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S는 정녕 괴물이 될 것인가
IBS는 정녕 괴물이 될 것인가
  • 김준 / 생명 09
  • 승인 2013.09.25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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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29일, 생물정보학연구센터 게시판에 “IBS로 노벨상의 꿈을.... 뿜겠다, 정말!”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은 이일하 교수(서울대 생명과학부)가 기초과학연구원(IBS)을 비롯한 연구비 지원 체제를 비판하고자 쓴 것이었다. 이명박 정권의 과학비즈니스벨트 사업의 핵심 중 하나인 IBS는, 오세정 IBS 원장의 말을 빌리면, “호기심에 이끌려가는 사이언스”를 목적으로 설립되었다. 그러나 사이언스를 위한다던 초기의 목적은 어디에 간 것인지, 이제는 비판의 도마에 오르게 되었다.
비판의 핵심은 연구비다. 하나의 연구단에 100억 원을 배정한다는 IBS는 설립 초기에도 연구비가 소수에게 편중된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당시에는 기존 연구비는 줄지 않고 추가로 배정될 것이라며 논란을 일축했다. 실제로 별도 편성이 상당한 정도로 이뤄지고 있으나, 저명한 모 교수도 과제에서 탈락했을 정도로 기존 연구비의 경쟁은 여전히 심하다. 반대로 IBS 단장에게 뽑힌 그룹 리더들은 상대적으로 쉽게 기존 창의과제 연구비의 2배를 받게 돼 반감을 산 것으로 보인다.
이 뿐만이 아니다. 최근 미래부와 한국연구재단은 학위 취득 후 7년 이내 또는 만 40세 미만의 창의적인 젊은 연구자에게 연구비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연구비 규모는 IBS 연구단 한 개와 맞먹는 108억 원, 그러나 그 연구비로 진행되는 과제의 수는 145개였다. 이공계 연구 현장에서도 연구비의 빈익빈부익부는 점차 심해지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편중된 연구비 책정이 과연 그들의 말대로 “노벨상”을 타게 할 수 있을까? 기존 연구비를 갉아먹고 자란 IBS라는 괴물은 노벨상이 문제가 아니라 이 나라 과학을 뒤흔들지도 모른다. 벌써부터 규모가 작고 기간이 짧은 과제를 위주로 하던 연구실들이 위태롭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호기심에 이끌려가는 사이언스”를 IBS를 넘어 다양한 연구현장에서 가능케하는 것이, 지금껏 일궈낸 과학의 저변을 튼튼하게 하는 것이 보다 중요하진 않을까.
이일하 교수는 외친다. 노벨상을 꿈꾼다면, 기초과학을 키우겠다면 IBS의 규모를 축소하고 다른 과제들의 규모를 늘리자고. 분명 IBS는 행정 업무 간소화, 연구주제에 대한 폭넓은 선택권 등 자유로운 연구환경을 위한 일보를 내딛고 있다. 현재 논란을 빚고 있는 부분이 잘 마무리되어, 부디 IBS가 원래의 뜻을 찾아가길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