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블록 공중합체 나노 구조
[학술] 블록 공중합체 나노 구조
  • 김영석 / 화학공학과 박사과정
  • 승인 2010.11.17 16: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집적도의 한계에 도전하다

자기 조립 성질을 활용한 나노 구조 생성 
모바일 기기 저장매체의 집적도 향상 기대

 정보에의 접근에 있어 공간적, 시간적 제약을 극복하고자 하는 욕구와 필요가 날로 증가하는 요즘, 휴대 기기 성능 향상에의 경주는 불가피한 시류라 하겠다. 아이폰 발매 이후 열풍이 불고 있는 스마트폰은 일반 컴퓨터에서만 가능했던 기능들을 상당 부분 계승했으며 휴대라는 특성을 십분 활용한 증강 현실이라는 전혀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위해 요구되는 크기와 무게의 제약은 스마트 폰 성능 향상의 제약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의 극복을 위해서는 휴대 기기의 구성 요소, 즉 연산 장치 및 출력 장치 등의 집적도 향상이 필수적이다. 집적도란 동일한 면적에 얼마나 많은 구조물이 포함되어 있는지를 나타내는 척도이다. 동일한 크기의 모니터라도 화소가 높을 때 더 섬세한 표현이 가능한 것처럼 집적도가 올라가게 되면 처리 속도나 저장 능력의 비약적 향상이 가능해진다. 최초의 전자 소자라 할 수 있는 진공관이 손가락 하나에서 주먹 하나 정도의 크기를 가졌던 데 비하여 현대의 집적회로는 손톱 하나 정도의 면적에 수백만 개의 진공관에 해당하는 연산 능력을 갖고 있다. 이러한 비약적 발전을 가능케 한 것은 흔히 나노 테크놀로지라고 부르는 미세 공정의 발달에 의한 것이다.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우리나라의 반도체 업체들은 수십 나노미터(nm, 1 nm = 10-9m,머리카락의 두께는 약 0.1mm)의 구조물을 만들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선폭을 1 nm만 줄여도 약 10%의 집적도 향상이 가능하여 이를 위한 경쟁은 지금도 치열하게 계속되고 있다.

 현재 산업화되어 실제 양산에 사용되고 있는 공정은 ‘탑다운(top-down)’이라 불리는 방식으로 조각칼로 파내듯이 미세구조를 만드는 방법이다. 탑다운 방식에도 여러 가지가 있으나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방법은 빛의 간섭 효과를 이용하는 것(interference lithography)이다. 빛에 민감한 물질 위에 간섭 효과에 의해 나타나는 균일한 무늬의 빛을 쬐어주면 직접적으로 노출된 부분만이 화학적 변화를 일으켜 마치 사진기의 셔터를 누르는 순간 필름에 영상이 맺히는 것처럼 미세 구조를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러나 더 작은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더 작은 파장, 즉 더 높은 에너지가 필요하게 되어 그 한계에 부딪히게 된다. 고출력의 레이저를 한 점에 모아 말 그대로 ‘조각’해 나가는 방법이 있으나 시간과 비용을 고려할 때 실용화가 쉽지 않다.
이와 같은 기존 공정의 문제점을 피해 가기 위해 최근 ‘바텀업(bottom-up)’ 방식으로 패러다임의 전환을 꾀하고 있다. 눈 결정의 복잡한 모양이나 조개껍질의 아름다운 문양이 만들어지는 것처럼 작은 구성 요소들이 차곡차곡 배열되어 다양한 구조를 이루게 하는 방법으로 높은 에너지가 필요 없으면서도 단 시간 내에 형성 가능하여 학계와 산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분야이다. 바텀업 방식의 핵심은 기본 구성 요소가 갖는 자기 조립의 성질을 얼마나 조절할 수 있는 지에 있다. 앞에서 예를 든 눈송이의 경우 똑 같은 물분자가 결정화 된 것이어도 세상에 똑 같은 눈송이는 단 하나도 없다고 할 정도로 다양한 형태를 갖는다. 이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예의 하나이긴 하지만 실생활에 이용되기 위해서는 최대한 균일하고 결점 없는 구조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 다양한 물질들이 연구되어 왔으며, 그 중에서 최근 주목받고 있는 물질이 블록공중합체(block copolymer)이다. 공중합체, 혹은 고분자는 일반적인 가벼운 분자 여러 개가 연결되어 하나의 거대한 분자를 형성한 것이다. 한편, 블록 공중합체는 서로 다른 공중합체가 화학적 결합을 이룬 것이다. 이러한 블록 공중합체는 각 블록이 갖는 성질들이 합쳐져 보다 우월한 물성을 보일 수 있기 때문에 수십 년 동안 일상생활에서 이용되어 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블록 공중합체가 형성할 수 있는 나노 구조에 주목, 미세 소자 제작에 활용하려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블록 공중합체의 나노 구조는 분자의 크기에 따라 10~100 nm의 선폭을 가질 수 있으며 블록 간의 크기 비율에 따라 구형, 원통형, 판형 등이 연속적으로 배열된 형태를 띠게 된다(그림 1). 이는 서로 다른 블록이 분자 구조 상 묶여있지만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않으려 하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블록 공중합체의 종류는 블록의 조합에 따라 매우 다양해질 수 있어 그 응용 방법도 여러 가지이다. 가장 흔히 연구되고 있는 방법은 원통이나 판형의 나노 구조를 수직 배향시킨 박막에서 한 쪽 블록을 제거한 뒤 원하는 물질로 채우거나 형틀로 사용하는 방법이다.

