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화 3개년 계획 이후, 교육정책은 십년대계
국제화 3개년 계획 이후, 교육정책은 십년대계
  • 유온유 기자
  • 승인 2013.04.10 16: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영어강의의 현재

영어 강의와 국제화 정책
우리대학은 영국 <더 타임즈>지가 주관하는 THE(Times Higher Education) 세계대학평가에서 아시아권의 도쿄대, 싱가포르국립대, 베이징대, 홍콩과학기술대와 어깨를 견주는 상위권 대학이다. 하지만 이들 4개 대학과 비교하여 우리대학은 국제화 지수가 현저히 떨어지는 것으로 파악되어, 지난 2010년 3월 2일 Bilingual Campus를 선포하고 국제화 3개년 계획을 발표한 바 있으며 이후 대학원 수업과 학부 전공 수업은 100% 영어로 진행한다는 정책을 시행해왔다. 국제적인 수준의 대학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로 시행된 국제화 3개년 계획은 2013년 3월부로 마무리됐고 현재에도 학부 전공 수업 영어강의는 지속되고 있다. 영어강의 시행에 따른 우리대학의 국제화 변화는 어떠한지 되짚어보았다.
우선 교내 외국인 학생은 이런 국제화 수준을 어떻게 실감하고 있을까. 본지에서는 4월 2일부터 이틀간 외국인 교환학생 및 학위 프로그램 대학원생들을 대상으로 영어강의 만족도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으며 총 39명이 응답했다. ‘영어로 진행되는 학부생 전공 수업에서 경험한 언어적 문제’에 대한 질문에 25.6%(10명)이 △‘교육자의 영어 말하기가 이해하기 어려웠다’고 답했다. △‘조별 모임이나 실험에서 한국인 학생들과의 소통이 어려웠다’고 응답한 외국인은 20.5%(8명)이었다. 그 밖에도 △‘한국인 동료 학생들이 자신 때문에 강의가 영어로 진행되는 것에 대해 불만을 표출했다’는 응답과 △‘학업 교재나 수업 공지 사항, 이메일 등이 영어로 지원되지 않았다’는 응답이 각각 10.3%(4명)을 차지했다. 한 외국인 학생은 “POSTECH의 Bilingual Campus 정책은 사실상 실패한 것과 다름없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는 진정한 국제화에 아직 도달하지 못한 우리대학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교육자와 학습자 모두 기초과목 영어강의에 부담
세계적 대학으로 나아가는 데 필요한 첫걸음인 영어강의를 향한 시도는 순탄치 않았다. 영어강의에 대해 교육자들은  대체로 부정적 견해를 보였다. 지난 2012년도 교수평의회 중 184명의 교수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교육적 관점에서 학부 과목 영어강의에 대한 생각’을 묻는 문항에 ‘매우 나쁘다’와 ‘나쁘다’고 응답한 비율이 80.2%를 차지했다. 또한 ‘영어강의로 인한 수업의 질 저하 정도’를 묻는 문항에 ‘매우 심각하다’와 ‘심각하다’고 응답한 비율이 각각 29.1%, 50.2%를 차지했다. 핵심적인 개념을 다루는 전공 기초과목은 영어강의를 시행하는 데 있어 필수적인 학생과 교육자의 영어 말하기/듣기 실력이 아직 부족해 영어강의 시행이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특히 국제 경쟁력을 위해서는 영어강의가 필요하지만, 내용 전달력이 부족한 영어로 강의를 진행하는 것은 영어실력 증진에도 효과적인 도움이 없을 뿐더러 자칫 인재 육성에 실패할 수 있는 소탐대실이라는 의견이 주를 이루었다. 더불어 교수들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은 일방적인 영어강의 의무화는 교육의 만족도를 떨어트린다고 입을 모았다.
