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오만과 우리의 편견
당신의 오만과 우리의 편견
  • 김상수 기자
  • 승인 2014.10.15 07: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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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인구 중 재벌은 몇 퍼센트도 안 될 텐데, 2013년 드라마 중 절반은 재벌 남자가 나온다. 재벌 2세와 평범한 일반인 여자와의 로맨스는 이토록 많다. 이런 장르를 처음 시작한 사람이 바로 영국의 유명 여자 작가 제인 오스틴이다. 제인은 <오만과 편견>이라는 책에서 귀족인 다이시 씨와 당찬 일반인 엘리자베스의 연애와 이를 둘러싼 여러 상황들을 그려 나갔다. 괜히 로맨스 코미디물의 원조가 아니다. 철저하게 짜인 구조와 위트로 끝까지 손을 놓을 수 없는 명작이다. 이를 바탕으로 만든 동명의 영화 역시 아름답기 그지없다.
소설은 딸 5명을 가진 베넷 씨의 2번째 딸인 엘리자베스의 시점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끌어나간다. 그들이 사는 지방으로 귀족 신사인 빙리 씨가 이사를 오고, 빙리 씨의 친구인 다이시 씨도 친구에게 놀러 왔다. 엘리자베스의 눈에는 다이시 씨는 너무나 오만하고, 다른 사람 이야기를 들으려 하지 않는다. 따라서 다이시 씨의 청혼을 거절하고, 엘리자베스에게 거절을 당한 뒤 받은 충격으로 다이시 씨는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한다. 하지만 여전히 엘리자베스는 다이시 씨를 오만하게만 바라본다. 그녀의 편견은 다이시 씨가 진심을 말한 뒤에도 일정 기간 지속된다. 결국 로맨스 소설다운 결말이 나지만 현실에서라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상상해 볼 만하다.
오만은 다른 사람이 나를 사랑하는 것을 막는다. 편견은 내가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것을 막는다. 오만은 다른 사람과 내가 소통하는 것을 막고, 편견은 내가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것을 막는다. 또한, 두 가지 모두 본인 스스로 알기 어렵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성적인 사람들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자신의 이성을 과신하는 경우 오만하기 쉽고, 많이 알고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에 편견을 잡아내기 어렵다. 오히려 무지가 편견보다 더 진실에 가깝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최근 우리대학만 봐도 그 점이 여실히 드러난다. 한 쪽은 소통을 닫아걸었고 한 쪽은 더 이상 신뢰를 보내지 않는다.
여기에 익명성이 더해지면 오만과 편견이 함께 드러나는 경우도 생긴다. 바로 인터넷 세상이 그렇다. 자유게시판에는 자기 자신조차 없이 오만과 편견만을 내보이는 사람들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논리적인 글을 읽고서도 이를 인정하는 모습은 보기 힘들다. 재미있는 사실은 사람들은 대부분 다른 사람들의 오만을 지적하면서도, 자신의 편견은 결코 인정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인터넷에서야 원하는 대로 글을 쓰고 뒤돌아보지 않으면 그만이지만, 아쉽게도 여긴 현실이다. 게다가 남자와 여자 사이의 관계도 아니니 엘리자베스와 다이시 씨처럼 사랑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저 다양한 이야기를 듣고, 또 인정하는 일만이 필요하다. 소설의 첫 문장을 차용하자면, ‘결국 생각 깨나 있는 사람에게 소통과 이해가 꼭 필요하다는 건 누구나 인정하는 진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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