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으로 환영한다, 이제 당신은 포스테키안이다
진심으로 환영한다, 이제 당신은 포스테키안이다
  • 류세희 / 물리 09
  • 승인 2013.03.20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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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4일 본교 대강당에서는 우리 학교의 새내기들을 맞이하는 입학식이 거행됐다. 320여 명의 새내기들은 각자의 부푼 기대를 안고서 드디어 대학생이 되었다. 그들의 미래를 축복하고 환영함이 당연하지만, 필자는 그들에 대한 걱정부터 앞선다. 혹시라도 대학입학이 인생의 전부라고, 이제는 쉴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포스텍에 입학한 것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당신은 이제 세계 석학들과 경쟁하게 될 포스테키안이 되었다.
지금까지 여러분이 겪었던 고등학교까지의 획일화된 교육과정에서는 모두가 공유하는 공공의 지식만이 있을 뿐, 나만의 고유한 지식은 찾을 수가 없다. 반면에 대학교의 교육과정에서는 이수과목의 일부를 일정 기준 하에서 각자의 재량에 따라 결정할 수 있고, 심지어는 대학원 과정까지 수강할 수 있기 때문에, 말 그대로 나만의 고유한 교육과정을 설계할 수 있다. 그것이 바로 전문성의 기반이 되며, 그래서 대학교는 각자의 전문성을 결정하는 가장 기초적인 단계가 되는 것이다. 고로 대학교에서는 지금까지 수동적이었던 태도에서 벗어나 자율적이고 능동적인 태도를 가지고서 전문성을 설계하고 학습에 대한 의지를 가질 필요가 있다. ‘나’를 대신할 사람이 수도 없이 많았던 과거에서, ‘나’를 대신할 사람이 아무도 없는 미래로 나아가라. 그리고 사람들에게 알려주어라, ‘나’는 이런 사람이라고.
신입생이 처음으로 마주하는 가장 큰 난관은 아마도 지금까지 겪어본 적 없는 자유일 것이다. 자유가 난관이라는 말에는 어폐가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또한 급격한 변화 중 하나며, 이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않을 경우에는 난감한 문제에 당면하게 되므로 난관이라고 표현했다. 자유를 즐기는 것은 나쁜 것이 아니다. 다만, 자유를 즐긴 후에 찾아오는 결과에 책임질 수만 있으면 된다는 전제가 붙을 뿐이다. 자유와 책임의 불가분적 성질은 누구나 다 알고 있지만, 자유로부터의 달콤한 유혹과 책임의 애매한 시간차에 이를 잠시 잊게 된다. 책임이 다가올 때는 이미 늦었다. 자유와 함께할 때의 의사결정에서 예상되는 책임을 고려해야만 적절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책임은 자유의 달콤함이 잊혀질 즈음에 찾아와서 밀린 빚을 이자와 함께 받아갈 것이다.
혹시 알고 있는가? 대학생에게는 수많은 혜택과 기회가 있다는 것을. 교내와 교외를 막론하고, 대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정말로 많은 혜택들이 그 수혜자가 될 사람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그 대부분의 혜택들에는 그에 합당한 조건이 있다. 보통 장학금이나 해외 유학의 기회에는 지원자격에 학점제한이 걸려있으며, 회사 인턴의 기회나 취업을 할 때, 대학원을 진학할 때에도 기준치 이상의 학점이 되어야 허가를 받을 수 있다. 이와 같은 수많은 기회들을 유효하게 사용하려면, 적절한 수준의 학점 유지를 가장 기본적인 목표로 하여 대학생활에 임해야 한다. 무작정 높은 학점을 강요하고자 하는 말이 아니다. 필자가 말하고자 하는 그 적절한 학점 기준은 각자가 원하는 기회들을 조사하여 나열해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언제나 기억하라. 기회는 자주 오는 것이 아니며, 준비하는 자만이 가질 수 있는 것이다.
본교에 오게 된 과정을 기억하는가? 면접을 볼 때의 불안함과 ‘나’에 대한 의심,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나는 여기에 비하면 도대체 무엇일까 하는 자기비하. 판결을 기다리는 범죄자처럼 떨면서 기다렸던 나날들 뒤에 찾아온 합격, 그 순간의 환희. 이토록 강렬한 감정의 원천은 아마도 확고한 목표이지 않았을까? 이러한 감정들이 아직도 생생하게 떠오른다면 필자의 조언은 그다지 필요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느낌들이 희석되어 있다면 빠르게 목표를 재설정하라. 처음의 그 가슴 터질 듯한 설렘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 다시금 포스텍에 입학한 것을 진심으로 환영한다. 이제 당신은 포스테키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