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토초 과학, “아직 가보지 못한 자연의 영역 속으로”
아토초 과학, “아직 가보지 못한 자연의 영역 속으로”
  • 김동언 / 물리학과 교수
  • 승인 2010.05.05 00: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펨토초에서 아토초로…극고속 현상 연구의 새로운 발판

아직 가보지 못한 자연의 영역

전자와 빛의 공생 관계는 생명의 기초를 형성한다. 지구에 생명현상을 가능하게 하는 태양에너지를 공급하는 빛이 전자의 미시적인 움직임으로 발생된다. 전자는 광합성을 통해 빛을 생물학적 에너지나 주위를 감지할 수 있게 해주는 생물학적 신호로 전환한다.

원자 사이에서의 움직임을 통해 전자는 빛을 방출하고, 생물학적 조직체와 인공장치 내에서 정보를 전달하고 처리한다. 분자를 생성ㆍ소멸ㆍ변형시키고 생물학적 기능에 영향을 미친다. 결과적으로 전자는 물리학ㆍ화학ㆍ생명과학에 있어서, 그리고 정보ㆍ산업ㆍ의학 기술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서로가 서로의 원인이 되는 전자의 운동과 빛의 진동은 아토초(attosecond, 10-18초) 시간대에 발생한다. 1아토초 (10-18초)는 1초의 백만분의 백만분의 백만분의 1에 해당한다. 우주 나이를 초로 환산했을 때, 그 초 수 만큼 아토초가 모여도 여전히 1초도 되지 않을 정도로 아토초는 너무나도 짧은, 상상하기도 힘든 찰나이다.

과학과 기술의 역사를 살펴보면 인류는 자연계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실시간으로 이해하려고 부단히 노력해왔다. 그러나 <그림 1>이 보여주듯이 상당히 오랜 시간동안 나노초보다 더 짧은 순간에 진행되는 현상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1960년 레이저 개발과 더불어 광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더 빠른 현상을 관측할 수 있게 되었다. 1990년대 펨토초 레이저 기술이 급격히 발전함에 따라 펨토 화학 분야가 새로이 열리고, 이 분야에서의 공로로 CALTECH의 Zewail 교수가 노벨 화학상(1999년)을 수상했다. 펨토초 레이저를 이용하여 녹는 현상에 대한 실시간 연구가 되기 전까지는 충분한 에너지가 공급되어 원자간 결합이 깨어지면서 녹는 현상이 시작된다는 것이 정설이었다. 그러나 펨토초 레이저를 이용한 실험으로 충분한 에너지가 원자에게 전달되기 전에 원자 결합이 깨지며 녹기 시작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극고속 현상을 직접 관측하면서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한 현상을 보다 정확하게 이해하게 된 것이다.

▲ <그림 1> 극고속 현상의 발전사.

앞에서 언급한 현상보다 더 짧은 아토초 시간대에 일어나는 전자 극고속 현상은 2000년대에 들어서야 비로소 실시간 관측이 가능하게 되었다. 수 주기 광파(few cycle light wave)를 제어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전자에 가하는 힘을 아토초 시간대에서 조작할 수 있게 되고, 단일 아토초 광을 실현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새로운 기술을 광파 전자학(light wave electronics)이라고 부른다. 이 기술로 인해 원자 수준에서 전자 운동과 빛의 진동을 측정하고 제어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비로소 인류는 극고속 전자 동역학 현상을 관측할 수 있는 새로운 눈을 갖게 되었다. 직접 보게 되므로, 보다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고, 새로운 면을 인식하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화학 반응은 쉽게 일어나는 데, 다른 것은 왜 그렇지 않은가에 대한 통찰력을 가질 수 있다. 이런 탐구로 인해 우리는 자연을 새로운 차원에서 이해하게 되고, 한 차원 높은 상태에서 자연을 통제하고 조작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는 자연 속에만 존재했던  빛과 전자의 공존이 기술로까지 확장되는 것으로, 결과적으로 이것은 과학과 기술에 있어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것이다.


어떻게 아토초 광펄스을 발생시키는가?

테라와트급 펨토초 레이저를 헬륨ㆍ아르곤 등 불활성 가스에 집속하여 조사했을 때, 전자가 터널링 과정을 통해서 원자를 빠져나온다. 이 자유전자는 레이저장의 영향을 받아 운동하는데, 레이저장의 방향이 바뀌므로 전자는 다시 원래 원자로 접근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쿨롱 상호작용으로 극진공자외선 빛이 방출된다. 이 과정은 레이저 장 반주기마다 반복된다.

