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법의 현재
택시법의 현재
  • 곽명훈 기자
  • 승인 2013.03.06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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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유하는 국토부, 양보 없는 택시업계

지난 2월 20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공원 문화마당에 수많은 인파가 몰렸다. 택시업계의 4개 단체 전국택시노조연맹, 전국민주택시노조연맹,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가 ‘대중교통의 육성 및 이용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소위 ‘택시법’(또는 대중교통법 개정안)의 재의결을 촉구하기 위해 전국 비상 합동총회를 열었기 때문이다. 이날 비상총회에는 택시업계 종사자 2만여 명이 참가했고 비상총회를 마친 후 국회의사당을 향해 가두행진을 벌였다.

택시법, 여야 합의로 국회 통과, 그러나
대중교통법 개정안은 작년 6월을 시작으로 총 5건이 발의됐다. 특정 당의 의견이라기보다는 여야를 막론하고 법률안을 제안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5건의 개정안 발의에 참여한 의원은 새누리당 26명, 민주통합당 23명, 선진통일당 2명으로, 작년 11월 21일 국토해양위원장이 발의한 대중교통법 개정안은 지난 1월 1일 국회 본회의에서 재적 255명 가운데 찬성 222인, 반대 5인, 기권 28인으로 통과됐다.
대중교통법 개정안의 2조 2항에서  ‘걖겞堉굼?정하지 아니하고 일정한 사업구역 안에서 여객을 운송하는 데 이용되는 것. 제3조 제1항 제2호에 따른 구역 여객자동차운송사업에 사용되는 승용자동차(이하 “택시”)’라고 택시를 대중교통으로 정의했다.
그러나 정부는 지난 1월 22일 국회에 택시법에 대해 재의요구안을 제출했다. 대중교통법의 입법 취지는 대중교통의 육성을 통해 교통혼잡, 대기오염과 같은 사회적 경제적 비용을 줄이려는 목적인데, 택시는 개별교통으로서 입법 취지에 위배된다는 이유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다른 교통수단이나 자영업자와의 형평성에도 문제가 있고 버스수준의 재정지원을 요구할 경우 지자치단체의 재정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라고 입장을 표했다.
정부는 재의요구안과 함께 택시법의 대체입법안으로 ‘택시운송사업 발전을 위한 지원법안’(이하 택시지원법)을 제시했다. 택시지원법은 택시를 대중교통수단으로 인정하지 않는 대신 택시업계에 대한 지원 방안을 구체화한 특별법이다. 주요 내용은 △재정지원 및 조세감면 △총량제도 강화 △운송비용 전가 금지 △택시 운행관리시스템 구축 및 운영 △운수종사자 복지기금 설치 △택시서비스 제고이다. 임종룡 전 국무총리실장은 1월 22일 브리핑에서 “택시 지원법으로 택시 과잉 공급 문제 등 운전자 근무 여건을 위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택시업계는 정부의 발표에 강하게 반발했다. 먼저 택시법은 본래 입법목적과 법체계에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교통혼잡, 대기오염 등의 사회적 경제적 비용은 구조조정과 정부의 친환경 연료의 지원으로 줄일 수 있어 대중교통법의 입법목적에 맞고, 대중교통법 개정에 따른 타 법률 조항 개정은 당연한 입법절차임을 강조했다. 두 번째로, 택시법의 형평성은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말했다. 대중교통의 가장 중요한 척도는 공공성이라는 전제 하에, 택시의 국내여객수송분담률이 29%라고 주장하며 가장 공공성이 강한 교통수단이 택시이므로 오히려 현행법이 형평성에 모순이라고 역설했다. 마지막으로, 택시법이 시행됐을 때 드는 1조 9천억원의 재정부담은 사실이 아니라고 말했다. 이 점은 국토해양부 김용석 대중교통과장도 2월 18일 택시 4개 단체와의 간담회 때 인정했다. 1조 9천억원의 재정부담설은 정부나 택시업계 어디서나 공식적으로 주장한 적 없는 출처가 불분명한 예측이다.
택시업계는 이와 더불어 택시지원법에 대해 반대의견을 표했다. 택시지원법이 현행 개별법으로 시행이 가능하거나 이미 국회에 상정된 법안이기 때문이기에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토부와 택시 4개 단체 대표들은 비상총회 이틀 전인 2월 18일 주승용 국토해양위원장, 여야 간사 및 정책위의장으로 구성된 5인협의체를 통해 양 측의 의견을 듣는 간담회를 가졌다. 양 측의 최대 쟁점은 택시를 대중교통수단으로 인정할지 여부이다. 정부는 택시법에 대해 1월 22일 재의요구안을 제출한 이래로 택시법 대신 택시지원법을 제안하며 택시를 공공교통수단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반면 택시업계는 택시가 일정 구역을 운행하면서 다수의 사람을 운송하는데 이용되는 공공교통수단이기 때문에 대중교통수단의 본래 정의에 부합한다는 입장을 고수해 정부와 의견일치를 보지 못했다. 이에 택시업계는 2월 20일 여의도 문화마당에서 택시법의 재의결을 촉구하는 비상총회를 열고 수도권과 중부권 총 8개 시도에서 택시파업을 감행했다.

