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관과 아집
주관과 아집
  • 이석현 / 화학 13
  • 승인 2014.09.25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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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마다 누구에게나 자신의 삶에 울림을 준 사건이 많을 것이다. 그런데 그 울림은 생각지도 못한 때에 나타난다는 것이 특징이다.
나는 내 입장을 말한다는 것에 매우 어려워한다. 왜냐하면 나는 나의 뚜렷한 주관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 생각해보면 자장면이냐 짬뽕이냐 같은 일상적인 생활에서의 주관은 충분하지만 사람들이 모여서 하는 일반적인 이야기에 대해 딱히 한 편을 들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특별한 정치적인 입장을 가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나는 정치적인 면에서 주변 사람들의 말에 쉽게 흔들렸다. 그러다보니 불편한 점이 너무 많았기에 나는 그때부터 자신만의 뚜렷한 입장을 고수하자고 다짐했다.
한편 몇 년 전만 해도(물론 지금도 그렇지만) 자기관리와 강연에 많은 사람들이 의지하고 있던 때가 있었다. 나도 그런 사람들 중 한 명이었는데, 나의 삶에 대한 확실한 주관의 근거를 나는 이런 자기관리에 대한 강연과 책에서 얻었다.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을 법한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20대 인생을 즐기라는 말과 함께 뭔가 듣기만 해도 내 자신이 업그레이드되는 듯한 느낌을 주는 말들에 나는 현혹되었다. 그리고 나는 금전적인 부담과 현재의 즐거움 사이에서 뚜렷한 주관을 가지게 되었다.
“하루에 매점에서 후식을 사먹으면 보통 3,000원 정도 필요하다. 그런데 어차피 3,000원이 모여서 그렇게 큰돈이 될 거 같지는 않다. 차라리 그 3,000원으로 오늘의 행복에 투자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정말 매력적인 생각이었다. “부모님께 용돈을 받을 수 있을 때 받고 드릴 수 있을 때 드리는 것이 더 낫다.” 역시 매력적인 생각이었다. 이렇게 나는 ‘돈’에 관한 주관을 만들었고 더 나아가 이런 생각이 100% 옳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당장 사먹는 돈을 아껴야만 하는 친구가 있고 부모님께 용돈을 받지 않고 아르바이트를 해야만 하는 친구들이 있었다. 어쩌다 우연히 내가 나의 생각을 거침없이 말하고 있을 때, 표정이 바뀐 친구의 얼굴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자신만의 주관을 갖는 것은 정말 매력적인 일이다. 하지만 그 주관을 고집하는 것은 다른 이들에게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그 때의 울림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적어도 내가 무언가를 주장할 때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