지식전달의 수혜자인 학생들의 의견도 대체로 긍정적이지 않다. 본지에서 3월 26일부터 4월 3일 까지 학부생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총 225명 응답) △‘영어강의가 필요 없다’고 응답한 학생은 전체의 36.4%였고 △‘영어강의 의무화에 반대한다’는 응답은 70.7%였다. 또한, 영어강의 시행정책의 목적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에 대한 질문에서 52.4%가 △‘세계대학 평가순위를 올리기 위해서’를 1순위로 응답했다. 그리고 영어강의의 이해도가 떨어지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56.6%가 ‘교육자와 학생의 영어 의사소통능력 부족’이 주원인이라고 응답했으며 영어강의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는 62.2%가 ‘수업이해도 저하’를 꼽았다. 서면으로 받은 학생들의 의견은 다양한 차이를 보였지만 학생의 영어소통 능력부족은 스스로 노력해야 할 문제이니 차치하고서라도 전공수업의 영어강의로 인해 수업의 이해가 떨어지는 측면은 대부분 공감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영어로 진행되는 강의의 수업 이해도는 학과별로 편차가 나는 경향을 보였다. SBU 유학을 다녀온 창의IT융합공학과 학생들은 평균 수업이해도가 70%인데 반해 타과는 66.7%~46.4%로 이보다 낮았다.

국제화와 학습 효율의 갈림길에서
영어강의의 효율성에 대해 논문을 발표한 우리대학 조동완(인문) 교수는 “실제로 우리대학에서 학부 졸업 후 유학을 선택하는 학생들은 10% 미만”이라며 “학부생 전공과목 영어 강의 의무화는 사실상 한국 학생들이 아니라 외국인 학생들을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교육기관인 대학의 입장에서는 전공 지식을 전달하는 게 보다 우선이 되어야 할뿐만 아니라 모국어를 통한 공감과 인생적인 경험 공유가 중요하다”라며 영어강의의 부정적인 영향을 되짚었다.
또한 조 교수는 논문을 통해 ‘대학순위를 몇 단계 올리는 것 또는 외국인 연구진 혹은 학생을 유치하는 것은 △학습효율 측면의 불만족 △영어실력이 부족한 학생들의 박탈감 △학습동기 저하 △영어강의에 대한 반감 등의 부작용을 상쇄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영어강의를 선택적으로 시행하게 한 경우에는 교육자가 자발적으로 선택할 수 있었고 학생도 사전 숙련도가 있어서 만족도가 높은 편이었다”라며 “실제로 일부 학과의 경우에는 교수들도 영어에 대한 중요도를 강요하는 경우가 있고 이러한 현실에 맞게 조율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교무처장 이인범(화공) 교수는 “교육정책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 단기간에 바꾸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라며 “정책 도입 후 일반적으로 10년이 되면 정책에 따른 여러 구성원의 의견을 종합해 새로운 방침을 세울 예정이고 김용민 총장도 같은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학기 초에 학생들과 협의해 한국어로 강의하겠다는 교수의 요청은 모두 타당성을 인정해 수용하기 때문에 영어강의가 반드시 의무인 것은 아니며, 학과 평가 중 외국인 설문조사 결과에서 정당한 이유 없이 한국어로 강의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 제재를 가하지만, 한국어로 강의하는 교수에게 대학이 직접적으로 불이익을 가하지는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우리대학은 세계 20~30위권에 상응하는 세계적 대학인 데 비해 국제화는 많이 떨어지는 편이다”라며 “대학평가순위가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세계적인 대학이라면 이에 걸맞은 국제화 정책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외국인 학생들이 와서 생활 및 수업 방면에서 어려움을 겪는다면 국제화가 되기 어렵다”며 학교의 정책 방향을 밝혔다. 영어강의의 전달력 문제에 대해서는 “지원 제도는 많이 준비되어 있으나 교수들이 많이 활용하지 않는 편”이라며 “교육개발센터에서는 이해력과 지식 전달력 증진 차원에서 이러한 제도를 많이 활용할 것을 권유하고 있으나 이것이 의무적인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영어강의는 현재 국제화와 학습 효율이라는 양 측면 사이에서 기로에 놓여 있다.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안정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