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 빠진 이들에게
사랑에( ) 빠진 이들에게
  • 김상수 기자
  • 승인 2015.04.08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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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기 참 어려운 학교다. 남녀의 비율, 적은 학생 수에서 오는 소문의 빠른 전달, 감정을 고민할, 표현할, 혹은 정리할 시간조차 가지기 힘든 커리큘럼... 청춘의 꽃이 연애라면, 포스텍은 관련 분야 사막이다. 심지어 신입생들도 연애는 반쯤 포기하고 오는 모습이 보인다. 로망을 품을 신입생조차 이렇다면 재학생들은 어떨지 뻔하다. 물론 순전히 학교 탓을 할 수 없지만 모토부터 ‘이공계’의 ‘소수’정예형 대학교인 우리대학에서 많은 것을 바라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이 와중에도 피어나는 연애들은 그만큼 지대한 관심을 받는다. 봄과 벚꽃이라는 비가 오자 더 만발하는 무수한 연애 이야기들은 포스텍 생활에 즐거운 각성제가 되고 있다. 각 연애의 길이와 사랑의 깊이, 또는 아픔은 글쎄, 인류의 천재들이 역사 내내 다루지 않았던가. 우리야 사랑에 빠진 이들을 행복하게 바라보며, 아는 사람끼리의 연애기에 더 흥미를 느껴 서로 소식을 공유하고, 둘 사이 흐르는 기류에 자신의 일처럼 관심을 가지고서는, 혹여나 슬픈 일이 생긴다면 함께 슬퍼하다가도 우려 섞인 목소리로 여러 소문을 주고받는 정도만 할 뿐이다. 가끔은 무서울 정도로 많이.
그래, 사실 이 글의 진짜 제목은 <사랑에‘서’ 빠진 이들에게>다. 자랑스러운 포스테키안이 결코 시기나 질투 심지어는 아무 의미 없는 스트레스 해소 방법으로서 사랑에 빠진 이들에게 관심을 가진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그저 자주 보이는 붙어 있는 둘이 좋아 보이고, 해어진 그들에게는 서로 더 좋은 짝을 찾게 해 주기위해 여러 관심을 주며, 소문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언제나 약간의 과장을 더해 재미있는 이야기를 나눌 뿐이다. 하지만 이런 과정이 결과적으로는 포스텍 전체를 옥쇄고 있다. 양쪽 다 아는 사람이다 보니 사귀는 과정에서의 여러 소문과 보는 눈들은 많은 부담이 된다고 한다. 하물며 해어진 연인들이야 말할 것도 없다. 아무 악의 없이 정말 순진하게 전하는 소식 하나조차 소문이 되어 당사자들을 찌를 수 있는 건 전적으로 우리대학의 구조상의 문제가 아닐까 싶다. 혹은 무슨 일이든 노골적으로 반감을 표출하긴 어려운 우리대학 학생사회의 장점일 수도 있다.
사랑에‘서’ 빠진 우리대학 학생들 중에서도 사실 정말 매력 있고, 상대에게 헌신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다. 타 대학이라면 최소 연애 한 번쯤은 할 법한 사람들도 논리적으로 1:1 매칭이 불가능한 우리대학 특성 때문에 연애를 못 하고 있다. 장거리 연애가 한 해답이 될 테지만, 어디 시도할 시간이나 있나. 사랑에 빠진 학생들도 답답하긴 매한가지다. 잘하는 공부로는 못 배우는 게 연애고 사람 마음이 제일 어려우니 사람들의 충고라도 좀 듣고 싶지만, 반지 한번 빼고 나와도 알아채는 포스테키안이다. 무슨 소문이 돌지 무섭기만 하다.
매일 밥 세끼 먹으면서도 사람은 가끔 혀를 씹는다. 연애는 오죽할까. 연애 전문가 흉내를 내고 싶지 않다. 무책임하지만 방법을 제시할 생각도 없다. 다만, 소문에 대한 두려움으로 억누른 사랑들이 얼마나 많을지 안타까울 뿐이다. 그대는 충분히 멋지다. 아, 요즘 벚꽃 참 예쁘다. 둘이서 봐도, 물론 혼자서 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