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생이 바라본 대학생 학술교류의 가능성
학부생이 바라본 대학생 학술교류의 가능성
  • 김준 / 생명 09
  • 승인 2013.11.20 15: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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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 이공계 학제 간 융합
얼마 전 ‘학계를 떠나는 한 박사과정 학생의 뜨거운 질타’라는 제목의 편지가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뜨겁게 달구었다. 특히 한국에서는 뉴스페퍼민트에서 그 내용 중 일부를 발췌해 번역한 뒤 유명해졌다. 스위스 로잔공대를 다니던 한 대학원생이 쓴 이 글은, 학계를 향한 비판어린 시선이 공감을 불러일으켜 여파를 만만찮게 불러왔다.
“내가 박사과정을 그만두는 가장 큰 이유는, 더 이상 나는 학계가 우리 사회에 긍정적인 효과를 주고 있다고 믿을 수 없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나는 오늘날 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실제로 무언가를 배우고 학문에 어떤 기여를 하겠다는 목적을 가지고 대학원에 진학하는지 알 수 없습니다. 적어도 나는 그랬습니다.”
그는 더 이상 학문과 학계가 동의어가 아님을 강조하며, 자신이 학계를 떠나는 이유는 제대로 학문을 하기 위함이라고 말한다. 그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진 않지만, 우리가 처한 이 환경도 그가 지적한 문제들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는 않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렇지만 이 문제를 마주친 뒤 학계를 떠나는 것은 부족함이 많다. 이 편지의 저자는 이제 다른 방식으로 학문을 추구하겠다고 했는데, 그것이 무엇인지 궁금하게만 하고 사라졌으니까.
그와 달리, 내가 내린 답은 아직은 학계에 남는 것이다. 대신 학문이라는 문화를, 그리고 과학이라는 활동을 어떻게 더 잘 실천해 나갈 수 있을지 고민하고 노력하려 한다. 그 방법으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연구자끼리 교류하고 특히 토론하는 활동을 더 많이 만드는 것이다. 과학에서 토론은 무척 중요한 소통 방식일 뿐만 아니라 과학의 일부이기도 하지만, 우리대학에서는 많이 부족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와 관련된 몇 가지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우리대학 생명과학 관련 대학원생을 비롯한 여러 연구자들이 모여 진행하고 있는 포항생물학그룹(PBG), 화학과 학부생이 주도하여 활동하고 있는 스포이드, 창공과 학부생이 모여 만든 공상마당, 그리고 서울대 생명과학부 대학원학생자치회에서 주최한 당신이 기다리던 세미나(이하 당기셈) 등이 그것이다.
PBG는 2006년도에 첫 모임이 시작되었다. 생명과만 해도 수백 명에 달하는 연구자가 있고, 수백 개의 연구 주제가 있는 만큼 상호 교류는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연구실 사이에서 정보가 오가는 것은 실질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이러한 통로를 만들고자 토론의 장을 만들었다.
그래서 토론이 활발한 워크세미나를 격주로 진행하고 있으며, 공동연구를 수행하고 토론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는 데 힘쓰고 있다. 얼마 전 <네이처>에 이어 <셀>에도 논문을 게재해 유명해진 줄기세포 분야의 연구자 구본경 박사도 PBG의 멤버였다. 지금은 전성기 때보다는 모임이 활발하지는 않은 것 같지만, 여전히 함께 모여 의견을 공유하고 토론을 계속하고 있다.
화학과 학부생 학술 동아리인 스포이드(spoid)라는 이름은 물리화학(p), 유기화학(o), 무기화학(i), 생화학(b)을 공부한다(s)는 말의 첫 글자만 딴 뒤 b를 좌우 반전시켜 만든 것이다. 지금은 이 중 유기, 물리, 생화학 분과에서 모임이 진행되고 있으며, 대부분 공부하는 데 필요한 자료를 만들고 세미나를 진행하며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학부생이 함께 모여 공부한다는 성격이 강하며, 몇몇 교수의 도움을 받아 강의도 겸하고 있다.
공상마당은 창공과 학부생 주도로 운영되는 모임이다. 평소 자신이 관심 있었던 분야에 대해 발표를 하니 주제가 매우 다양하고, 전공에 얽매이지 않아 독특한 것이 많다. 주제를 정하고 발표를 하는 데 있어, 공모전 발표나 사업 아이템으로 준비했던 것 등 독특한 주제가 많은 것이 특징적이다. 예컨대 7x7x7 짜리 큐브 제작 및 그 메커니즘 소개, 아파트 음식물 쓰레기 처리 시스템, 비행체의 자유낙하 시뮬레이션, 오픈소스 3D 라이브러리를 이용한 프로그램 제작 등이 있다.
당기셈은 생명과학부 대학원 학술 심포지엄으로, 지난 7월 18일 제1회를 맞았다. 졸업했거나 졸업을 앞둔 대학원생이 다섯 개의 주제로 발표를 하고(생명과 세 사람, 화학과 및 전기공학과 한 사람씩), 관련 기업에서도 자신들의 기술을 홍보하는 발표를 했다. 수십 명이 모여 오전부터 낮까지 세미나를 진행하고, 이후 뒤풀이까지 꾸준히 토론이 이뤄졌다. 특기할 점은 한 생명과 안의 서로 다른 다양한 주제로 세미나가 진행됐을 뿐 아니라, 생명과학 관련 연구를 하는 다른 학과 연구자들의 발표도 이어졌다는 것이다. 닿지 않았던 여러 선들이 합쳐지는 것처럼, 토론이 진행되며 서로 필요로 하는 부분을 확인하고 교집합을 찾아갔다.
이처럼 소통하고 교류하는 자리는 곳곳에 존재한다. 학문을 더 잘 수행할 수 있는 것, 학풍을 만들어가는 것은 이런 곳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일지 모른다. 또 열거한 것 외에 새로 무언가를 시작할 수도 있을 것이다. 서로의 지식을 나누고 함께 학문을 수행하는 것, 이것으로부터 조금씩 우리가 있는 이 자리를 바꾸어 나갈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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