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생 처우
대학원생 처우
  • 허선영 기자
  • 승인 2012.09.05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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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연구는 평안하십니까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 8월 3일 우리대학 국제관에서 ‘젊은 과학기술인 고민 나누기’라는 주제로 현장소통 프로그램 ‘필통(必通)톡(Talk)’을 진행했다. 사전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정한 두 가지의 굵직한 토론 주제는 <안정적 연구 환경>과 <일자리>이었다. 이는 젊은 연구자를 대표하는 대학원생과 박사후연구원(Post doc)이 가장 원하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포항공대신문은 이 프로그램의 토론 주제에 착안해, 우리나라 대학원생 연구 환경과 일자리에 대해서 알아봤다.                             <편집자 주>

 


다소 만족? 알맹이 부족한 연구 환경

이공계에 몸담은 학생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노래가 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재학생 듀엣 ‘다윗의 막장’이 부른 이 노래의 이름은 <카이스트 애가(哀歌)>다. 이 노래의 가사는 사실에 가깝다는 것이 안타까울 정도로 이공계생들의 애환을 잘 표현하고 있다. 특히, 다음 구절은 대학원생의 일명 ‘랩(Lab- oratory; 연구실)돌이’ 생활을 노래한다.
아침에 일어나면/방-랩-식당-랩-랩-식당-랩-방/랩 미팅 다가오면/랩-랩-랩-랩-랩-랩-랩/오랜만에 찾아온 휴일 늦잠 자는데/‘여보세요’/‘너 어디냐!’/교수님 저에게도 휴일에는 자유를 주세요
이처럼 종일 연구에 매진하는 대학원생과 연구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연구와 동고동락하는 대학원생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마음 편히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앞으로 국가를 이끌어나갈 젊은 연구자들에게 좋은 연구 환경을 제공하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작년 아주대학교 산학협력단은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 정책연구 과제의 하나로 약 한 달간 전국 146개 대학원 소속 교수와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시행했다. 설문조사 결과 ‘연구 환경 만족도’는 5점 만점에 3.4점이었으며, 이 중 인문사회계열보다 이공계열 대학원생의 만족도가 다소 높게 나타났다. 실제 연구 환경 만족도는 그리 낮지 않은 셈이다.
하지만 역으로 생각해보면 모자란 1.6점에 무언가가 채워져야 한다는 뜻이다. 본 조사에서 대학원생들은 연구 및 학업환경 중 개선이 필요한 사항으로 △연구 인프라 및 시설 확보(28.9%) △프로젝트 연구비 및 인건비 증대(17.9%) △교수 및 연구진의 연구 역량 및 기술력 증대(17.9%)를 가장 많이 꼽았다. 상위를 차지하고 있는 항목 대부분이 정부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할 과제다. 이는 연구 환경에 대한 정부의 관심과 노력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준다.
정부의 대표적인 대학원 지원 사업으로는 두뇌한국21(BK21), 세계수준 연구중심대학(WCU) 그리고 과학비즈니스벨트 사업이 있다. BK21은 석ㆍ박사과정 대학원생과 신진연구인력(박사후연구원과 계약교수)을 집중 지원하는 고등교육 인력양성 사업으로 1조 3천억 원 규모의 1단계 사업(1999-2005)을 마치고 현재는 2조 원 규모의 2단계(2006-2012) 과정에 있다. WCU는 국가발전 핵심 분야의 연구를 추진하고 국외학자를 확보함으로써 세계 수준의 연구중심대학을 육성하고자 2008년 추진된 5개년 사업(2008-2012)으로, 총 8,250억 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하지만 사업 막바지에 이른 BK21과WCU는 지원 금액이 적고 연구 실속이 부족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실제로 두 사업 모두 불량 사업단의 속출로 처음 계획보다 예산이 많이 삭감됐다. 2012년 현재 BK21은 2006년 당시 연 2,900억 원이었으나 2,049억 원으로, WCU는 2008년 당시 연 1,650억 원이었으나 684억 원으로 삭감된 상태다.
교과부는 앞으로 산학협력선도대학(LINC)사업과 2013년부터 시행 예정인 BK21과 WCU 후속 사업 ‘글로벌 EXCEL’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보다 실속 있는 국책사업이 운영될 것인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다.
연구비도 심심찮게 거론되는 문제 중의 하나다. 현재 한국연구재단에서 주어지는 연구과제에 대해서 연구 조원의 참여율이 100%일 경우 석사 과정생은 월 최대 180만 원, 박사 과정생은 월 최대 250만 원 까지 지급할 수 있도록 기준을 마련했으나 실효성이 없다는 의견이 제기되었다. 최대 금액을 받는 사람이 드물기 때문이다.
이에 한국연구재단 이승종 이사장은 “연구비 지급 기준이 될 수 있는 사업이 BK21이다. 보통 많은 교수가 이 기준에 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6~7년 전에 책정된 금액이며 석사 과정생은 월 50만 원 이상, 박사 과정생은 월 90만 원 이상으로 최대 금액에 비하면 매우 적은 액수다. 학생의 눈높이에서 학생이 바라는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이처럼 제도적인 문제 외에도 사적으로 존재하는 문제가 교수와 학생 간의 관계다. 모든 대학 연구실이 이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지만, 일부에는 교수와의 갈등으로 고뇌하는 학생들이 있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이화여자대학교 네이처 논문 저자 논란 사건’이다.
이 사건이 여론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5월 8일 포털사이트 다음의 토론광장 ‘아고라’에 <대학원생은 노예인가?? 교수가 연구결과 독식, 네이처 발표>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오면서부터다. 이 글을 쓴 이화여대 물리학과 대학원생 전 모 씨는 연구주제는 동교 남구현 특임교수(현재는 퇴직)가 제안한 것이었지만, 자신이 실험에 이바지한 바가 크기 때문에 공동저자로 실리지 않은 것은 불합리하다며 답답한 심정을 밝혔다.
여론에서는 ‘해당 학생의 노력에 따른 권리를 보호해주어야 한다’, ‘사실은 학생의 논문 기여도가 높지 않았다’, ‘교수 간(전 모 씨의 지도교수 박일흥 교수와 남구현 교수 사이)의 갈등 때문에 생긴 일이다’ 사이에서 많은 의견이 갈렸다. 이화여대 측은 연구진실성위원회를 조직하여 검토한 결과로 7월 23일 ‘보조 연구원으로 참여한 학생도 공동저자로 넣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지만, 남구현 교수가 이에 응하지 않아 이 사건은 아직 미해결 단계에 있다. 그야말로 여론을 들썩였던 큰 사건이었다.
우리대학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대학 학생상담센터 관계자에 따르면 “지도 교수와의 관계 때문에 상담을 받는 대학원생들이 종종 있다”고 한다. 교수가 학생에게 인신공격하는 등 갈등이 생기는 경우가 있지만, 교수와 학생 간의 관계가 대등한 관계가 아닌 수직적인 관계이기 때문에 학생은 맞서서 대적할 수 없는 처지다.
교과부 이주호 장관은 “권위주의 타파를 핵심적인 사안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UNIST와 포스텍처럼 새롭고 활력 있는 과학기술대학부터 학생들의 의견을 수용하는 정도를 넘어서서 교수들이 ‘바뀌어보겠다’고 (선도)해주길 바란다”고 변화의 필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서로 의자 빼앗기’보다 ‘좋은 의자 만들기’로

