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남’의 미학
‘지남’의 미학
  • 유온유 기자
  • 승인 2014.02.14 22: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내리는 길

온유하되, 침잠하지 않고
겸손하되, 비굴하지 않으며
사랑하되, 사랑 받을 줄 알며
선한 데는 지혜롭고
악한 데는 미련하고 싶습니다.

말은 아끼되, 진실하고
순하되, 나약하지 않으며
변화시키되, 변화되고
부지런하되, 분주하지 않은 여유를
알고 싶습니다.

감싸주되, 속박하지 않고
걸림돌이 아니라 디딤돌이 되며
다가가지 않되, 찾으면 가까이 있어
오래 지낼수록 미소를 짓게 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우리대학에 입학하기 전 대학생이 되면서 썼던 나의 목표를 다시 꺼내보았다.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 가득 찬 다짐이, 이젠 나의 행적을 돌아볼 지표가 되었다. 이미 흘러가버린, 돌아갈 수 없는 시간이란 걸 알기에 모든 일은 지나고 나면 조금씩 정화되어 기억에 저장되는 듯 하다. 작은 일상마저 추억할 때면 아름답게 느껴지는 ‘지남’의 미학은 마지막이라는 말에 감도는 수많은 아쉬움과 막연한 기대감에 깃들어 있다. 새로운 시작과 출발을 맞는 연초, 계획과 목표도 좋지만 인간의 논리로 이해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을 타임캡슐에 담은 박물관과 고궁 앞에서 숭고함을 맛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