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IT융합공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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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선영 기자
  • 승인 2012.03.21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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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MIT 미디어랩', 그 가능성을 알아보다

작년 7월 우리대학이 지식경제부의 IT명품인재양성 사업의 사업자로 선정됨에 따라 올해부터 창의IT융합공학과(이하 창공과)가 신설되어 학부생 20명, 대학원생 17명이 입학했다. 특히, 우리대학은 89년도에 생명과학과를 설립한 이후 23년 만에 새로운 학과가 들어서는 것이다.
창공과는 사업의 목적에 걸맞도록, 창의적 IT 융합 인재 양성과 더불어 메사추세츠공과대학(MIT) 미디어랩, 카네기멜론대 ETC 등과 같은 세계 3대 IT 융합학문 연구기관으로 나아갈 계획임을 밝혔다. 이를 위해 뉴욕주립대 등과 연계한 인문 교육 및 영어몰입교육, 자기주도 성장계획(PGS) 등을 통해 혁신적인 교육과정을 내세우고 있다.
창공과의 발전과 성장은 우리대학 뿐만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중요한 일이다. 국민들의 세금과 기업, 지자체 등의 지원으로 사업이 진행되는 이유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축소되고 있는 우리나라 IT 산업의 입지에서 글로벌 IT 시대를 주도할 창의적 인재가 배출돼야 하기 때문이다.
포항공대신문사에서는 창공과를 두 회에 걸쳐 다룰 예정이다. 이번호는 IT명품인재양성 사업에 우리대학보다 1년 앞서 선정된 연세대 글로벌융합공학부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 글로벌융합공학부의 설립
연세대는 2010년 IT명품인재 양성 사업자 선발 당시 ‘다(多)양한 분야에서 창의적 리더십을 빛내는(彬)’ 다빈치(多彬治)형 창의인재양성을 비전으로 내걸었다. 결국 연세대는 2010년 8월 25일 우리대학*서울대*고려대*KAIST와 같은 쟁쟁한 경쟁대학들을 제치고 ‘한국형 MIT 미디어랩 1호’로 선정될 수 있었다. 지식경제부는 연세대가 이기태 전 삼성전자 부회장을 사업 책임자로 영입하고, 해당 연구소의 독립?자율성을 보장하는 등 강력한 교육혁신을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연세대는 2011년 3월부터 송도국제신도시에 세워진 국제캠퍼스에 ‘글로벌융합공학부’ 운영을 시작하고, 2011년 3월 23일 미래융합기술연구소를 개소했다.