요즘 ‘서울대 석ㆍ박사도 갈 곳 없다’는 소리가 많이 들린다. 대학알리미에 공시된 자료에 따르면, 서울대학교 일반대학원의 졸업생 순수취업률(진학자ㆍ입대자ㆍ취업 불가능자ㆍ외국인 유학생을 제외한 졸업자 대비 취업자 비율)이 감소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2009년도에 75.7%였던 순수취업률은 2012년도에는 68.5%에서 그쳤다. 이공계 중심 대학인 우리대학이나 카이스트는 비교적 높은 80%대를 유지하고 있지만, 일반 대학원 전체 평균 순수취업률은 올해 66.5%에 머물렀다. 대학원을 졸업한 석ㆍ박사 세 명당 한 명꼴로 취업이 안 되는 셈이다.

[도표] 대학원 졸업생 순수취업률

비정규직 연구원 문제도 상당하다. 기초기술연구회 소속 13개 정부출연연구소의 비정규직 비율은 작년 54.0%에 육박했다. 줄어들어야 할 비정규직 비율이 오히려 재작년보다 4.7% 증가했다. 특히, 국가수리과학연구소의 비정규직 비율은 71.6%에 달한다. 게다가 비정규직 박사급 연구원들은 정규직의 절반에 불과한 임금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정규직 문제는 2000년대 초반부터 꾸준히 제기되어 왔으나, 별로 개선이 되지 않은 상태다.
이 같은 구직난에 정부는 공공기관의 채용을 늘리고 과학기술계열 정부출연연구소에 대해서는 총액인건비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다. 총액인건비제도란, 예산 당국은 인건비 예산의 총액만을 관리하고, 해당 기관이 인건비 한도에서 채용 인원과 인건비를 자유롭게 결정하는 제도다. 이 제도에 대한 반응이 엇갈리고 있지만, 정부는 이를 통해 신규 채용이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과학비즈니스벨트 사업의 하나로 올해 개원한 기초과학연구원도 3,000명의 인력 규모로 일자리 부족 해소에 일조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대학원 졸업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1999년 47,068명이었던 석ㆍ박사 졸업생이 2011년에는 91,056명으로 늘었다. 하지만 늘어나는 고급인력에 비해 그들에 대한 사회적 처우는 아직 개선의 여지가 많다. 연구ㆍ개발은 국가 발전에 반드시 필요한 동력이다. 앞으로 젊은 연구자들이 맘 편히 연구할 수 있는 세상이 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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