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인터뷰] 백성기 총장
[특별 인터뷰] 백성기 총장
  • 박지용 기자
  • 승인 2010.10.13 15: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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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위 대단히 영광, 포스텍 학생들 MITㆍ칼텍 학생들과 경쟁해야”

교육 프로그램과 인프라는 세계 최고 수준
VISION 2020의 가능성을 인식하는 계기돼

 더타임즈 세계대학평가 28위, 포스텍-카이스트 학생대제전 3연승, MPI 개소 등 포스텍에 경사가 겹쳤다. 2007년 제 5대 총장으로 부임하여 세계 최고를 위해 지금까지 쉴 새 없이 달려온 포스텍의 백성기 총장을 포항공대신문사에서 만나보았다. <편집자주>


 

▲ 기자와 인터뷰를 통해 과학 기술계 ‘김연아’나 ‘박지성’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 가장 먼저 더타임즈 세계대학평가에서 우리대학이 28위 한 것에 대한 얘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요. 간단한 소감 부탁드립니다.

 런던에서 나오는 더타임즈는 세계에서 아주 오래되고 권위 있는 매체로, 금년 들어 6번째 순위를 발표했습니다. 이것이 세계적으로 상당히 중요하고 대학으로서는 무시할 수 없는 중요한 순위로 자리매김을 해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중요성 때문에 내부적으로 몇 가지 중요한 정책적인 변화와 함께 조직적으로 순위에 대응하기 시작했습니다.

 실제로 우리대학만 그랬던 게 아니고 세계 많은 대학들이 더타임즈에 많은 항의를 했습니다. 평가 기준이 대학의 수준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오래된 대학, 규모가 큰 대학에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더타임즈에서 QS가 아닌 톰슨 로이터라는 세계 최고의 학술 정보 처리 및 서비스 회사와 함께 대학의 실질적인 수준과 피교육자가 수준 높은 교육을 받을 수 있는가를 제대로 반영할 수 있는 평가 기준을 만들었지요. 이러한 기준 덕분에 한 50위에서 70위 정도까지 올라갈 수 있는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예상을 했는데 28위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이렇게 평가받은 것에 대해 굉장히 기쁘고 고맙게 생각합니다. 이제 곧 24주년을 맞게 됩니다. 짧은 시간에 이러한 성과를 올릴 수 있도록 재정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은 박태준 설립자를 포함한 포스코 임직원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이와 함께 서로 두 손이 만나야 소리가 나듯이 소신을 가지고 포항을 선택했고, 여기서 교육과 연구에 매진해왔던 교수님들의 노력이 빚어낸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에게는 무한한 영광입니다.

- 국내 대학 중 처음으로 세계 20위권에 진입을 했고, 이는 포스텍이 세계적인 대학 반열에 올랐다는 것을 시사하는데요. 이렇게 세계 28위가 될 수 있었던 포스텍만의 강점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포스텍은 공기업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는 포스코가 어렵게 번 이익을 국가에 환원한다는 차원에서 만든 대학으로, 비교적 재정적으로 건실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세계 어디에 내놔도 떨어지지 않는 교육 인프라를 가지고 있는 것은 재정적 이유가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이러한 건실한 재정이 우수한 교수님들을 확보하는 것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교수님들이 부임해 교육과 연구에 매진할 수 있도록 기본적인 여건을 조성하고 교수님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고, 교수님들 역시 소신을 가지고 열심히 연구와 교육에 매진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세 번째는 양적인 팽창보다는 초창기부터 선택과 집중을 해온 것이 주효했다고 생각합니다. 핵심 분야를 선별해서 선택된 분야에 대해 질적인 성장을 끈질기게 추구했습니다. 국내외 많은 대학들이 몸집을 불리는 정책 에 집중하는 데 반해, 그에 대한 유혹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것을 끝까지 견제하고, 신입생을 300명에서 더 이상 늘리지 않고 질적인 성장을 꾀해왔습니다. 소수 정예로서 하나하나에 대한 집중적인 관리를 통해서 그들이 글로벌 리더로 성장할 수 있게 하는 우리의 교육 프로그램, 이런 삼박자가 맞아 떨어져서 오늘과 같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나 싶습니다.

- 2006년 선포한 비전2020에 대해, 더타임즈 발표 이전까지 포스텍이 세계 20위 대학이 된다는 것에 회의적인 사람들이 많았던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제 목표가 가까워졌습니다. 앞으로 세계 20위 대학이 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이제 20위권 대학에 들어왔는데 20위까지 가려면 앞으로 갈 길이 많죠. 대학의 수준은 교수의 수준입니다. 우리학교 교수님들 중 세계 20위 대학과 비교해서 그에 준하는 교수님들이 일부가 있습니다. 그분들이 우리가 여기까지 오는 데 견인차 역할을 해왔는데 앞으로 세계 20위 대학에 준하는 영향력과 국제적인 저명도, 명성을 지닌 교수님들이 즐비하게 포진할 때 우리가 20위가 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상당히 멀게 느껴졌는데 이번 평가를 통해서 세계 20위가 그렇게 멀지 않다는 것을 우리 대학 구성원들이 인식하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비전2020을 선포한 이후에 지속적인 혁신과 개혁을 통해 우리가 제공하는 교육과 연구 프로그램이 그에 걸맞을 수 있도록 여러 가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에는 제도적인 것도 있지만 재정적인 것도 있습니다. 학생 1인당 대학 예산이 포스텍은 약 1억 원 정도 됩니다. 이는 카이스트에 2배, 서울대에 비해서는 4, 5 배 수준입니다. 하지만 칼텍은 약 2억 5천, MIT와 스탠포드는 각각 약 2억 정도로 미국 명문대에 비해 1/2, 1/3 수준입니다. 아직 재정적인 확충이 필요한데 대학의 성장에 필요한 재정을 어떻게 충당하느냐가 총장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 올해 Bilingual Campus를 선언하며 국제화에 집중을 하고 있고, 국제화 3개년 계획도 발표했습니다. 국제화에 집중을 하는 이유와 취지,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씀해주십시오.

