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씨 제도’와 말의 중요성에 대해
‘무명씨 제도’와 말의 중요성에 대해
  • 김은지 / 생명 13
  • 승인 2015.01.01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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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2014년이 다 지나가고 새로운 2015년이 다가온다. 2014년은 유난히도 사건사고가 많았는데, 사회적으로뿐만 아니라 포스텍에서도 일이 많았다. 5월 축제가 미뤄지기도 했고, 총장 연임과 무명씨를 두고 여러 가지 말도 많았다. 이렇게 많은 일들 중, 이번에는 무명씨에 대해 말해볼까 한다.‘무명씨 제도’란 우리 대학의 자유게시판 내에서 익명으로 글을 쓸 수 있는 제도이다. 익명으로 쓴 글 또는 댓글의 작성자는 모두 ‘무명씨’라는 이름을 갖게 된다. 나는 익명으로 글을 쓸 수 있는 권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않고 질문을 하고 싶은 사람이나,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자신을 드러내는 일이 아직은 어려운 사람에게는 익명으로 글을 쓰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 ‘무명씨 제도’는 그 순기능을 점점 잃어가는 듯하다. 우리 대학 홈페이지 내 자유게시판에 들어가면 ‘무명씨’로 쓰인 눈살이 찌푸려지는 글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무명씨’라는 이름을 빌려 남을 비난하는 글부터 시작해서 입에 담기도 민망한 상스러운 글, 욕설 등을 남발하고 있다. 최근에 이러한 일이 많아지자 일부 사람들은 이런 글을 쓰는 사람들의 신상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고, ‘무명씨 제도’를 없애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부 사람들은 그러한 주장에 동의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무명씨’의 이름을 빌려 상스러운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인데, 그렇다면 과연 누가 도대체 그런 속된 말을 쓰는 것일까? 인터넷 상에서만 ‘무명씨’의 힘을 빌려 말을 함부로 하는 사람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천사의 탈을 쓴 악마로 우리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이야기를 하며 일상생활을 살아가고 있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한 생각이 들 때면, 조금 무섭기도 하다. 왜 일부 사람들은 익명으로 상스러운 말을 하는 것일까? 실생활에서 자신의 신분을 드러내며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몇 명 안 될텐데 말이다. ‘말’이라는 것은 정말로 중요하다. 어떤 책에서는 ‘쏘아버린 화살, 지나간 시간, 이미 입 밖에 나와 버린 말’은 결코 되돌릴 수 없다고 했다. 한번 내뱉은 말은 다시 주워 담을 수 없기에 항상 말을 조심해서 해야 한다. 말은 약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다. 좋은 말을 들으면 하루가 행복해지기도 하지만, 반대로 나쁜 말을 들으면 하루가 우울하기도 하다. ‘말’이란 것은 이렇게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기에 더더욱 조심해야 한다. 그렇지만 요즘 ‘무명씨’로 쓰인 글들을 보면 너무나 말을 생각 없이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내뱉은 상스러운 말들은 그 말이 향한 대상에게 상처를 줄뿐더러 그 글을 보는 다른 사람들에게까지도 피해를 준다. 그 글을 보는 제 3자들은 저절로 눈살이 찌푸려지고 불쾌해진다. 남이 무심코 내뱉은 말에 자신이 상처 입을 수 있는 것처럼 자신이 아무 생각 없이 내뱉은 말이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것을 왜 생각하지 못하는지 아쉽기만 하다. 익명성이 보장되면 어떠한 말이든 해도 되는 것일까? 익명성이 보장되는 인터넷 상에서 개인의 의사표현의 권리는 존중 받아야 하지만, 그와 동시에 자신이 한 말에 대한 책임감 또한 가져야 한다. 익명성이 보장되므로 ‘어차피 이런 말을 해도 내가 누군지는 아무도 알지 못하겠지.’라는 생각 하에 책임감 없이 내뱉은 글들로 인해 제 3자에게까지 많은 피해가 가는 지금 이 상황에서, 익명으로 글을 쓸 권리를 계속해서 보장해줘야 하는지, 어디까지 개인의 의사표현의 권리를 존중해줘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 이러한 문제점에 대응해 우리 대학에서 2015년부터 ‘닉네임 제도’를 도입하기로 하였다. ‘닉네임 제도’란 ‘무명씨’의 사용을 없애고, 1인당 한 개의 닉네임을 정해 글을 쓸 수 있도록 하여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고 책임감을 높이도록 하는 제도이다. 예전과 마찬가지로 익명성이 보장되기는 하나 닉네임 제도를 통해 사람들이 조금 더 책임감을 갖고 글을 쓰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2015년에는 새로운 제도와 함께 사람들 모두가 자신이 하는 말에 책임감을 갖고, 아름다운 말로 타인을 행복하게 만드는 포스텍이 되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