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한 성장을 가능케 하는 비즈니스 플랫폼
스마트한 성장을 가능케 하는 비즈니스 플랫폼
  • 박용삼 / 포스코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
  • 승인 2014.06.04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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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애플이나 페이스북 등 플랫폼을 경쟁력의 핵심 무기로 삼아 업계 선두로 부상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비즈니스 플랫폼이란 “여러 참여자가 공통된 사양이나 규칙에 따라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토대”를 말한다. 쉽게 풀어 얘기하면 다양한 상품을 생산하거나 판매하기 위해 공통적으로 사용하는 기본 구조 (자동차 플랫폼, 전자제품 플랫폼, 방문서비스 네트워크 등), 혹은 상품 거래나 응용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는 인프라(온라인 쇼핑몰, 운영체제(OS), 앱스토어 등)도 모두 플랫폼에 해당된다.
과거 플랫폼은 비용절감과 제품 다양화를 위해 주로 제조업에서 활용되었다. 역사상 최초로 플랫폼을 도입한 사람은 미국 GM의 알프래드 슬론 회장이다. 1923년 CEO에 취임한 슬론은 포드를 추월할 비책으로 업계 최초로 플랫폼을 도입한다. 저가형부터 고가형까지 5개 모델(시보레, 폰티악, 올즈모빌, 뷰익, 캐딜락)에 트랜스미션 등 플랫폼을 통일하여 원가를 절감한 것이다. 이후 모델이 수십 종으로 늘어났지만 3개의 플랫폼만으로 생산을 지속했으며 여기에 힘입어 GM은 포드를 제치고 1920년대 말 세계 최대 자동차회사로 부상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의 현대기아차도 2000년 합병 이후 소나타와 K5, 그랜저와 K7 등의 플랫폼을 공용하여 4조 5,000억원 이상의 비용을 절감했다고 한다.
최근에는 제조업 외에도 여러 산업에서 소수의 전문화된 플랫폼이 글로벌 시장에서의 독과점적 지위를 차지하기 위해 주도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 IT산업에서는 OS(애플, 구글 등)-칩(인텔, ARM 등)-제조전문(홍하이 등)이 전문성을 발휘하고 있고, 의류업계에서는 제조전문(리앤펑 등)-유통(GAP, 막스앤스펜서 등)이 성장하고 있다. 또한 인접 분야의 플랫폼 연계로 시너지를 창출하는 복합 플랫폼도 출현하고 있다. 플랫폼이 활성화될수록 사업기회 창출 및 비용절감 효과가 커지게 되며, 참여자의 수가 늘어날수록 개별 참여자의 사업기회가 체증하는 선순환 효과가 발생한다. 예를 들어 애플 앱스토어를 보면 등록 앱의 증가 → 사용자 다운로드 증대 → 앱 개발자의 수익 증가 → 등록 앱의 증가 순의 선순환이 발생하는 식이다.
최근에는 IT의 발달로 플랫폼 구축 및 운영 비용이 낮아지고 인터넷의 확산으로 플랫폼 참여자가 크게 늘어나면서 제품개발, 생산, 마케팅, 서비스 등 가치사슬 내 다양한 부문에서 플랫폼의 활용이 확대되고 있다. 가치사슬별로 나누어 플랫폼 활용의 핵심 성공요인을 짚어보자.
① 제품개발: 플랫폼 진화를 지속하고 로드맵 공유를 통해 업계를 선도. (사례) 경쟁사인 AMD가 64비트 CPU와 듀얼코어 CPU를 먼저 출시하는 등 위협을 가하자 인텔은 CPU만으로는 차별화가 어렵다고 판단하고 플랫폼 도입을 적극 추진했다. CPU, 메모리 컨트롤러, 그래픽카드 등 개별 컴포넌트를 최적 조합으로 구성한 플랫폼을 개발하여 지배력을 강화한 것이다. 노트북 PC용 센트리노(Centrino)와 서버용 제온(Xeon) 칩셋이 대표적 플랫폼이다. 그 결과 AMD의 CPU는 인텔의 거의 절반 가격이지만 칩셋, 무선랜 등 부품을 별도로 구매해야 하고 호환성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고객들은 인텔에 기댈 수 밖에 없었다.
인텔은 플랫폼을 구성하는 필수 요소를 통일된 컨셉으로 개발하기 위해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업체와 기술 로드맵을 공유하고 격년마다 플랫폼의 성능을 2배씩 향상시키고 있다. 또한 매년 ‘인텔 개발자 포럼’을 통해 분야별 플랫폼 이슈와 개발 계획을 협력업체와 공유 중이다.
