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물리학
사회물리학
  • 정우성 / 기술경영 교수
  • 승인 2012.11.07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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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이 추구하는 보편성에서 시작된 사회물리학

들어가는 글
물리학자의 눈에는 세상 모든 것이 물리로 보인다고나 할까? 지금까지 물리학자들의 탐구 대상이었던 자연 현상의 범위를 확장하여,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상까지도 물리학의 탐구 영역으로 삼으려는 움직임이 최근 활발하다. 어찌 보면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상 또한 자연의 일부이니, 세상 모든 것이 물리일 수밖에 없는 물리학자들의 탐구 대상이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일 지도 모른다. 이러한 탐구 영역을 일컫는 ‘사회물리학’은 통계물리학자들의 연구가 활발한 편이다. 통계물리학이 추구하는 것이 여러 물질에서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성질인 ‘보편성’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회 현상에서도 물리학의 보편성을 찾으려는 노력이 사회물리학이라고 생각하면 쉬울 듯하다.

복잡계와 사회물리학
사회물리학의 시작은 곧 ‘복잡계 물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흔히 복잡계라 하면 수많은 구성요소가 하나의 계(System)를 이루면서 단순하지 않은 방식으로 서로 얽히고 설킨 것을 이야기한다. 따라서 이들 구성요소 간의 상호작용이 대단히 중요하며, 특히 상호작용으로부터 미처 예상하지 못 했던 현상이 발생하게 되는 ‘창발(Emergence)’ 현상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복잡계 이론이다. 흔히 ‘전체는 부분의 합보다 크다’는 명제로 창발 현상을 설명하곤 하는데, 부분들이 만들어 내는 상호작용으로부터 생기는 합이 결국 부분들의 단순 합산보다 더 큰 전체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주식시장을 한 번 떠올려 보자. 기관 투자자와 개미 투자자라는 입자들이 주식시장이라는 계를 구성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 입자는 서로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설득하는 등의 상호작용을 하고 있다. 물론 이들 정보의 정확도가 천차만별이다. 더군다나 어떤 이는 공격적인 투자로 일관하지만 또 다른 사람은 갑갑하기 그지없는 소극적인 투자를 일삼기도 한다. 정보가 넘쳐서 주체하지 못 하는 투자자가 있는 반면, 거의 로또 당첨을 바라는 수준으로 마구잡이 투자를 하는 사람도 있다. 이렇게 다양한 투자자들 사이에 이루어지고 있는 거대하고 복잡한 정보의 흐름과 같은 것이 사회물리학의 넓은 탐구 영역 중 대표적인 예이다.

사회 동역학
사회물리학이 알고 싶어 하는 얼개 중 대표적인 것은 금융시장에서 일어나는 정보 흐름과 같은 ‘사회 동역학’이며, 사회 동역학의 시작은 통계물리학의 상전이와 임계현상에서 다루는 이징 모형(Ising Model)에서 출발한다. 자석을 가열하면 어느 시점부터는 쇠붙이를 끌어당기는 자성을 잃게 되는데, 이런 현상을 자석을 이루는 입자들의 상호작용으로 이해하고자 만든 모형이 이징 모형이다. 이징 모형은 양자역학에서 밝혀낸 입자의 스핀(Spin)이라는 성질에서 시작하는데, 입자의 회전을 시계 방향과 반시계 방향의 회전으로 구분하고 이를 위 스핀(Up Spin)과 아래 스핀(Down Spin)으로 부른다. 두 종류의 스핀은 사회 현상에서 서로 상반되는 의견을 나타내는데 절묘하게 사용된다. 금융시장에서는 ‘사자(Buy)’와 ‘팔자(Sell)’ 의견으로, 찬반 투표에서는 ‘찬성’과 ‘반대’로 표현된다. 오래 전부터 사회학의 영역에서 사회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를 표현하기 위해 사회적 온도(Social Temperature)라는 개념을 사용하였는데, 이것은 이징 모형에서 물질의 성질을 조절하는 온도(Temperature)의 개념과 연결된다. 물질의 상태가 변하는 상전이(Phase Transition), 전이가 일어나는 순간을 표현하는 임계점(Critical Point) 등은 금융시장의 폭락이나 민란의 발생 등으로 자연스레 연결된다. 이와 같이 물리학자들은 이미 사회 현상을 간단하게 설명할 수 있는 많은 모형과 이로부터 파생된 상전이와 임계현상(Critical Phenomena)에 관한 통찰력을 가지고 있으며, 이것이 사회물리학이라는 탐구를 가능하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또한 사회 동역학은 ‘복잡계 연결망(Complex Network)’ 이론과도 인연이 깊다. 복잡계 연결망은 상호작용이 이루어지는 계의 토폴로지(Topology)를 다룬다. 물론 연결망 이론 역시 사회학에서 사회 연결망(Social Network) 이론이라는 이름으로 많은 연구가 이루어져 왔다. 특히 사회 연결망 이론은 어떤 사람이 인간관계의 중심에 있는지,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어떻게 맺어지는지에 대한 문제를 중요하게 다루어 왔다. 최근에는 급속하게 발전하고 있는 컴퓨터 기술과 인터넷의 발달로 인해 예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수준의 자료를 확보하고 계산할 수 있게 되었고, 복잡계 연결망 이론 분야는 과거와 비교하면 가히 상전이라 불릴 만한 변화를 겪으며 초고속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서울 지하철 망에서의 시간대별 지하철 승객 이동의 최소걸침나무