단일 아토초 펄스를 발생시키기 위해서는 발생 횟수를 줄여야 하며, 이를 위해서 단주기 레이저가 이상적이나 이런 레이저는 아직 존재하지 않으므로, 반치폭이 5펨토초인 레이저를 사용한다. 이 경우 펄스 최고점에 대한 레이저장의 위상에 따라 발생되는 극진공자외선 빛의 특성이 다르다. 단일 아토초 펄스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펄스 최고점과 전기장의 최고점이 일치하도록 위상이 맞추어져야 하고, 이 상태에서 발생된 빛 중에서 연속스펙트럼 부분의 빛만을 선택함으로써 단일 아토초 광펄스를 얻을 수 있다. 지난 수년간의 기술 개발로 현재는 80아토초로 짧아진 상태이다.


어디에 응용될 것인가, 그리고 앞으로의 전망은?

이러한 아토초 펄스는 수 펨토초에서 수백 아토초에 이르는 원자나 분자 내 전자의 운동을 직접 추적하고, 더 나아가서 제어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그림 2>. 물리 현상에서 전자와 전자의 상호 작용은 매우 중요한데, 지금까지 전자 상호 작용을 실시간으로 관측한 바가 없다. 헬륨 원자를 이용하면 이에 관련된 기념비적인 실험이 가능하고, 이 분야의 효시를 이룰 수 있다 펨토초 레이저를 이용한 기존 화학반응 연구도 아토초 광펄스의 도움으로 새로운 차원의 연구가 가능해진다. 예를 들면 펨토초 기술은 화학반응이 일어날 때 궤도에 있는 전자의 위치에 대한 정보를 제공할 수 없다. 여기 상태 전자가 화학반응에 참여하게 되므로, 여기 상태에 있는 전자의 움직임을 탐구함으로써 우리는 왜 어떤 화학반응은 잘 일어나고, 어떤 화학반응은 잘 일어나지 않는 지 등의 문제에 대해 보다 깊이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 <그림 2> 앞으로 탐구돼야할 극고속 전자 동역학 현상의 몇 가지 예.

미국 에너지성(Department of Energy)이 2007년에 발표한 21세기 기초과학의 방향에 대한 보고서에서 5대 도전과제(Grand Challenges)를 지목했는데, 극고속 현상 연구가 그 중 하나로 지목되었다. 다가오는 21세기를 ‘The Control Age(조작의 시대)’로 규정하고, 지금까지의 기초연구는 주어진 경계 조건에 따른 양자 시스템이 어떤 특성을 갖는가 하는 정역학적 연구가 주류였다면, 앞으로는 양자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며 궁극적으로 원하는 결과를 낼 수 있는지에 연구 초점이 맞추어질 것이라고 예견하고 있다. 아토초 시간대에서 나노미터 공간 해상도로 물질 내의 전자의 행동을 통제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의 개발이 필요하다고 역설하고 있다.


막스 플랑크 아토초 과학 연구센터

이러한 맥락에서 본 연구실은 독일 막스 플랑크 양자광학연구소의 Krausz 교수팀과 Global Research Laboratory 사업의 지원을 받아 공동연구를 시작했다. 이와 별도로 지난 수년간 포스텍은 막스 플랑크 연구소 설립을 위하여 막스 플랑크 협회와 논의를 해왔는데, 이 노력에 힘없어 본 연구실과 Krausz 교수 간 공동연구가 보다 큰 규모로 확대되어 추진되게 되었다. 이미 극고속 현상에 관심을 가진 여러 다른 막스 플랑크 연구소 연구그룹,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연구그룹이 파트너 그룹으로 참여하는 공동연구 네트워크인 막스 플랑크 아토초 과학 연구센터를 포스텍에 세워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Research Hub 역할을 하는 것으로 하였다<그림 3>. 이 연구센터에는 물리ㆍ화학ㆍ생명 분야에서의 극고속 현상을 연구할 수 있는 기반이 구축될 것이며,  극고속 현상에 관심이 있는 과학자에게 개방될 것이다.

▲ <그림 3> 막스 플랑크 아토초 과학 연구센터.

100번 듣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것이 더 낫다는 말이 있듯이 아토초 과학은 우리가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현상을 새롭게 이해하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이전에 알지 못하던 새로운 현상을 발견하며 자연에 대한 인류의 이해의 폭을 넓혀줄 것이다. 그리고 측정할 수 없는 것에 대한 정의가 다시 내려져야 할 것이다.

포스텍의 젊은 여러분들이 이러한 기반을 잘 활용하여 노벨상의 꿈을 키워가길 간절하게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