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 프로세스 마이닝
기업 경영에 있어, 프로세스 관리는 중요한 이슈다. 1990년대 초반, 해머와 다벤포트는 프로세스 지향성과 혁신의 중요성에 대해 역설하였다. 이런 맥락에서, 많은 연구가 BPR(Business Process Reengineering)을 통해 경영의 초점을 개별 부서의 특화된 기능 수행에 대한 최적화에서 전체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구성하고 있는 업무들로 이동시킴으로써 정보기술을 통한 비즈니스 프로세스의 급격한 혁신을 독려하였다. BPR 이외에도 프로세스 또는 조직의 성과 측정을 강조하는 기업 성과 관리(Corporate Performance Management, CPM), 지속적 프로세스 혁신(Continuous Process Improvement, CPI), 비즈니스 프로세스 혁신(Business Process Improvement, BPI), 전사적 품질 경영(Total Quality Management, TQM), 그리고 식스 시그마(Six Sigma) 등이 다양한 경영 기법이 프로세스 성과를 측정하고 개선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이런 프로세스에 관련된 경영 기법들, 특히 프로세스 분석 기법은 빅데이터 시대를 맞아 새로운 변혁의 시기에 있다. 인텔의 공동창업자인 고든 무어는 1965년, 반도체 칩에 저장되는 데이터의 양이 매년 두 배씩 늘어날 것으로 예측하였다. 무어의 예측에 비해 약간은 더딘 속도를 보였지만, 지난 50년간 데이터의 성장은 폭발적이었다. 이러한 성장은 ‘디지털 세계’의 괄목할 만한 발전을 초래하여, 현재 모든 데이터는 전자적으로 저장되고 교환되고 있으며, 디지털 세계와 실제 세계는 더욱 동조화(align)되고 있다. 업무 프로세스 관점에서도 프로세스와 매끄럽게 동조화되어있는 디지털 세계의 발전을 통해 업무 수행과 관련된 각종 정보가 이벤트 로그의 형태로 기록되고 있다. 예를 들어, 이벤트는 ATM의 현금 인출, 의사의 CT/MIR 조작, 운전면허 시험 응시, 세금 신고, 여행자의 전자 항공권 수령 등 정보시스템을 바탕으로 한 거의 모든 작업에 대해서 기록된다. 이런 프로세스 수행 관련 이벤트 로그의 분석은, 프로세스에 대한 통찰, 병목점 식별 및 문제 예측, 업무 수행규정 위반 검사 및 대책 권고, 프로세스 간소화 등에 매우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다.
프로세스 마이닝은 BPM, ERP, CRM, SCM 등 다양한 기업의 업무 처리 시스템에서 기록되는 이벤트 로그를 분석하여 의미 있는 정보를 찾아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림 1]은 프로세스 마이닝의 연구 분야를 나타낸다. 프로세스 성과 측정, 프로세스 모델 도출, 조직 모델 도출, 시뮬레이션 분석 등이 프로세스 마이닝의 주된 연구 분야이다.
현재까지 프로세스 마이닝 분야의 연구 동향을 살펴보면, 프로세스 모델 도출에 대한 연구가 가장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기업 내에 아직 가시화되지 않은 프로세스를 찾는 데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예전에는 기업의 프로세스가 정보 시스템에 내재해 있는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일반 기업이 비즈니스 프로세스 개선을 위한 컨설팅을 받을 경우, 가시화된 프로세스가 없기 때문에 기존의 업무 시스템을 분석하고, 프로세스를 분석하는데 많은 시간을 소비했다. 많은 컨설턴트들과 기업의 업무 담당자들이 모여서, 기존에 어떻게 업무가 진행되고 있는지에 대한 회의를 하고, 이를 통해 기존의 프로세스 모델인 AS-IS 모델을 만들게 된다. 이런 과정은 많은 인적 자원과 시간, 비용이 소모된다. 그러나 정보시스템을 사용하여 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면, 보통 누가 언제 어떤 종류의 일을 했는지에 대한 기록이 정보 시스템 내의 데이터베이스에 이벤트 로그 형태로 존재한다. 이러한 이벤트 로그를 추출하여 프로세스 마이닝 알고리즘을 적용하면 실제 기업에서 작업이 어떻게 수행되고 있는지에 대한 모델을 빠르고 정확하게 추출할 수 있다. 병원의 진료 프로세스와 같이 프로세스가 정형화되지 않은 경우에도 프로세스 마이닝 기법을 통해서 이를 가시화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그림 2]의 표와 같이 어떤 수행자가 어떤 프로세스의 어떤 작업을 수행했는지에 대한 이벤트 로그가 있다고 가정하면 프로세스 구조를 생성해내는 알고리즘을 적용하면, 그림2의 아래쪽에 있는 프로세스 모델을 자동으로 도출해 낼 수 있다. 또한 시간에 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각 업무의 수행 시간을 계산할 수 있고, 업무 수행자의 관계 및 분기점에서의 분기 규칙 등도 도출할 수 있다.
