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써야하죠?
우리대학은 공대의 특성상 1학년 때부터 많은 실험보고서를 작성하게 된다. 기초필수과목으로 일반물리실험 1?, 일반화학실험이 있고, 각 과마다 전공실험 또한 있다. 또한 수업 외에도 레포트를 작성해야 할 때가 찾아온다. 그러나 막상 학생들은 눈앞에 주어진 레포트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고 만다.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형식은 무엇이 적당한지 등 갖은 고민에 휩싸여 레포트 작성에 진땀을 빼고 있다. 학생들이 겪고 있는 레포트 작성의 어려운 점을 들어보자.
대다수의 학생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것 중 하나는 도입(Introduction)의 작성이다. 어떤 일이든지 시작이 어떠한가에 따라 그 일 전체가 좌우되듯이, 레포트의 작성에 서도 도입이 상당히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이 부분만을 읽고도 레포트 전체의 내용을 짐작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이유로 일부 학생들은 레포트의 도입부분을 가장 마지막까지 쓰지 못하고 있다가 한참을 고민한 끝에 겨우 작성해나간다고 한다.
도입의 작성과 함께 어렵다고 손꼽히는 점 중 하나는 결과의 정리이다. 실험에서 도출해낸 하나의 결과로도 다양한 분석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어떠한 방식으로의 분석이 적당한가에 대한 고민이 생기게 되고, 이 분석방법이 옳은가에 대한 의문도 따르게 된다. 실제로 기초필수과목의 경우 결과의 정리가 채점에서 가장 큰 점수를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어떤 방식의 분석이 필요한지, 표나 그래프를 어느 정도 활용하는 것이 좋은지 등에 대한 정보가 꼭 필요하다.
부가적으로, 표절의 정도와 레포트 형식에 관해 궁금해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모든 레포트에는 이론적 배경이 포함되는데, 이론적 배경을 쓰는 과정에서 참고문헌을 이용한 경우 어느 정도가 표절이며, 명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해 확실히 모르는 학생들이 대부분이었다. 또한 어떤 과목의 경우에는 레포트 가이드라인을 알려주어 그에 맞게 작성하면 되지만, 보통은 가이드라인이 없어 어떤 형식으로 작성하는 것이 올바른가에 대해서도 제대로 알고 있지 않았다.
우리대학 학생들에게 절실히 필요한 레포트 잘 쓰는 법! 학생들의 목소리를 들어봤으니, 이제 전문가를 통해 레포트 잘 쓰는 노하우를 전수받자.
김가영 기자 kimka13@
이렇게 씁니다!
대학교육에서 실험보고서란 수업 중에 특정한 실험을 수행하고 그 결과를 일상적인 과학 연구논문에 준하는 형식으로 정리하여 보고하는 문서이다. 교육목적 때문에 ‘실험 방법’이나 ‘이론적 배경’ 등이 강조되기도 하지만, 실험보고서의 형식은 대체로 과학 연구논문처럼 정해져 있다. △초록(Abstract) △도입(Introduction) △재료와 방법(Material and method) △결과(Results) △토의(Discussion) △참고문헌(References) 등으로 구분해서 쓰는 것이 일반적이다. 학과나 학교에 따라서 논문의 내용을 요약하는 초록은 쓰지 않는 등 구체적인 양식은 조금씩 다르다.
‘도입’에서는 우선 실험의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하고 관련 학문 분야나 실제 현실 속에서 해당 연구가 어떤 중요성을 갖는지 소개한다. 잘 알려진 실험을 하는 학부 저학년생의 실험보고서라면 그 중요성은 실험이 궁극적으로 입증하고자 하는 이론과 그 의미 등을 찾아서 정리하는 것이 된다. 예를 들어, 물리실험에서 MBB(Mechanical Black Box) 실험을 했다면 이 실험을 통해서 어떤 이론이나 정리를 습득하고자 하는지 말한다.
만약 독창적인 연구를 수행한다면 해당 연구와 관련된 선행연구들을 검토하면서 그 중요성을 언급한다. 기존의 관련 연구들은 어떤 것들이 있으며, 이들의 의의와 한계가 무엇이며, 자신의 연구가 이들 연구와 어떤 차이가 있는지 설명한다. 예를 들어, 북극에서 채취한 식물표본의 동위원소별 비를 측정해 생태적 특성을 규명하는 실험보고서라면, 지구온난화 이후 극지방 생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기존의 연구들은 대부분 저위도 지방에 국한했다며 자신의 연구의 차별성과 의의를 말할 수 있다.
