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원전사고로부터 배운 것과 배우지 못한 것
후쿠시마 원전사고로부터 배운 것과 배우지 못한 것
  • 이재윤 기자
  • 승인 2013.05.01 23: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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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 - 원자력 안전기술

지난 4월 12일 포스코국제관 중회의실에서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2주년을 맞아 원자력 안전 분야의 세계적 전문가인 스웨덴 왕립공과대 발 라즈 시갈 교수와 세보스티안 베샤 교수의 특별세미나가 열렸다. 이번 학술기사는 시갈 교수의 ‘TMI-2, 체르노빌, 후쿠시마 원자로 사고로부터 배운 것과 배우지 못한 것’을 주제로 한 학술 강연을 담았다.
<편집자 주>

 

후쿠시마 원자로 사고의 개요


후쿠시마 원자로 사고는 지난 2011년 3월 11일 도호쿠 지방 앞바다에서 발생한 진도 9.0의 지진으로 인해 시작됐다. 6개의 비등경수로(BRW)가 위치한 후쿠시마 제1원자력 발전소는  내진 설계로 인해 지진의 충격에는 견뎠으나, 이후 동반된 쓰나미에 큰 피해를 받았다. 7 m의 파도에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된 시설에 14 m의 높이의 파도가 덮쳐, 필수 안전 설비인 비상 디젤 엔진과 연료원, 배터리 등이 물에 휩쓸려 기동을 정지한 것이다.
후쿠시마 원자로와 같은 비등경수로에서 냉각수가 장기간 유실될 경우 극심한 피해가 발생한다. 반응로의 액체 공급이 계속되지 않는 상태에서 열 유속이 증가하면 액막이 끊어져 전열면이 증기에 의해 건조해져 부식이 발생한다. 사고 2시간 30분 이후에는 핵연료 요소의 금속 외피를 구성하는 지르코늄 합금의 산화와 클래드의 용해가 차례로 일어난다. 5시간 이후에는 핵연료가 용해되고, 13시간 이후에는 원자로 용기가 붕괴되기 시작한다. 누출된 핵연료는 사고 일주일 만에 6미터 두께의 콘크리트 층을 녹이고 유출된다.
이러한 피해를 초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발전소 정전사고(SBO) 이후 즉시 냉각수를 추가로 투입해야 한다. 그러나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경우 또한 비상시 냉각회로 작동을 위해 사용되는 펌프와 모터가 침수되어 전원이 들어온 이후에도 2주 이상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 6번 발전기에 위치한 공기 냉각 디젤 발전기를 통해 5~6번 원자로만이 제 기능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1~4번 원자로는 장기간의 정전사고를 겪었고, 용융 핵연료의 과다 누출 및 수소 폭발로 인해 피해 발생 속도와 규모가 더욱 심화되었다.
당시 일본 정부는 대기 중에 다량의 방사성 동위원소 물질이 누출됨에 따라 중 최고 등급에 해당하는 7등급 사고로 격상시켰다. 이는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정하는 국제원자력사고등급(INES) 중 최고 단계이며, 대량의 방사성 물질이 외부로 유출되어 생태계에 심각한 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는 뜻이다. 유출량으로는 체르노빌 사고 규모의 약 10% 정도에 해당하는 수치이나, 체르노빌 사고의 경우 당시의 거대한 폭발에 의해 광대한 면적으로 확산된 것에 비해 후쿠시마 사고는 방사능 물질이 비교적 좁은 지역에 집중되었다. 때문에 반경 30~50 km 구간의 피해 복원과 방사능 오염물 처리에 해당하는 비용이 체르노빌 사고와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대부분의 방사능 물질이 바다로 유출되었고 육지에 들어간 양은 비교적 적었을 것으로 예측된다.
일본 정부는 사고 직후 모든 주민을 후쿠시마 역을 통해 대피시켜 방사능 노출로 인한 직접적인 인명피해를 막았다. 그러나 이 사고로 인해 현재까지도 해당 지역 주민들이 기약 없이 타지로 이주하게 되었으며, 농경지가 황폐화되고 바다가 오염됨에 따라 다수의 생산품을 수입해야 했다.
후쿠시마 사고로 인해 일본 정부는 핵 발전 산업을 거의 중단했으며 후쿠시마의 사후처리를 위한 40년 계획을 세웠다. 피해자에게는 1조 엔 규모의 보상금이 지원되었으나 원자력 발전 보험금을 넘는 막대한 경제적ㆍ사회적 손실이 있었다. 일본의 도호쿠 전력은 부도 위기를 맞았으며 현재에도 추후 원자력 발전소 건설 계획이 철회되고 있다.