 본 연구단에서는 강유전체가 정보저장소재로서 갖는 가능성에 주목, 블록 공중합체 나노 구조를 강유전체 나노 구조로 전사시키는 데 성공하였다(그림 2). 강유전체란 영구 자석과 유사하게 전기장이 없을 때에도 전기적 분극을 갖는 물질로서 전기장을 가해주는 방향에 따라 분극의 방향이 바뀌게 된다. 전기적 분극의 방향을 0과 1에 대입시키면 전원이 없는 상태에서도 정보를 잃지 않으며 빠르게 읽고 쓸 수 있어 차세대 정보저장소재로 주목 받고 있다. 그러나 실리콘 보다 화학적으로 복잡하고 내구성이 강하여 일반적인 공정에서는 나노 구조 제작이 어려워 집적도에 있어 기존의 소자들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알려져 왔다. 또한 강유전체의 크기가 작아짐에 따라 전기적 분극이 불안해지고 결국 그 특성을 잃게 될 것으로 예측되어 왔다. 그러나 블록 공중합체의 나노 구조 형성 과정에서 강유전체로 변형될 수 있는 유기 금속 전구체를 삽입함으로써 20 nm의 지름을 갖는 강유전체 나노 입자를 형성, 규칙적으로 배열할 수 있었으며 강유전성 또한 유지됨을 관찰하였다. 이는 강유전 정보저장소재가 기존 소재 이상으로 집적 가능함을 확인한 것으로 Tb/in2 이상의 소자도 블록 공중합체를 활용한다면 구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블록 공중합체의 상용화를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블록 공중합체가 기존 공정에 사용되기 위해서는 블록 공중합체의 나노 구조가 탑다운 방식으로 형성된 구조와 서로 정확하게 맞아떨어져야 하나 이는 현재의 기술로는 뾰족한 해결책이 제시되지 않고 있는 부분이다. 또한 블록 공중합체가 나노 구조를 형성할 수 있는 고온이나 높은 농도의 용매 환경이 여타 공정과 매끄럽게 융합되는 것도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우수한 인재들의 번득이는 아이디어가 아직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는 블록 공중합체 나노 구조를 산업계의 보석으로 만들 수 있는 날이 하루 빨리 오기를 기대해 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