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동아리의 문화와 역사
대학동아리의 문화와 역사
  • 이재윤 기자
  • 승인 2012.05.23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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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와 함께 흐르는 대학 동아리 문화

매년 초 새내기 새배움터를 시작으로 각 동아리 간에 신입생을 대상으로 하는 유치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며, 많은 학생들이 저마다 취미와 관심에 따라 동아리에 지원서를 낸다. 학부생에게 동아리는 분반, 학과, 자치단체와 더불어 정기적으로 모임을 가지는 학생집단이며, 서로 취미와 추억을 함께했던 ‘대학 생활의 낭만’으로 기억된다.
우리대학은 개교 초창기인 1987년부터 써클연합회(현재 총학생회 동아리연합회)가 조직됐고, 산하 동아리는 17개로 시작해 현재에는 45개에 이르게 됐다. 그러나 최근 이들 동아리들의 활동이 일부 편중되고 있다는 지적이 ‘동아리중심축제’ 등의 이슈와 더불어 제기되고 있으며, 실제로 우리대학 동아리 구성의 흐름은 유동적으로 변모해 왔다.


동아리 활동, 왜 편중되는가?
우리대학 동아리 운영과 활동을 총괄하는 동연의 회칙에 따르면 신생 동아리는 기존 동아리들과 다른 취지하에 모인 15명 이상의 정식 동아리회원을 갖추고 지도교수를 초빙해야 가등록 동아리로 인정받으며, 동아리 설립 취지에 맞는 연 1회 이상의 대외활동을 개최해야 다음해에 정식동아리로 등록할 수 있다. 기존 동아리들도 위의 조건을 충족해야 동아리를 존속시킬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일부 동아리들의 경우 이러한 최소요건을 충족시키기 어려워 운영에 난항을 겪고 있다. 학업 등의 이유로 동아리를 쉬거나 활동에 잘 참여하지 않는 휴면인원이 있기 때문이다. 회원자격에 제한을 두어 실제 활동인원만을 이끌어나가는 동아리가 있는 반면, 동아리의 재등록을 위해 지인의 명의를 빌려 회원명단을 제출하는 경우도 있다.
이에 대해 동연 측은 “강제성이 높은 행사의 경우 구성원이 많이 참여하며, 이것이 동아리  홍보효과로 이어져 더 많은 회원을 끌어오는 요소로 작용한다”며 “반대의 경우는 악순환이 이어져 동아리 존속이 보장받지 못하는 ‘양성 피드백’ 양상을 띠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대표자운영위원회의 결정에 의해 올해 형산동아리문화제 개최는 어려워졌으나, 양 학기에 모든 동아리가 균형 있게 활동할 수 있는 배경을 조성하여 학생문화의 창달과 지속에 기여할 것”이라 밝혔다.


분과별 동아리 구성의 흐름은
동연에서 격년으로 발간하는 ‘동아리백서’를 통해 2001년부터 현재까지의 10여 년 동안 동아리의 구성과 활동 흐름을 되짚어볼 수 있었다. 이를 토대로 동연에 소속된 각 분과별로 동아리의 생성과 활동, 해체 배경 등을 알아봤다.
학술분과에서는 ‘야생조류연구회’(자연탐사), ‘ILP’(물리) 등이 해산된 반면 ‘G-pos’(게임), ‘MSSA’(경영전략연구회) 등이 신설되었으며, 이들은 외부기업의 지원을 받아 대외활동에 활발히 진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학생들의 학술적 흥미의 흐름이 보다 실용적인 분야로 이동한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PosLUG’(리눅스), ‘APPLY’(프로그래밍) 등이 폐지되고 ‘POSCAT’(알고리즘), ‘PoApper’(모바일 어플리케이션) 등의 동아리가 신설됐는데 이 또한 컴퓨터 프로그램의 연구동향 변화가 급속하게 이루어진 결과로 풀이된다. 
한편 취미분과는 각 동아리별로 구성원이 감소하는 추세이며 ‘MODERATO’(클래식감상), ‘ATLAS’(디스코텍) 등이 해산됐다. 음악겳된?등 한정된 자료를 한데 모아 공유하던 과거와는 달리 현재는 대중매체와 인터넷의 발달로 문화콘텐츠를 쉽게 접할 수 있으며, 그 양이 방대해지고 다원화됨에 따라 심도 있는 감상보다는 개인적인 기호에 따른 소비가 중시되는 등 대중문화 패러다임이 바뀐 결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공연분과의 경우 ‘한아패’(민중가요), ‘삶터’(풍물) 등 향토적 음색을 내던 동아리들의 빈자리를 ‘UMCHI’(아카펠라), ‘P-FUNK’(힙합) 등이 대신하고 있다. 이처럼 국내에서 잘 알려진 음악분야에 따라 동아리가 변모해가고 있으며 기존 동아리들도 대중음악에 적응해 온 결과, 이들 동아리의 구성원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공연활동도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다.
반면 유일한 봉사분과 동아리였던 ‘다솜’이 동연을 탈퇴했는데, 학생지원팀 산하 ‘가치배움’, Residental Colleage에서 운영하는 ‘RC봉사단’ 등 교내 봉사활동 단체가 다원화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한편 사회분과가 신설되어 ‘ENP’(기업가네트워크), ’SAVE’(환경)의 2개 동아리가 등록했다.
끝으로 체육분과는 2000년도 초 다수의 동아리들이 존재했으나, 학내에 운동시설이 없었던 ‘롤링스톤즈’(볼링), ‘POSWIC’(수영) 등은 해산됐다. 또 ‘POSTECH-KAIST 학생대제전’ 등 외부교류전 기회가 있는 일반스포츠 동아리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으나, 무예 관련 동아리 활동은 약세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우리대학 동아리들은 대중문화와 학술동향의 흐름에 영향을 받아 활동인원이 몰리기도 하며, 때로는 새로 탄생하거나 소멸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경향만으로 대학문화가 단순히 대중문화에 종속된 하위문화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우리의 동아리 문화는 포항이라는 지역과 연구중심대학의 배경 속에서 학생들이 자신들의 문화 창작을 위해 고민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동아리가 해체되더라도 그들이 공유했던 고유의 대학문화는 관련된 자료와구성원들의 추억으로 남아 우리대학의 ‘동아리 문화’로 보존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