행위자 기반 모형(Agent-based Model) 역시 사회 동역학을 이루는 중요한 요소이다. 행위자 기반 모형은 행위자 수준의 관점에서 현상을 설명하는 모형을 가리키며, 스핀을 갖고 있는 전자의 수준에서 계를 설명하려는 이징 모형을 생각하면 된다. 계(System)를 구성하는 작은 단위인 행위자에서부터 시작한다는 점에서 이러한 연구 방법을 생성적 접근법(Generative Approach), 혹은 구성적 접근법(Constructive Approach)이라고 표현하는데, 가장 작은 단위에서부터 쌓아간다는 행위자 기반 모형의 철학을 이해한다면 굳이 이런 어려운 용어를 기억할 필요는 없다. 대개 행위자 기반 모형에서의 행위자는 다음과 같은 요소를 갖추게 된다. 먼저 행위자의 상태를 표시하는 변수와 이를 수정하는 기능을 갖게 된다. 전자의 경우는 위 스핀, 아래 스핀 같은 스핀이 상태 변수에 해당하며, 외부의 자기장 등에 의해 스핀이 변화하는 기능이 추가된다. 그리고 상태를 수정하기 위한 법칙을 설정하게 되는데, 이징 모형에서는 임계점의 설정, 온도의 변화 등이 이에 해당한다. 특히 복잡계에서의 행위자 기반 모형은 상태 수정의 법칙에 다른 행위자와의 상호작용과 정보 교환이라는 요소가 반영되며, 행위자들이 위치하고 있는 공간 구조 역시 격자 공간보다는 복잡계 연결망 구조를 고려하는 경우가 많다.

사회물리학 연구의 필수 조건
사회물리학은 물리학이 추구하는 보편성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이러한 출발 때문에 사회물리학이 극복해야 할 점도 있다. 물리학자의 눈에는 모든 것들이 물리와 연결되어 보이지만, 자칫 잘못하면 모든 것이 물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게 보일 수도 있다. 즉 사회물리학이 연구하는 대상은 대개 그동안 사회과학이 꾸준히 관찰하며 탐구해 온 대상이다. 따라서 물리학이 보지 못하는 특징이 존재하며, 이러한 점에 대한 이해 없이 물리 이론만으로 사회 현상을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혹자는 물리학자들이 기존의 물리학 이론을 사회 자료에 단순 적용하여 물리학에서 주로 관찰되는 현상이 나타난다는 단순한 결과를 바탕으로, 물리학이 기존의 사회과학 이론보다 우월하며 모든 학문을 대체할 수 있다는 시각을 경계하며 이를 ‘물리 제국주의’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사회물리학은 학제간 연구(Interdisciplinary Study)의 대표적인 분야이다. 학제간 연구의 시작점은 여러 학문에 대한 깊은 이해도와 높은 전문성에 있다. 사회물리학의 미래와 사회물리학자의 요건 모두 여기에서 출발한다는 점을 항상 유념해야 할 것이다.

숲의 나무 밀도에 따른 산불 확산 모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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