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하듯 느끼는 사랑의 책임감
연애하듯 느끼는 사랑의 책임감
  • 조재연 / 창공 12
  • 승인 2014.11.05 20: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가장 행복하게 연애하는 방법은 상대방을 진실로 사랑하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연애하듯 살아가야 한다! 중학교 시절 처음 반장을 했다. 함께 놀기에 너무나 좋은 역할이었고, 누구보다 당연하게 친구들을 챙겨줄 수 있는 명분이기도 했다. 그때부터 사랑에 대한 책임감을 배우게 되는 것 같았다. 우리 대학 학생들의 대표자들, 이를테면 분반학생회장, 학과학생회장, 동아리분과장, 기숙사 동대표도 저마다의 이유와 목적으로 역할을 수행하겠지만, 나와 비슷한 점들도 느꼈을 거라 생각한다. 누구에게 뒤지지 않을 만큼 단체를 사랑하는 것이다. 사랑하는 친구들 사이에서 내가 제일 잘 맡을 수 있는 상황이었든지 새로운 도전이라 생각했든지 ‘하고 싶어서’ 학생 대표자 활동을 시작했을 것이다. 그런데 마냥 사랑만한다고 진짜 연애를 하는 것은 아니다. 사랑과 연인에는 행복과 책임이 따르듯 내가 맡은 역할에도 내가 사랑하는 단체를 위한 필수적인 역할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그 역할을 충실하게 하자는 말을 하려한다.
일단 사랑하는 마음과 봉사심에 학생 대의원을 맡았기에, 대표자로서 학교의 사안을 구성원들과 공유하고 의견을 청취하고 이를 학교에 다시 반영하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일이고 사랑의 역할의 책임감이다. 그렇기에 나를 포함한 우리 대의원들은 그러하고 있는지, 책임감을 지키고 있는지 경계해야한다. 대의원으로 활동하다보면 ‘우리대학은 학생들의 의견을 잘 반영하지 않는다’, ‘학생들에게 통보한다’는 등의 불만을 많이 듣게 된다. 이는 학교와 학생 간의 소통부재이고 대학만의 잘못으로 봐서는 안 된다. 소통이 양방향으로 흘러야 하듯 학생들도 자신의 권리를 위해 학교와의 소통에 적극 나서 주장하고 반영을 요구해야한다. 그런데 그런 요구를 해야 하는 대의원들이 이를 수행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잘못이다. 나쁜 역할수행이다.
총학생회는 가장 큰 대의 집단이고 나 또한 대의원으로서 모든 학생의 의견을 대변하고 싶지만 한계에 부딪힌다. 그래서 대의원들이 각 집단의 의견을 수렴하면 전체학생대의원회의를 통해 대의원들의 의결로 사안의 행보를 정하곤 한다. 대의원당 자신의 집단 30명씩만, 그렇게 50명의 대의원이 있다고 쳐도 우리대학 학생들의 의견을 꽤나 수용할 수 있는 대의민주주의가 된다.
그러나 이러한 체계의 전제는 각 대의원들이 의견수렴이라는 역할을 제대로 하는 것이다. 간혹 학생 전체의 설문과 대의원들의 표결이 크게 다를 때는 제대로 된 의견수렴으로부터 이러한 결론이 나온 것인지 의문이 든다. 물론 어느 정도의 주관적인 판단까지도 믿고 뽑은 학생 대표일지라도 의견수렴의 노력 없이 개인의 의견을 마치 단체의 의견인양 영향력을 행세하는 것은 여의도에서도 해서는 안 될 짓이다.
구성원들의 참여와 대의원의 의견수렴으로부터 전해진 의견은 반영되지 않을 수 없다. 총학생회는 대의원들의 의견을 따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양립할 수 없는 두 사안의 갈등이 있을 때, 축제를 취소하지 않고 연기하며 시기적으로 당시에는 축제를 진행하지 않는 것처럼 비교적 소수의 의견을 최대한 고려하며 비교적 다수의 방향을 따르는 안을 만들어간다.
그리고 대표자들의 판단을 있게 해주는 것은 모든 개인들의 참여의식이다. 대표자들은 프로의식으로 역할을 수행해야하지만 대의원이 아닌 일반 학생들은 대표자들도 일반 학생이란 것을 이해해야 한다. 그렇기에 그들의 실수를 용인하라는 것이 아닌, 그들이 실수하지 않도록 책임감을 갖고 더욱 조언하고 도와야한다. 사건이 커지고 나서야 왜 제대로 의견이 수렴되지 않았냐고 자신의 단체의 대표자를 질타하기보다는 대표자가 전달해주는 사건에 관심을 갖고 함께 이를 고민해서 사전에 공론을 형성하는 것이 더 의미 있다. 그건 작은 단체이건 총학생회건 마찬가지다.
종종 학교나 학생사회의 행정을 보면 무기력함을 느낄 수 있다. 그런데 이를 한탄하거나 남의 일로만 넘길게 아니라 각자의 역할에 책임을 다해 극복해 나가야한다. 일반학생은 권리를 주장하고 생산적으로 비판하며 대의원들은 이러한 의견들을 수렴할 장을 만들어 의견을 수렴하고, 총학생회는 이를 수행해 나가야한다. 어느 하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으면 안 되고 모두가 참여해야한다.
나는 올해 학교와 포스테키안들과 연애한다는 생각으로 총학생회장을 맡고 있다. 사랑하는 만큼 잘하고 잘 챙겨주고 싶다. 하지만 스스로 모자란 구석이 많음을 안다. 그렇기에 글을 읽으신 분들은 많이 조언해주고 도와주고, 자신의 단체의 대표자들에게 주장하며 함께 더 나은 학생사회로 이끌어주길 바란다. 당장이라도 연락처를 공개해서 ‘대화합시다!’라고 부탁하고 싶다.
무슨 용무건 대화하고 싶다. 아무 연락이나 좋다. 구성원들은 POSTECH 메일에서 이름에 ‘조재연’을 치시면 ‘창의IT융합공학과’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