여론은 택시법에 반대하는 편
그러나 택시업계의 생각과는 달리 택시기사들의 파업 참여율은 저조했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8개 시도의 택시 153,246대 중 오전 20.7%, 오후 31.2%가 파업에 참여했다. 택시 파업 소식에 출근길을 걱정했던 시민들은 택시를 잡는 데 평소보다 오래 걸렸지만 큰 불편을 겪지는 않았다는 반응이었다.
KBS가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전국의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택시법에 대해 찬성 29.8%, 반대 60.2%로 조사됐다. 택시법에 반대하는 여론이 많은 것이다.
택시법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기존 대중교통의 정의와도 어긋나고, 대부분의 국내외 전문가들도 택시를 대중교통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며 택시를 대중교통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또한 택시의 수송분담률이 낮아 대중교통으로 보기 어렵다고 이야기했다. 반대측은 평소의 경험을 제시하며 승차거부, 미터기 조작과 같은 현재의 택시 서비스를 볼 때 택시를 대중교통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택시를 대중교통수단으로 봐도 문제가 없다는 것이 찬성 측의 의견이다. 현재 정부는 택시의 요금인상과 공급량을 통제하고 있어, 택시가 대중교통이 아니라고 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말한다.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의 홍명호 전무는 “공공성으로 보면 택시가 국내여객수송분담률이 29%”라며, 택시를 대중교통수단으로 봐도 이상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택시업계의 경영난에 대해, 반대측은 경영난이 택시업계 스스로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현재 정부의 지원금과 포화상태의 택시가 택시노동자가 아닌 택시업계를 배불리고 있다며, 택시법의 지원만을 바라지 말고 택시업계의 구조적인 문제를 고쳐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택시를 대중교통에 포함시킨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찬성측은 현재의 택시 지원책이 택시기사들에게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한 다른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 택시의 요금이 적어 택시기사들의 처우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토부와 택시업계, 갈등이 장기화될 전망
택시업계는 택시지원법의 90%는 현행법 조항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에 불과하며 택시법을 무산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만든 법이라고 주장한다.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의 김성한 사무처장은 ‘정치권도 정부가 문제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며, 택시업계는 국민들에게 진실을 알리기 위해 특단의 대책을 세워 대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토부는 택시업계와 지속적으로 대화를 해왔고 토론회도 하려 했는데, 택시업계측에서 자기주장만 강화해 어려움이 있다고 전했다. 택시지원법안은 실질적으로 택시운전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법안임을 알리기 위해 노력중이며, 공청회도 개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택시 전반에 대한 중장기적인 대책을 마련중이라고 전했다.
정부와 택시업계 모두 현재의 입장을 바꾸지 않겠다고 밝힌 가운데, 양 측 사이의 마찰은 쉽게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토해양부 대중교통과 김용석 과장은 “사실상 양측 간 합의는 실패했다”며, 국회가 최종적으로 결정할 것이라고 상황을 전했다. 하지만 새 정부의 정부조직개편안이나 북한의 핵실험과 같은 정치 현안에 밀리면서 택시법에 대한 논의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의 택시지원법안도 아직 입법예고만 한 상황으로, 실제 심의가 되는 시기는 약 2~3개월 후일 것으로 보인다.
한편 택시는 우리대학 학생들이 애용하는 교통수단중 하나이다. 지난 2월 20일 포항의 택시 기본요금이 2200원에서 2800원으로 올랐다. 하지만 포항시의 예고 없는 택시요금의 인상에 우리대학 학생뿐만 아니라 포항의 시민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정부와 택시업계는 물론,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도 시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