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S 세포 연구 현황과 전망
iPS 세포 연구 현황과 전망
  • 김동욱/연세대 의대 교수
  • 승인 2014.03.19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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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기세포의 특성 및 종류
줄기세포가 최근 여러 분야에서 주목 받는 이유는 스스로 자가 복제가 가능하고, 우리 몸의 다양한 세포로 분화가 가능하다는 특성 때문이다. 따라서 신체의 어떤 조직이나 기관에 질병이 생겼을 때 줄기세포로부터 만들어진 같은 종류의 새로운 세포(예: 신경세포 등)가 이러한 병든 세포를 대체할 수 있다. 이것이 줄기세포를 이용한 난치병 치료의 기본이며 이런 개념의 의학을 재생의학이라고 한다. 이것은 기존의 약물요법이나 수술 요법과 같은 수동적인 치료를 넘어 근본적으로 병든 세포를 새로운 세포로 교체해 주는 능동적 치료 개념이다.
줄기세포의 종류로는 크게 배아줄기세포와 성체줄기세포, 그리고 iPS 세포(iPS cells: induced Pluripotent Stem Cells, 역분화 줄기세포/유도 만능줄기세포)가 있다. 배아줄기세포는 일반적으로 불임부부가 임신 목적으로 체외수정 한 후 남은 잔여 냉동 배아를 이용하여 만든다. 이러한 수정란 배아줄기세포가 보통 말하는 배아줄기세포이며 이외에 복제 배아줄기세포 등이 있다. 성체줄기세포는 성인의 각 신체 조직에 존재하는 것으로 골수, 말초혈액, 신경, 지방, 간 줄기세포 등이 존재한다. 제대혈 줄기세포도 일종의 성체줄기세포에 속한다. iPS 세포는 성인의 체세포에 특정 유전자를 도입해 원시세포인 줄기세포 상태로 생체 시계를 거꾸로 돌린 세포이다. 성체줄기세포의 연구 역사는 수십년이 넘었지만 현대적 의미의 줄기세포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1998년 인간배아줄기세포가 만들어지면서 부터이다. 그리고 2006년 일본의 신야 야마나카 박사 팀에 의해 iPS 세포 제조 기술이 개발되면서 줄기세포 분야는 다시 한번 비약적인 발전을 하게 되었다. 배아, 성체, iPS 세포는 각각 장단점을 가지고 있으며 그로 인해 보완적 관계 속에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본고에서는 이중 iPS 세포에 대하여 설명을 하기로 한다. (최근에 약산성 용액에 쥐의 세포를 잠시 담그는 것만으로도 만능줄기세포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 Nature에 보고 되었지만, 재현성이라든지 여러 가지 논란이 많아 그 소개를 생략한다).
 
iPS세포 개발과 노벨상
2012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일본의 야마나카 신야 교수와 영국의 존 거든 경이 선정되었다. 존 거든 경은 1958년 개구리를 모델로 체세포가 배아와 같은 초기 상태의 세포로 돌아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하였다. 그리고, 야마나카 교수는 2006년 쥐의 체세포에서 배아줄기세포와 같은 유도 만능줄기세포를 만드는 방법을 발표하였다. 야마나카 교수는 정형외과 의사로 사회 생황을 시작했지만 의사로서 적성이 맞지가 않았고, 또 현 의료 기술로 난치병을 치료하기 힘들다는 판단아래 기초 연구자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 2013년에 낸 그의 자서전을 보면 그는 세포의 역분화가 가능하다는 굳은 신념을 갖게 되었고 평생 연구를 통해서라도 실현하고 말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그는 여러 번 좌절의 순간을 맛보게 된다. 혁신적인 사고에 대하여 동시대의 반응은 항상 싸늘한 것이며 이러한 것을 극복했을 때 하나의 신 기술이 탄생한다는 것을 그는 온 몸으로 보여주었다. 2006년 iPS 세포 제조기술을 처음 Cell지에 발표한 후 약 6년이 지난 2012년 노벨상을 타기까지 그다지 오랜 시간이 소요되지 않았다. 그가 개발한 기술이 그만큼 줄기세포 생물학 역사에 미치는 영향이 크며 응용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입증되었기 때문이다. iPS 세포의 활용은 무궁 무궁하다. 이중 가장 주목 받는 두 가지 분야, 즉 맞춤형 세포치료제 개발과 환자 유래 세포로 신약을 개발하는 분야에 대하여 아래 설명을 한다.