- 글로벌융합공학부의 현재와 미래
연세대 글로벌융합공학부는 에너지환경공학*나노공학*IT융합 3개 전공으로 구성되며, 아직은 IT융합전공만 개설된 상태다. IT융합전공에는 현재 학부생 1학년 21명*2학년 16명, 대학원생 29명과 전임교원 13명이 속하며, 상대적으로 낮은 교수 대 재학생 비율을 보이고 있다. 이는 학부생 3학년이 없고 대학원생도 적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우리대학 전체 비율(1:16.2)보다도 낮으므로, 이를 통해 글로벌융합공학부에 상당한 교수진이 투입됐음을 알 수 있다.
이 밖에도 우리대학과 같이 전원 기숙사 지원과 더불어 Residential College 시스템을 운영하고, 700만 원이 넘는 등록금을 100% 지원해주는 등 연세대 타과 학생들보다 글로벌융합공학부 학생에게 대단히 파격적인 혜택이 주어지고 있다.
이 같은 혜택은 정부로부터 50억 원, 연세대와 삼성전자*LG전자*LG디스플레이*인천시 등 민간으로부터 120억 원, 총 연간 170억 원을 지원받아 이루어진다. 연세대는 170억 원 중 72억 원을 학생들의 학비 및 생활비로, 75억 원을 연구비*연구 인건비로, 20억 원을 기타 인건비로 사용할 계획이다.
또한, 글로벌융합공학부의 교과 과정은 기본적으로 창공과와 같이 학부 3년, 대학원 4년 졸업으로 계획돼있다. 학부 교과 과정에서 ‘기독교의 이해’, ‘논리와 과학방법론’, ‘상품 디자인’과 같은 다양한 교양과목들을 매학기 수강한다는 점은 눈여겨 볼만하다. 하지만 우리대학의 창의IT융합공학과의 교과 과정은 기존의 타과 과목들에 독립적으로 구성된 반면 연세대 글로벌융합공학부 IT융합전공은 기존의 타과 과목들을, 특히 컴퓨터과학전공에서 상당 부분 차용하고 있다.
연세대 내에서도 글로벌융합공학부가 기존의 공과대학과 유사한 점이 있다는 것이 문제로 제기된 바 있다. 연세대학교 학내신문인 ‘연세춘추’ 1670호에 실린 기사에서는, 국제캠퍼스 글로벌융합공학부의 에너지환경공학전공이 원주캠퍼스 환경공학부의 친환경에너지공학전공과 많은 부분 중복된다는 지적을 받았다.
연세대는 글로벌융합공학부 설립 당시 TIF(Technology, Imagination, Future)라는 새로운 형태의 교과목을 통해 한 과목 내에서 기술*예술*인문 등을 다양하게 습득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알렸다. 하지만 학부생 2학년 재학생은 ‘교과과정을 살펴보니 이론 중심의 과목들이 많아 보이는데, 실제로 TIF형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는가’라는 물음에 과목들이 이론 중심이라는 사실은 ‘맞다’는 답변을 주었다.
위와 같은 사실들은 이론 중심 교육에서 벗어난 ‘혁신적 교육’을 주장한 글로벌융합공학부의 비전에 허점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제 창공과가 첫발을 내디딘 시점에서, 가장 궁금한 점은 ‘글로벌융합공학부의 첫 1년은 어떠했는가?’일 것이다. 연세대 글로벌융합공학부에 재학 중인 2학년 학생에 따르면 처음 학교 측에서 홍보한 대로 모두 지원 받았으며, 학생들도 대체로 학부에 만족하고 있다고 밝혔다. 교과 과정에 대해서는 작년과 올해 연세대 수강편람을 보면, 2011년 1학기부터 변동 없이 계획한 대로 수강이 이루어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글로벌융합공학부 측에 따르면 앞으로 추가로 교수를 모집하고, 2013년에는 에너지환경공학전공과 나노공학전공과를 개설할 계획이라고 한다. 또한, 현재 송도 국제신도시에 뉴욕주립대 스토니브룩이 들어서있고 차후에 미국의 조지메이슨대, 벨기에의 겐트대 등도 자리 잡을 예정이기 때문에 지리적으로도 충분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된다. 아직은 신설 학부로 뚜렷한 연구 성과는 없으나, 앞으로 우리대학 창공과와 함께 우리나라 융합학문의 선구적 역할을 맡을 글로벌융합공학부의 향방이 기대된다.

- 글로벌융합공학부와 창의IT융합공학과
우리대학 창공과는 연세대 글로벌융합공학부와는 다른 독창성으로 충분한 발전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특히 전공필수 교과목은 ‘Block Building’, ‘놀이와 게임 설계 스튜디오’, ‘자기주도 성장계획 설계’ 등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독특한 과목들로 구성되어있다. 또한, 우리대학 창공과는 공동주관 사업자인 미국 SUNY(State University of New York)로 6개월 간 무료 해외 연수를 지원해주는 등 지리적 약점을 보완하고 글로벌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준비가 되어있다.
아직은 모든 것이 계획이 되어있을 뿐, 실천된 바가 거의 없다. 창공과 만의 독특한 과목이 실제로 학생들의 잠재력을 계발하는 데 성공할 것이며, 앞으로 10년 동안 운영자금을 제대로 지원받을 수 있을지도 아직 미지수다. 따라서 현재는 창공과에 대해 우려하는 시선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비교적 안정적인 출발에 성공한 연세대와 같이, 앞으로 우리대학도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