② 생산: IT를 바탕으로 공급자와 고객을 실시간 파악하여 최적의 공급사슬을 구성. (사례) 홍콩의 무역회사 리앤펑은 1만 5,000개 이상의 원부자재, 재봉, 재단, 포장 공급자로 구성된 생산 플랫폼을 구축하여 300여 개 글로벌 업체에게 장난감, 의류 등 소비재를 공급하고 있다. 리앤펑은 생산설비 없이 공급자 발굴ㆍ관리, 생산계획 수립, 품질ㆍ납기 관리를 수행하는 조정자 역할만으로 매년 200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예를 들어, 점퍼의 속감은 중국, 겉감은 한국, 지퍼는 일본에서 제조한 후 중국에서 재봉을 거쳐 홍콩에서 포장을 완료하는 전 과정을 조정하고 통제하는 식이다.
리앤펑은 SRM 시스템으로 각 공급자별 생산 현황을, CRM 시스템으로 소규모 주문 변화까지 실시간 관리해 공급사슬을 장악하고 있다. 공급자에게는 물량 확보를 약속할 뿐 아니라, 타 공급자와의 비교평가 결과를 제공하여 개선 기회를 부여한다. 또한 고객에게는 원가 목표에 부합하는 최적의 공급자 조합을 구성하고 문제 발생 시 신속한 공급자 전환으로 납기를 준수한다. 유사시 수억 달러 규모의 생산물량도 1주 만에 재배치가 가능하다고 한다.
③ 마케팅: 과학적인 분석 알고리즘을 통해 광고주가 원하는 사용자 집단을 대상으로 광고를 전달. (사례) 2006년 출범한 미국의 애드몹(AdMob)은 모바일 광고를 실으려는 광고주와 광고 수익을 얻으려는 앱 개발자를 연결해 주는 모바일 광고 중개 플랫폼이다. 광고주와 앱 개발자를 최적으로 연결하는 ‘분석 알고리즘’이 핵심 요소인데 이를 통해 광고주가 자사 광고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앱을 선택할 수 있게 함으로써 2009년 매출 6,000만 달러의 최대 모바일 광고 중개 플랫폼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미국 모바일 앱 광고 시장의 50%를 점유한 애드몹은 2010년 구글에 인수된 후 구글의 기존 온라인 광고 및 모바일 사업 기반과 결합하여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고 있다.
④ 서비스: 응용프로그램 제작도구(API) 공개를 통해 이용자에게 다양한 기능을 제공. (사례) 2004년 하버드생 대상의 인맥관리 사이트로 출발한 미국의 페이스북은 인맥 형성 및 관리를 도와주는 온라인 서비스 플랫폼이다. 초기에는 불특정 다수가 아닌 친구로 등록된 사용자간 신뢰관계를 구축하는 데 주력했으나, 2007년 플랫폼의 핵심 요소인 API를 외부에 공개하는 전략을 통해 외부 개발자와 가입자 기반을 대폭 확대했다.
페이스북은 개발자 콘퍼런스 ‘f8’을 정기적으로 개최하여 다양한 서비스를 확보하고 있다. 외부 개발자가 페이스북 내에서 서비스를 개발하여 사용자에게 제공하거나 사용자 스스로 제작한 콘텐츠가 인맥을 통해 전파될 수 있다. 또한 사용자가 온라인상의 어디에 머물더라도 페이스북의 SNS 기능을 사용할 수 있는 ‘Connect’ 기능을 통해 페이스북의 경계를 확대 중이다.
향후 플랫폼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플랫폼의 성패가 기업 성과를 좌우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대비하여 우선 경쟁 플랫폼 대비 기술 또는 규모를 차별화하여 경쟁우위를 확보해야 한다. 플랫폼 간 경쟁의 성패는 사업의 존속 여부를 결정할 정도이며, 경쟁력 있는 플랫폼을 주도하는 기업은 인접분야로도 플랫폼을 확장시켜 영향력을 강화할 수 있다. 또한 현 사업에서 구축한 자산을 플랫폼으로 활용하여 신규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하고, 제조, 영업, 서비스 등 사업활동을 재점검하여 플랫폼화가 가능한 영역을 꾸준히 발굴ㆍ육성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중소기업의 역량을 묶는 플랫폼 사업도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 이탈리아 베네통(패션), 독일 헹켈(주방기기), 미국 썬키스트(농가) 등은 자금과 마케팅 능력이 부족한 지역 장인과 농가들이 공동으로 마케팅 플랫폼을 구축하여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한 케이스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기업과 중소벤처 간 기술 및 사업 플랫폼을 효과적으로 구축할 경우, 갈수록 치열해지는 글로벌 경쟁의 파고를 넘어 차별화된 경쟁우위를 구축하는 유용한 전략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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