴 후 생계유지를 위해 승부조작 브로커가 되는 사례도 여럿 있다. 국내 4대 프로스포츠(야구, 축구, 농구, 배구) 종목별 70명 내외의 선수들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발표된 논문 ‘프로스포츠 선수들의 승부조작에 대한 인식과 예방교육 전략 연구’(정영열, 김진국, 고려대 체육학과 강사,한국체육학회지 제54권 6호 게재 예정)를 보면 예방교육에 문제가 있다는 응답이 44.2%나 됐는데, 응답자들은 주로 단조로운 교육, 일회성 교육, 흥미 유발 부족 등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아카데미와 학교 운동부, 협회의 지속적인 윤리 교육을 통해 스포츠토토와 승부조작이 명백한 범죄 행위임을 선수들이 체득하도록 하는 것이 시급할 것으로 보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