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인들의 진지하고 신선한 움직임
예술인들의 진지하고 신선한 움직임
  • 김주영 기자
  • 승인 2005.05.2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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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문화적으로 소외받고 있는 부분의 예술적 가치를 발견하여 보다 공동체적인 문화를 추구한다는 여성문화예술제. 지난 1일부터 내달 11일까지 연천군 자연생태과학교육원에서 열리고 있는 ‘2005 여성문화예술제’에 참여하기 위하여 서울에서 경원선을 타고 연천을 향했다.

연천역에서 내려 택시를 타고 20분 쯤 달려 자연생태과학교육원에 도착했다. 과학교육원은 폐교를 재활용하여 도시에 사는 학생들이 자연을 경험할 수 있도록 꾸며진 공간이다. 곳곳에 핀 들꽃들과 교정의 풍경소리가 정겨웠다. 교육원 운동장에는 농예품으로 출품되는 연천 콩마을 된장, 옛날 생활용품, 연천 두부가 전시되어 있었다.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평화·여성·자연을 주제로 한 여성문화예술제 미술 대회 수상 작품들이 복도에 빼곡히 걸려 있었다. 고등학생들이 그린 수준 있는 작품에서부터 크레파스로 그린 초등학생의 작품까지 주제에 대한 다양한 표현을 느낄 수 있었다.

총 8개의 교실 안에는 예술제에 참여한 예술인 50여 명의 그림, 수공예품, 시 등 총 150여 점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여성문화예술제의 취지에 공감하는 예술인들이 ‘사랑·평화·가족’을 모티브로 한 자신의 작품을 몇 점씩 전시해 놓은 것이다. 열린 창문으로 조용히 바람을 맞으면서 작품을 감상할 수 있어서 좋았다.
여러 작가의 작품들을 친근한 분위기에서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 이번 예술제의 장점인 것 같다. 시골집 담벼락 아래 토닥토닥 모여있는 장독 그림, 간단한 시구와 함께 먹으로 그린 시화가 인상적이었다. ‘차(茶)마시는 마음’이란 시화에서 작가의 마음의 여유가 풋풋이 묻어났다.

여성문화예술제는 사회에서 꼭 필요함에도 어려운 여건에 있는 사회적·문화적 인프라나 사회의 그늘진 곳을 찾아 그곳의 모성, 인정, 주체성 등 포용적이고 하향적인 여성적 가치를 발견하고 이를 문화·예술적으로 표현하는 축제이다. 2003년 준비위원회가 결성되어 올해로 2회째를 맞이하는 여성문화예술제는 신용 불량자·실업자를 위한 ‘수공예 자활사업’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수공예 자활사업은 극빈여성·신용 불량자·노인실업자를 대상으로 자연생태과학교육원 및 자활후견기관에서 수공예 교육을 실시하고, 교육 과정 수료 후 만들어진 작품을 전문 예술인을 통해 검증·판매하는 것이다. 여성문화예술제 이한권 감독은 몸에 좋다고 알려져 있지만 일반적으로 유통되고 있지 않은 천연 염색 옷을 예로 들며 수공예 자활사업은 사업의 한 분야로 개척하기에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수공예 자활사업은 과거 생활에 필요한 물품을 직접 제작해본 노인들에게 익숙하며 가내 작업으로 여성에게 알맞은 사업이기 때문에 이들의 적극적 참여를 유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했다. 사업은 이탈리아· 일본에서 수공예품의 제작과 수출이 활발하게 이루지는 예를 본보기로 하여 제작된 창작품이 전국과 해외로 나아갈 수 있는 유통망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송재천 수공예 자활사업본부장은 유럽 못지않은 역사를 가지고 있는 우리의 수공예가 세계 문화기술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갖춘 명품산업으로 발돋움할 충분한 잠재력이 있다고 했다.

현재 생태과학교육원에서는 조정화·전진숙 화가, 남궁경 시인, 송마루 작가 등 몇몇 예술인들이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감독은 한 달 전부터 교육원에 자리를 잡고 축제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앞으로 10여 명 정도의 예술인들을 초청하여 함께 예술 활동을 펼쳐나갈 예정이다. 수공예 자활사업에 참여하는 극빈자·실업자들도 이곳에 머물며 교육·작품 활동을 해나갈 것이라 했다.

저녁 먹을 시간이 되어 식당에 모여 함께 식사를 했다. 반찬으로 연천 콩 비지를 이용한 김칫국, 학교 텃밭에서 키운 상추 절임, 산부추 전 등 직접 채취한 채소들이 많이 나왔다. 남궁경 시인, 전진숙·송마루 화가, 정수안 선생님, 이한권 감독과 함께 식사를 했는데 도심에서 벗어난 아늑한 공간에서 오붓하게 식사를 하는 것이 즐거웠다. 식사를 하면서 김동리 작가, 대중과 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남궁경 시인은 현대시가 대중과 떨어져 있지 않느냐는 비판을 상당히 곤혹스러워 했다. 남 시인은 “시인들은 사물을 주의 깊게 관찰하고 의미를 캐어내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시적 표현이 일반인들에게 어색한 것은 오히려 당연하고 긍정적이다. 우리가 논문을 읽을 때 이해하려고 노력해야하는 것처럼 시도 읽기만 해서 이해가 되는 것이 아니라 자꾸 생각하고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난롯가로 자리를 옮겨 이야기는 계속되었고 어느새 자정이 넘어가고 있었다.

신용 불량자·여성 실업자·노인들이 겪고 있는 사회 참여의 어려움을 인식하고 새로운 예술 사업을 구상하여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예술인들의 움직임은 진지하면서도 신선하다. 여성문화예술제는 사회로부터 배제된 구성원들을 먼저 생각하고 모두가 함께 합쳐지고 녹아들어 두터운 질감의 문화를 다시 디자인하자는 철학적 입장의 표명이요, 예술의 사회적 기능을 증대시키자는 적극적인 움직임이다. 여성문화예술제는 내달 11일 자연생태과학교육원에서 막을 내리고 7월 10일~8월 11일 서울시 대학로 산업디자인센터, 9월 20일~28일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 거리 및 카페 등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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