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리는 길 - 캠퍼스를 밝혀줄 청사초롱
내리는 길 - 캠퍼스를 밝혀줄 청사초롱
  • 이재윤 기자
  • 승인 2013.09.25 14: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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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설립 50년 이내 세계대학평가’는 국제화 3개년 계획이 종료된 이후 우리대학이 세계로부터 처음 받아본 성적표이다. 전체 점수로는 2년 연속 1위로 상당한 성과를 보였으나 국제화 수준은 100점 만점에 28.8점에 그쳤는데, 이는 20위권의 대학 중 꼴찌이며 100위권의 대학 중에서도 최하위권에 속한다.
국제화 수준은 △외국인 학생 비율 △외국인 교직원 비율 △국제 공동연구 저널 비율 등을 합산해 대학 간 상대점수를 산정한 항목으로, 대학의 국제화 역량을 100% 반영한다고 보긴 어렵다. 그러나 해외 석학ㆍ유학생ㆍ연구소를 대거 유치하는 것이 국제화 3개년 계획의 주요 목적이었던 만큼, 이번 성적표는 우리대학이 과연 세계 무대에서 외국의 인재들을 유치할 만큼 충분한 매력이 있었는지 되돌아보게 한다.
물론 우리대학은 지난 3년간 해외 우수 인적자원을 확보하고 국제 연구 인프라를 마련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하지만 영어 공용화 캠퍼스, 글로벌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투자는 국제화 3개년 계획의 전체 예산에서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언어의 차이를 해결하기 위한 전략인 Bilingual campus도 아직 정착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문화와 인식의 차이에 따른 배타적 태도를 해소하고 이질감을 녹여내기 위한 체질 개선도 요원하다.
한국어 자료ㆍ설명을 과도하게 혼용하는 반쪽짜리 영어강의, 외국인과 함께하는 과제ㆍ실험 수행을 기피하는 모습, 며칠이 지나도록 업데이트되지 않는 ‘영문 추후 별도 공지문’ 등이 우리대학을 찾는 발걸음을 머뭇거리게 한다. 어쩌면 우리는 다른 국가, 다른 대학을 제쳐두고 한국의 포스텍을 찾아온 200여 명의 외국인 구성원들을 단지 현재의 필요에 의해서만 부르는 ‘불편한 손님’으로 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염려하게 된다.
국제 문화교류의 상징인 DICE도 거주자 이외 학생의 출입을 제한하고 있고 프로그램 또한 거주자 이외의 참여가 드물어, 진정한 국제화의 장보다는 외국인들이 잠시 머무는 객실, 게토를 연상시킨다. 우리 교육ㆍ연구ㆍ생활의 동반자로 다가온 외국인 구성원을 객실이 아닌 안방으로 맞이해야 하는데, 국제화의 물결은 우리대학 전체로 쉽게 스며들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10년 11월에 열린 서울 G20의 심벌인 청사초롱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 조화와 협력을 추구하며, 비 G20 국가들의 의견까지 적극 반영하겠다는 배려의 정신을 담았다고 한다. 우리대학도 국제화의 동반자를 안방으로 맞이해 환영하고, 일을 끝마치고 고국으로 되돌아가는 그들을 격려하는 청사초롱을 밝히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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