 

사고 후 2주년,  아직 배워야 할 점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 다른 국가에서도 원자력 안전을 위한 움직임이 있었다. 유럽의 발전소 규제기관과 유럽연행 집행위원회(EC)는 유럽에서 상용되는 모든 원자력 발전소의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해 각 발전소의 사고 취약성을 검증했다. 미국원자력규제위원회(USNRC)는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후쿠시마 사고를 분석해 자국의 원자력 산업에 반영했다.
이들을 공통적으로 원자력 발전 사고 이후 근처에 사는 사람들을 대피시키는 데에 오랜 시간 걸려서 안 되며, 인구밀도가 적은 지역이더라도 방사능에 의한 토지 오염을 막아야 한다는 교훈을 도출했다. 더불어 발전소의 콘크리트 외벽 용해를 반드시 막아야 하며, 실질적으로 상업적 원자력 발전소에서 심각한 피해로 인한 사회적ㆍ경제적 손해를 최소화해야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갈 교수는 세미나를 통해 원자력 산업계가 아직 배워야 할 점에 대해 강조했다.
먼저 핵 위험에 대한 대중과의 소통에 대해 지적했다. 원자력 발전소 사고의 피해를 입은 시민들은 그들의 집과 삶의 터전을 잃은 만큼, 방사능은 공포의 대상이자 보이지 않는 위험이다. 방사성 물질의 노출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과 기형아 출산 위험 등에 우려가 확산되고 있으며 원자력 발전산업 자체에 대한 불안도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심각한 피해가 진행됨에 따라 발행되는 기사와 논문, 자료들에 오류와 생략 등이 있을 수 있으므로 전문적인 리포트 발행이 촉진되야 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또 하나 아직 강조되지 않은 교훈은 원자력 발전시설의 피해 규모를 추적할 수 있는 기술이 아직 부족하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핵반응로 벽과 용기 하부에 열전대 공급량을 측정함으로써 핵연료 용해의 진행도와 용기의 현재 상태를 알 수 있다. 또한 반응로 건물에 수소 및 핵연료 농도 측정을 통해 원자로 격납건물의 파손을 파악하고 수소 폭발 등의 사고에 대응할 수 있다. 핵반응로 내부와 사용후핵연료 저장조에 수위 측정기를 설치하는 것도 사고의 경과를 파악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서는 이런 자료가 현지 기술자들에게 제공되지 않아 사고 발생 후 3일 동안 원자로 내부의 상태를 파악하지 못한 바 있다.
더불어 사고 발생 확률이 극히 희박하더라도 사고 대비에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고 시갈 교수는 강조한다. 원자력 발전 산업의 위험도는 일반적으로 사고가 발생할 확률과 사고 발생 시 비용을 곱해 산정된다. 그러나 현재까지 원자력 산업계는 사고 발생 확률을 낮추는 예방 작업에 비해 사고 발생 시의 대응에는 관심을 가지지 못했다. 그러나 아무리 예방을 위해 노력해도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확률은 1이 되기에 사고 발생 대응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더불어 심각한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사회적인 불안과 더불어 거주지, 직장 및 사회설비 손실에 대한 비용은 일개 기업이 책임질 수 없어 국가, 세계적 규모로 전가된다. 때문에 전체적인 위험 부담에 비해 사고 대응에 드는 비용이 크더라도 극한 상황에 반드시 대비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안전한 비등경수로 발전소는 심각한 피해의 결과를 예방하고 완화시키는 시스템을 갖추어 사고 발생 시 이를 빠르게 안정화시키고 종료해야 한다. 필요시 기체의 유출을 다룰 필터 기능을 가진 환기구 시스템 및 수소 통제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대중에게 전력은 위험부담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것이 아니다. 이 중 화석 연료를 통한 발전은 장기적으로 건강과 환경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반면 원자력 발전의 경우 심각한 사고를 예방함으로서 방사능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두 발전 산업의 위험도에 대해 장기적인 위험도 분석과 적절한 대응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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