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천만 관객 시대
문화 - 천만 관객 시대
  • 서한진 기자
  • 승인 2015.11.04 21: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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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만 영화가 우리에게 주는 의미
 2003년 1,100만여 명의 관객 수를 기록한 영화 ‘실미도’를 시작으로, 우리나라 영화산업에서 1,000만 관객 달성이 일종의 신드롬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그 후 1~2년 주기로 1,000만 영화들이 나오며, 한국영화 13편과 할리우드 영화 4편이 그 대열에 올라섰다. 1,000만 명이라면 대략 전체인구의 20%에 해당하는 셈인데, 이제 한국에서는 더는 이례적인 일이 아니다. 1,000만 관객 영화가 침체된 영화산업 부흥의 상징이자 온 국민을 감동하게 한 올해의 마크로 기록되기에 이른 것이다.
근래에 들어서 2014년에는 ‘겨울왕국’과 ‘인터스텔라’, ‘국제시장’, ‘명량’ 등 무려 4편의 영화가 1,000만 영화의 이름을 차지했고, 2015년에는 상반기에만 ‘암살’, ‘베테랑’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등 3편의 영화가 그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 주로 어떤 영화들이 국민들을 매혹시켜 1,000만 관객을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일까? 1,000만 영화들이 가지는 공통점은 무엇일까?
 영화감독 곽경택은 ‘우리나라 관객 분들은 영화를 보면서 울어야, 눈물을 흘려야 돈 아깝지 않게 영화 봤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다’고 말한다(문화체육관광부 공식 블로그). 직접 영화를 만들고, 관객들의 반응을 살피는 감독들과 영화 관계자들은 이렇듯 영화 흥행에서 ‘눈물’이 중요한 요소라고 말을 한다. 다시 말해 코미디 영화, 액션 영화 등 장르를 불문하고 마지막에 눈물을 흘리고 영화관을 나오게 되면, 관객들의 악평이 거의 없다는 분석이다. 대중영화를 구성하는 웃음, 스릴 등의 여러 요소 중에서 흥행의 주요 요소가 왜 하필 슬픔을 상징하는 눈물일까. 곽 감독은 '감동 코드'의 영화가 사고적인 정서를 건드리면서 기억을 오래 남도록 한다고 말한다. 영화에서 입소문은 흥행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데 많은 사람이 동의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오래도록 기억이 남은 관객들이 그들의 친구와 가족 등 주변 사람들에게 입소문을 내는 감동 영화가 흥행에서 분명히 유리하게 된다. 1,000만 영화 중에서 감동 코드를 담고 있는 영화는 14편, 약 82%에 육박한다.
여기에, 사회의 시대상을 반영하는 필름이라는 예술, 영화가 감동 코드를 매개로 전 국민을 계속해서 매혹하는 데에는 사회적인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문화평론가들의 진단이 이어진다. 영화 전문평론가들은 ‘우리 사회의 정서가 안정적이지 못할 때 시청각적으로 안정감을 찾으려는 행동의 매개가 영화’라는 의견을 보인다. 삶의 행복도가 낮아져 지루함을 느낄 때, 삶의 탈피를 느끼기 위해 가장 쉽게 다른 세계를 경험할 수 있는 영화를 이용한다는 것이다. 영화는 그 자체를 떠나 영화를 보고 난 후 대화 주제로 자신이 느꼈던 감동과 다른 이들의 느낌을 서로 공감할 수 있도록 대화의 장을 만들어 주기까지 한다. 전문가들은 삶의 탈피와 그로 인한 자신의 감동, 영화에 대한 남들과의 대화, 영화와 관련된 실제 지역 탐방, 물품 구매까지 적어도 몇 주 혹은 몇 달은 자신의 단조로운 인생 그래프를 역동적으로 만들게 하는 ‘9,000원의 기적’이라고 이를 해석한다.
특히 몇몇 문화평론가는 ‘영화는 해답이 아닌 질문을 던져준다는 의미에서 특별하다’며 좋은 영화란 해답이 아닌 질문을 던져주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영화는 단순한 관람으로써 해답을 얻으려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영화의 감동코드로부터 얻은 감동이 능동적으로 삶의 방향을 알려주는 지표로써 작용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 네티즌들은 1,000만 영화 신드롬에 대해 회의적이다. 대형배급사의 기사 수 늘리기 및 영화관 수에 따라 수치는 어느 정도 조작이 가능하며, 수치가 제공하는 군중심리가 영화의 작품성과 관계없이 관객을 유도한다는 평이다. 전문가들은 ‘관객이 많이 든 영화는 대중적이며 영화의 인기 지표가 되지만, 그렇다고 영화적 품질이 좋은 영화인 것은 아니다' 라며 '관객 수를 작품성으로 판단하는 사람이 많은데, 이 두 가지를 동일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하곤 한다. 평점이나 관객 수가 아닌, 자신의 주관에 따라 영화를 감상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1,000만 영화는 침체했던 영화산업의 부흥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시사나 비판의 성격을 띤 영화는 묻힐 수 있던 사건을 재조명하는 사회적, 도덕적 기능을 행할 수 있으며, 감동의 영화는 감정적인 공감을 이끌어 새로운 대화의 장을 열 수 있다. 이는 사회의 흐름에서 지루함을 없애며 우리의 생활을 더 역동적이고 긍정적으로 만들어주는 일종의 ‘약’이다. 영화라는 예술이 사회에 큰 영향을 줄 뿐 아니라, 우리의 잔잔한 삶에마저도 작은 변화를 주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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