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성소수자 인터뷰
[문화] 성소수자 인터뷰
  • 김정택 기자
  • 승인 2011.05.18 22: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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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서도 부정하는 이웃, 성소수자

    동등한 인간, 이미 어울려 살고 있는 것도 사실
    친목 모임 등을 만들어 목소리 높아졌으면 


 우리나라의 성문화가 개방되면서 게이, 레즈비언,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인터섹슈얼 등의 성소수자들이 어느 정도 공개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전히 이들에 대한 편견이나 차별이 존재하고 있다. 성소수자에 대한 오해는 시급히 해결되어야 하는 문제로,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이해하는 자리가 충분히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현재 타대학에서는 어느 정도 이러한 노력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연세대학교 ‘컴투게더’, 이화여자대학교 ‘변태소녀하늘을날다’, 고려대학교 ‘사람과사람’, 중앙대학교 ‘레인보우피쉬’ 등의 성소수자 모임이 존재하고 있으며, 그들은 그들의 이야기를 잡지로 발행하거나 문화제를 여는 등의 공개적인 방식으로 일반인들과 소통하고 편견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대학은 이러한 공개적인 노력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포항공대신문사에서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기 위해서 자리를 마련하였다. <편집자주>

▲ 성소수자를 극명히 다르게 표현한 ‘엉덩국’의 만화’홍콩행 게이바’(좌)와 ‘와난’의 만화‘어서오세요, 305호에!’(우)
- 본인이 성소수자라는 것을 언제 알게 되었는지 말씀해주세요.
대학에 들어와서 알게 된 것 같아요. 아무래도 대학 입학 전에는 그런 고민을 한 적이 없었어요. 그저 공부하기 바빴고, 진지한 고민을 할 시간이 없었죠. 대학에 들어와서 남들과 제가 다르다는 사실을 서서히 깨닫고 받아들이게 됐어요.

- 커밍아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말씀해주세요.
해나가는 것이 옳다고 생각해요. 힘든 일이기는 하지만 가까운 사람이나 믿을만한 사람에게 먼저 해나가면 될 것 같아요. 전 아직 커밍아웃을 해본 적이 없지만 커밍아웃을 하는 사람이 늘수록 사람들이 성소수자를 많이 접하게 되고, 많이 접할수록 편견이 줄어들 것이라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커밍아웃 사례를 살펴보면 믿고 말했는데 이해해주지 못하고 멀어지는 경우도 많아요. 그렇기에 신중해지고 고민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이 때문에 커밍아웃을 못하는 경우가 많죠.
커밍아웃을 하는데 가장 힘든 사람은 부모님일 것 같아요. 제일 가깝다면 가까운 사람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저희를 이해하기 힘들어 하시는 경우가 일반적이거든요. 저는 적어도 가족들은 따뜻하게 이해해줬으면 좋겠어요. 대화를 통해서 서로를 이해하고 가족으로서 인정해줬으면 좋겠어요.

- 학교 내에 성소수자의 규모는 어느 정도 되고, 학내 모임이 존재하는지 말씀해주세요.
저 역시 학내 모임에 대해선 아직 들어본 바가 없어요. 하지만 제가 체감하는 바에 따르면 교내 성소수자의 규모도 일반적인 통계와 비슷한 것 같아요. 아마 개인마다 편차는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친구, 선배, 후배들 중에 서너 명 정도는 성소수자가 아닐까 생각해요. 우리 학교의 분위기가 아무래도 가족적인 분위기이다 보니까 학내 모임을 만들어 드러내고 활동을 하다 보면 소문이 빠르게 나게 돼요. 그래서 모임을 만들기가 쉽지 않죠. 하지만 모임의 필요성은 느끼고 있어요. 성소수자들이 내 주변에도 존재한다는 것을 아는 게 시작이기 때문에 모임을 만들어 ‘우리’를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일단 그렇게 알고 나면 그 뒤는 비교적 쉬울 거라고 생각해요. 성소수자들 역시 사회적이고 문화적이며, 다분히 인간적이거든요. 이미 여러분들과 함께 잘 살아가고 있기도 하고요.

- 전국 규모의 성소수자 단체가 점점 형성되고 규모가 커지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며, 관련 활동을 한 적이 있는지 말씀해주세요.
성소수자 단체가 형성된다는 것은 이 사회에 성소수자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것을 뜻하겠죠. 저도 한 번 그런 단체에 참석한 적이 있었어요. 성소수자에 대한 영화를 찍었던 김조광수 감독도 속해있는 인권단체였죠. 가보니 꽤나 조직이 잘 구성되어 있었어요. 그전 모임부터 그 때까지 무슨 일을 했는지 보고도 하고 신입 회원 소개와 세미나 같은 행사도 진행되었어요. 정기적으로 참석하고 싶지만 서울에서 주로 행사가 이루어지다보니 참석하기 힘들어요. 지방은 이런 단체의 활동이 열악한 것이 현실이에요.

- 성소수자로서 어떤 고충이 있었는지 말씀해주세요.
아무래도 언어적인 폭력이 가장 심한 것 같아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성소수자가 세상에 존재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을 거예요. 하지만 정작 자신의 주변에는 성소수자가 없다고 생각하죠. 그런 생각 때문에 성소수자를 비방하고 차별하는 발언을 무의식적으로 하게 되는 거예요. 그런 말을 듣는 성소수자들은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죠.
요즘 유행하는 ‘엉덩국’의 만화는 성소수자들에 대한 편견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 사실이에요. 반면 ‘어서오세요, 305호에!’ 같은 만화는 성소수자들을 어느 정도 잘 표현해주었다고 생각해요.

- 성소수자들의 결혼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말씀해주세요.
매우 어려운 질문이네요. 일단은 긍정적이에요. 현대 사회에서 달라진 가정의 역할과 의미를 생각해 봤을 때 충분히 수용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현실적으로 축복받지 못하는 결혼이라 여러모로 힘들 것 같아요. 사람들이 인정해 주지도 않고, 더 나은 삶에 대한 기대나 요구도 별로 없어요. 그리고 이성 사이의 결혼과 다르게 롤모델이나 인생 선배들의 조언이 부족하다 보니 어려움이 닥쳤을 때 헤쳐 나가기도 더 힘들 거라고 생각해요. 사회겧?춠제도적으로 아무런 뒷받침도 없는 결혼 생활이라면 유지해 나가기가 확실히 어렵겠지요.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 있으면 해주세요.
성소수자들에 대한 편견이 어서 사라졌으면 좋겠어요. 물론, 이성애자보다 성소수자들 쪽에서 편견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더욱 필요하겠죠. 자신의 권리를 타인이 지켜주길 바랄 수만은 없으니까요. 그래서 교내 성소수자들의 모임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우선은 서로 고민도 털어 놓고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친목모임부터 시작했으면 해요. 이후 저희들이 발언할 수 있는 창구가 생성되면 많은 사람들에게 시사하는 바도 생기고 편견도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해요. 이러한 생각에 동의하신다면 sentiteatree@gmail.com으로 연락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