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자신을 찾는 것의 중요성
자기 자신을 찾는 것의 중요성
  • 권우중 / 기계 12
  • 승인 2014.09.03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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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웠던 여름이 지나고 벌써 2014년도 나머지 반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이제 막 첫 대학 성적표를 받아보고 ‘성적이 짜다’, ‘난 공대생으로서 가망이 없다’ 등 웃음 섞인 불평을 하고 있는 학생도 있을 것이고, 보람찼던 자신의 방학을 돌아보며 다시 한 번 새로운 학기에 대한 다짐을 하고 있는 학생들도 있을 것이다. 또, ‘이번 학기에는 기필코 나도 CC가 되리라’, ‘썸남(녀)는 지금 뭐하고 있을까?’와 같은 연애에 대한 고민부터, ‘눈떠보니 3학년 2학기인데 진로가 안 보이네’와 같이 진로에 대한 걱정이 앞서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이처럼 우리대학에서 생활하는 많은 학생들은 모두 각자의 고민, 걱정, 기대를 안고 새로운 학기를 시작한다. 그러나 모든걸 이룰 순 없기 때문에 방향을 정해야 하고,결국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나에게 이번 방학은 고민의 연속이었던 것 같다. 7월은 포스코에서 공장실습을 하며 정신없이 보냈고, 8월에는 학교 일이나 학기 중에 외국어 공부를 하면서 바쁘게 보냈지만 항상 마음속에 몇 가지 고민이 나를 괴롭히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인간관계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친구관계가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이었다. 학년이 올라가고 바빠지면서 주위 사람에게 너무 무심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바빠도 시간을 쪼개어 2년 전에 그랬던 것처럼 연락하고 만나 술잔을 기울이고 사소한 것부터 무거운 이야기까지 나누지 않으면 좋은 사람들을 놓쳐버릴 거 같다는 걱정도 참 많이 했던 것 같다. 그러고 나서 든 생각은 진로에 대한 막막함이었다. 모두들 자기만의 부푼 꿈을 가지고 포스텍이라는 명문대학교에 들어왔고,그동안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왔다. 그런데 어떤 친구들은 이미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연구참여니, 인턴이니, 또는 다양한 컨퍼런스에 참가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는데, 막상 스스로를 돌아보니 정해진게 아무것도 없었다.
벌써 방학이 끝나가고 본격적으로 진로 결정을 해야 하는 3학년 2학기가 눈 앞에 와 있는데도 고민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없어, 주위의 선배들이나 부모님으로부터 많은 조언도 들어보았다. 그러나 전부 다 다른 세상 이야기처럼 들렸고 마음에 와 닿는 속 시원한 해답을 여전히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 마침 지난 달에 공장실습으로 받은 월급 덕에 금전적인 여유도 있겠다, 생각도 정리 할 겸 여행이나 갔다 와야겠다고 결정하게 되었다. 바로 비행기표와 타고 다닐 교통수단을 알아 본 뒤에 그날 저녁 기숙사를 나왔다. 항상 아는 사람들 속에서 묻혀 지내던 학교를 떠나 정말 오랜만에 2박 3일 동안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처음에는 혼자 가는 여행이 심심하기도 하고 가족이나 친구, 연인끼리 온 주위 사람들을 의식하느라 정신이 없었지만 오랫동안 있다 보니 점점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 있었다. 여행이 끝나고 돌아올 때쯤, 고민들에 대한 답은 찾지 못했지만 그동안 답을 찾을 수 없었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리고 학교로 돌아와 이 점을 개선하여 오랫동안 나를 괴롭혔던 고민들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었다.
나에게 부족했던 것은 주체성이었다. 내가 얼마나 열정이 생기는지, 끌리는지 보다는 주위의 평가에 의해 더 영향을 받았고, 부모님의 조언을 나에게 적절하게 적용시키기 보단 맹목적으로 받아들이기만 했던 것 같다. 인간관계는 그 사람들과의 관계 자체에서 행복을 얻는다기 보다, 많은 사람들과 잘 지내고 있다고 보여지는 모습에서 만족을 얻었고 그 만족을 유지하기 위해 스스로가 받고 있던 스트레스는 미처 알지 못했다. 이 때문에 어떠한 선택을 하고 노력을 해도 자기주도적인 삶에서 오는 만족감을 느낄 수 없었다.
이런 생각을 토대로 내 삶의 주체를 외부에서 내 자신으로 옮기려고 노력하니 모든 문제들이 한결 가벼워졌다. 더 이상 선택에 있어 많이 망설이지도 않게 되었고 그 선택에 자신감도 가지게 되었다. 올해 나는 감사하게도 학교 안에서 몇 가지 큰 자리를 맡아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학업의 부담과 복잡한 인간관계가 얽혀 있는 결정이었기 때문에 주위에서는 말리는 사람도 많았고 지지하는 사람도 많았다. 잘 들어보면 양쪽 다 일리 있는 말들이었고 모두 나를 위한 감사한 조언들이었다. 그러나 하거나 안 하거나 둘 중의 한쪽을 결정해야 했기 때문에, 그 당시에는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결정을 해야 했다. 그러나 이제 비슷한 상황에서 자신 있게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혹시나 그 선택이 최선책이 아니었더라도 과거의 선택은 노력을 통해 얼마든지 ‘신의 한 수’로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선택에 있어 두려움이 사라졌다.
만약 지금 가고 있는 방향에 확신과 열정이 생기지 않는다면, 하던 일을 다 내려놓고 가만히 앉아서 시간을 들여 생각을 해보자.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이, 방향이 정말 내가 원하는 길인지, 아니면 남들이 하니까 따라가면 본전은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것인지, 부모님 또는 교수님의 추천에 의해 정한 것인지. 물론 나를 오랫동안 지켜본 부모님이, 그 분야에 오랫동안 몸 담으신 교수님들이, 먼저 그 길을 걸어본 선배들이 해주는 조언은 충분히 유익할 수 있다. 그러나 선택의 기준이 그들이 되어서는 안 된다. 주위의 조언 따위 신경 쓰지 않는 독불장군이 되라는 말은 아니다. 그러나 자기인생에 있어서 가장 큰 지분의 소유자는 스스로가 되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