최근 프로세스 마이닝은 학계와 산업계의 큰 관심을 받고 있다. IEEE Task Force on Process Mining이 구성되어, IBM, HP, Infosys, Fujitsu 등의 기업과 Gartner, Deloitte 등의 컨설팅 기업, 전 세계 약 20여 개 학교가 참여하고 있으며, 많은 연구 결과가 발표되고 있다. 다수의 기업에서도 많이 활용되고 있는데, 예를 들어, 네덜란드 시청을 포함한 공기업 등의 업무 프로세스 분석, 암스테르담 종합 병원의 환자 치료 프로세스 분석 등의 업무 프로세스 분석에 가장 많이 활용되고 있다. 또한, 세계 최대의 반도체 생산 장비 업체인 ASML의 경우 생산 장비에 내재한 임베디스 시스템의 내부 프로세스 분석에 프로세스 마이닝 기술을 활용하였고, 필립스의 경우는 소프트웨어 개발팀에서 메디컬 장비용 소프트웨어를 테스트하기 위해 프로세스 마이닝 기법을 활용하고 있는데, 약 200여 명의 엔지니어들이 이 기법을 활용해서 개발하고 있는 제품의 품질 향상을 도모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도 삼성전자, 삼성전기, 대우조선해양 등 제조 기업의 제조 프로세스 분석, 분당서울대학교병원, 보라매 병원 등의 진료 프로세스 분석, 부산항의 항만 물류 프로세스 분석, 전시회 관람객 동선 분석 등 다양한 분야에서 프로세스 마이닝이 적용되고 있다. 국내의 많은 사례 중에 삼성전기와 분당서울대학교병원의 프로세스 분석 사례가 <IEEE Task Force on Process Mining>에 우수 적용 사례로 소개되고 있다. 이 두 사례를 간략히 소개하면, 삼성전기에서는 생산을 위해 사용되는 MES(Manufacturing Execution System)에서 나오는 데이터를 분석하여 생산 프로세스 관련된 다양한 분석을 수행하였다. 데이터를 바탕으로 실제 생산 프로세스 모델을 도출하여, 병목점에 대한 분석을 수행하였고, 특히 공정에 사용되는 장비의 운용 상태에 대한 분석을 통해, 장비 활용의 효율성에 대한 분석이 가능했다. 또한 프로세스 패턴을 도출하여, 수율이 높게 나타나는 패턴과 낮게 나타나는 패턴을 알 수 있었고, 공정의 진행 과정에서 언제 수율의 문제가 발생하는지에 대한 분석이 가능하였다.
분당서울대학교병원의 경우 외래 진료 프로세스 분석에 프로세스 마이닝 기법을 활용하였다. 프로세스 마이닝 분석 기법을 적용하여 다양한 분석 결과를 도출하였는데, 그중 데이터 분석을 통해서 도출된 진료 프로세스 모델과 병원의 표준 진료 지침과 비교하여 약 90% 정도의 정합도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그림 3], 이는 진료 프로세스 관리가 비교적 잘 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또한, 환자의 종류에 따라서 다양한 진료 패턴이 보이는 것을 파악하였고, 이 결과는 환자 안내 시스템의 개선에 활용되었다. 또한 로그 분석을 바탕으로 시뮬레이션 모델을 작성하여, 환자가 늘었을 경우 진료 시간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 분석하였고, 병원에서 사용되고 있는 키오스크의 적정 대수 산정이 가능했다.
빅데이터 시대를 맞이하여 데이터 분석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또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프로세스의 과학적인 분석에 대한 수요도 높아지고 있다. 이런 수요를 바탕으로 프로세스 마이닝 연구의 중요성도 증가하고 있고, 이미 많은 기업에서 프로세스 마이닝 기법을 적용하여 업무 프로세스를 개선하고 있다. 필자의 경험에 따르면, 기본적인 프로세스 분석을 위한 프로세스 마이닝 기법은 이미 충분히 성숙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문제는 기업의 원하는 프로세스 분석 능력을 갖춘 인력의 부족이다.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의 기본 자질과 함께 프로세스 분석에 대한 전문 지식을 갖춘 프로세스 사이언티스트가 많이 배출되어, 빅데이터 시대의 핵심 인력으로 기업의 경쟁력 제고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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