 세계적인 장벽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교육시장이 하나가 되고 무한 경쟁시대에 들어왔습니다. 그 안에서 세계인들이 봤을 때 누구든지 포스텍에 와서 공부할 수 있는, 꿈을 이룰 수 있는 대학을 만드는 게 중요합니다. 또한 대학이 국제적으로 그만한 영향력을 가질 수 있도록 키워야 합니다. 순수 한국인 교수들이 한국인 학생만 가르쳐서는 결단코 아시아 정상, 세계 정상으로 갈 수 없습니다. 진정한 글로벌 대학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대학에서 일어나는 모든 활동이 영어로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올해 초 bilingual campus를 선언한 것입니다. 쉽지 않지만 세계최고의 석학들을 대학에 초빙해서 세계 최고의 학생들이 국적을 불문하고 모여 공부할 수 있는 대학, 하버드ㆍMITㆍ칼텍ㆍ홍콩대가 그렇듯 그것이 바로 세계 최고의 대학 아니겠습니까?

- 이번 학기에 우리나라 대학으로서는 아주 획기적인 ‘POSTECH COLLEGE’라는 새교육과정을 발표하여 큰 이슈가 되었습니다. 어떠한 취지로 준비를 했으며 어떤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이 제도가 발표된 후 박사학위를 7년 만에 받는 것에 대한 실현 가능성에 대해 회의를 품는 사람이 많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것은 우리가 처음 시작한 건 아닙니다. 세계 주요 대학들이 상당한 커리큘럼 개혁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사회가 바뀌고 있습니다.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상이 바뀌고 있어요. 대학은 그에 맞춰 학생들이 미래사회에서 핵심적인 브레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교육 내용을 바꿔야 합니다. 미래 사회는 지식산업사회로서 한 전공에만 머무르기에는 전공의 라이프 사이클이 급격하게 단축되었습니다. 대학에서 한 분야 전공지식을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분야를 넘나들 수 있는 역량, 자기가 발전해 나가는 데 있어서 자기 일생을 통해서 공부할 수 있는 능력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수학ㆍ물리ㆍ화학ㆍ생물 같은 기본적인 소양들을 충분히 제대로 갖추고 있다면 필요에 따라 분야를 넘나들며 융합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습니다. 또한 상대방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 문화ㆍ언어를 뛰어넘어 세계를 상대로 소통ㆍ융합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인문 사회 교육도 강화되어야 합니다. 이런 것들을 대학에 입학해 먼저 2년 동안 배우고 그것이 갖춰지게 되면, 거기에 전공 교육을 강화하는 것입니다. 전공분야에서도 확실하게 새로운 혁신을 이루겠다는 것이 있으면 박사과정에 진학해야 합니다. 그래서 박사과정까지의 과정을 일관되게 만들면 7년이면 된다는 것이지요. 7년이면 가능하다는 것이지 7년에 모두가 할 수 있다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7년에도 가능한 길을 열어두자는 것입니다. 제도적으로 묶지 말자는 것이지요. 때묻은 전통적인 교육의 틀에서 탈피해 세계최고의 대학과 1:1로 경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 마지막으로 포스텍 학생들에게 좋은 말씀 부탁드립니다.

 포스텍 학생들은 선택된 소수니까 얼마나 기회가 많습니까. 적당히 공부해서 적당히 취직해서 적당히 살아 보겠다가 아니라 세계를 향해 비상할 수 있는 도전정신을 키워야 합니다. 우리 학생들은 서울대, 카이스트를 뿌리치고 포항에 왔으니, 여기서 한 번 여러분들의 젊음을 승부해보자는 겁니다. 이 터널을 통과하고 났을 때 세계 최고로 우뚝 설 수 있도록 대학은 노력할 것입니다. 해외 대학에 유학을 갔던 학생들이 돌아와서 하는 말이 포스텍과 같이 좋은 대학은 없다고 얘기합니다. 이렇게 소중한 기회를 쉽게 생각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우리 학생들은 한국 학생들을 보지 말고 지금도 치열하게 공부하고 있을 MITㆍ칼텍ㆍ스탠포드ㆍ하버드 학생들을 봐야 합니다. 그들과 경쟁해야 하며, 충분히 이길 수 있습니다. 우리 과학기술계에서는 ‘김연아’가 나올 수 없고 ‘박지성’이 나올 수 없나요.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우리 포스텍에서 나올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