맞춤형 세포치료제 개발
인간의 많은 질병들은 특정한 조직이나 세포가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손상을 받아 기능을 잃어 버려 생긴다. 이러한 질환들은 줄기세포 치료의 대상이 된다. 가령 파킨슨 병에 걸린 환자의 경우 중뇌 도파민 신경세포가 죽어 발병하게 된다. 현재 약물 요법 등이 사용되고 있지만 근본적인 치료법은 되지 못하고 있다. 이 경우 줄기세포에서 분화시킨 도파민 신경세포를 이식해주면 파킨슨병으로부터 회복이 가능하다. 이것은 현재 이론적인 수준의 이야기가 아니다. 세계의 여러 연구 그룹에서 중뇌 특이적 도파민 신경 세포를 만들어 내는데 성공하고 있고, 원숭이를 포함해 동물 실험을 수행 중이다.
이러한 세포 치료의 개념에 있어서, iPS 세포는 기존의 배아 줄기 세포에 비해 장점을 가지고 있다. iPS 세포로 세포 치료를 할 경우에는 자기 몸에서 유래한 세포이므로 면역 거부 반응이 없게 된다. 반면 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하여 세포 치료를 할 경우에는 자기 세포가 아니므로 면역 문제가 생기게 된다(비록 신경계등은 면역 문제가 덜하지만). 여기서 알 수 있듯이, iPS 세포는 자기 자신만의 만능줄기세포인 셈이다. 현대 의학의 경향은 개인 맞춤형 치료 (Tailored med- icine) 쪽으로 가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힘입어 iPS 세포를 이용한 세포 치료가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유전자가 손상된 경우에는 그 유전자를 교정 후 세포치료제로 사용이 가능하다. 그러나 iPS세포를 세포치료에 이용하기 위해서는 아직 극복해야 할 문제들이 있다. 세포사멸을 포함해 인위적인 세포에서 오는 여러 문제들, 효과적인 세포 분화 및 분리 문제, 좀더 안전하고 효율적인 제조 법 등의 과제가 있다.


환자유래세포를 이용한 질병 모델 및 신약 개발
iPS세포를 활용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분야 중 하나가 인간의 질병을 모델링하고 그를 통해 질병 연구 및 신약 개발 연구를 하는 것이다. 이제까지 인간 질병 연구는 동물 모델을 이용해 연구해 왔다. 그러나 종이 다르기 때문에 인간의 질병을 그대로 재현해 내기가 쉽지 않다. 이런 원인으로 인하여 동물을 이용해 개발한 많은 신약이 임상 단계로 들어가면 사람에서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제 iPS 기술을 이용하면 직접 사람의 질병 모델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이 분야 연구에 큰 공헌을 하게 되었다.
예를 들어 어떤 유전 질환을 가진 환자가 있다고 해 보자. 그 환자로부터 체세포를 조금 얻어서 iPS 세포를 만들 수 있다. 그 후 이 세포를 가지고 그 환자의 질병이 생기는 부위의 세포(예: 뇌세포)로 분화시켜 보면, 그 분화된 세포는 환자가 가지는 질병의 표현형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이 세포를 이용하여 왜 그 질병이 생기는지 연구가 가능하고 더 나아가 그 병적인 표현형을 줄여주거나 사라지게 하는 신약을 스크리닝하는데도 사용 가능하게 된다. 이렇게 선별된 신약 후보 물질은 그 질병에 적용할 수 있다는 큰 근거가 된다.

맺는 말
기존의 수술적 치료나 약물 치료로도 인간의 많은 질환들은 극복되지 못하였다. 기존의 치료법들과 더불어 줄기 세포를 이용한 재생의학은 의학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필연적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이 속에서 iPS 세포는 그 적용에 있어서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환자와 유전적으로 똑 같은 줄기세포를 대량으로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면역 문제 극복 등 여러가지 장점이 있다. 그 다음 활용 가능한 것이 질병 연구 모델 및 신약 개발 등이다. 저자의 연구실에서도 최근 부신백질이영양증 환자 iPS세포를 가지고 신약 후보 물질을 스크리닝하여 특허를 출원하기도 하였다. 이외에 발생학 연구 등에도 응용이 가능하다. 최근 사람과 원숭이의 iPS세포를 이용해 초기 발생 단계의 유전자 활성 차이를 밝혀 그 연구 결과가 Nature에 보고된 적이 있다. 이렇듯 여러 분야에 iPS 기술은 응용이 가능하며 그 파급 효과가 크다고 볼 수 있다. 조만간 iPS세포 제조 기술을 이용한 가시적인 성과들이 곧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