‘재료 및 방법’에는 사용한 실험 방법, 시약, 기구, 자료 분석 방법 등을 자세히 쓴다. 보통의 과학 논문에서는 이 부분을 간략하게 서술하는 것이 지면 제약 등의 이유로 용인되지만 교육 목적의 실험보고서 작성은 그렇지 않다. 실험보고서에서는 예비 실험노트에 나온 그대로 베껴 쓰는 것이 아니라 실제 실험에서 수행된 과정 등을 최대한 자세하게 설명하길 요구한다. 왜냐하면 그런 ‘복기’ 과정을 통해 실험의 섬세한 조건이나 한계, 암묵적 지식(tacit knowledge) 등을 더욱 잘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이 알려진 실험이나 측정 방법이라 할지라도 실험보고서에서는 자세히 서술해주는 것이 좋다.
기본적으로는 실험 과정은 시간적으로 서술하거나 아니면 수행한 실험별로 간단한 것부터 정리해서 쓴다. 그리고 사용한 시약의 조성과 농도, 장치의 모델, 측정단위, 통계기법 등도 포함해야 하고 수학적 모형을 통해 어떤 해석값을 도출했다면 관련 수식들과 초기값, 경계값, 조건 등도 명시해야 한다.
이런 방법을 통해 얻은 실험 데이터는 ‘결과’에서 요약해서 서술한다. 결과에 대한 해석이나 평가는 ‘토의’에서 다루고, 여기서는 얻어진 결과의 수치나 경향 등을 주제별로 또는 시간 순으로 기술한다. 보통 연구결과를 독자들에게 설명할 때 글로 풀어서 하는 것보다는 표나 그래프를 사용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때가 많다. 표나 그래프는 많은 정보를 간단히 정리해서 한 눈에 그 의미를 알 수 있도록 해주고, 자료값들의 전체적인 경향까지 짐작할 수 있도록 해준다.
표를 일목요연하게 표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 정보를 명확히 인식하고, 다음으로 이를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구성을 고안해야 한다. 예를 들어, ‘유리와 흙의 열물리적 성질’을 비교한 실험이라면 자료의 비교기준이 되는 항목(예를 들어 열전도율ㆍ비열ㆍ밀도)은 왼쪽 첫 열에 두고, 비교군(유리와 흙)은 위쪽 첫 행에 병렬적으로 위치시키면 그 특징 차이를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다. 또한 비교값들의 유효숫자는 모두 일치시켜야 하고, 사용되는 단위는 보통 숫자와 함께 쓰지 말고 비교기준 항목 옆에 괄호를 사용해 쓴다.
간과하기 쉽지만 표의 제목도 중요한다. 원칙적으로는 본문을 읽지 않고 표만 보고도 그 자료의 의미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해야 하기 때문에 표의 제목은 자료의 핵심을 전달할 수 있는 어구로 선택해야 한다. 따라서 ‘온실 실험실의 특징’보다는 ‘온실 실험실에 사용된 유리와 흙의 열물리적 성질’이 훨씬 좋은 제목이다.
앞에서 말했듯이 실험보고서의 목차는 이미 정해져 있다 할지라도 소목차들 간의 연결에는 신경 써야 한다. ‘도입’이나 ‘결과’, ‘토의’ 내의 소목차들 간에는 논리적 연관성이 명시적으로 드러나야 하며, 따라서 그 연관성을 명시적인 ‘연결문장(또는 문단)’으로 표현한다.
‘토의’에서는 앞서 설명한 실험 결과를 해석하고 분석하여 그 의미와 중요성, 또는 응용가능성 등을 서술한다. 이미 ‘결과’에서 나온 내용을 반복할 필요는 없고, 중요한 결과만 간단히 언급하면서 짧게 요약한다. 그리고 왜 그런 결과를 얻게 되었는지, 또 그런 결과가 연구 대상이나 주제를 이해하는 데 어떤 기여를 하는지 구체적으로 서술해야 한다.
보통 학생들은 오차가 많이 발생한 원인에만 주목하지만, 오차가 작다면 왜 그렇게 작은지도 함께 추론하고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나중에 실제 연구를 하면 알게 되겠지만, 실험이 성공하기 위한 조건을 ‘명시적으로’ 파악하고 기억하는 것은 모든 실험에서 가장 중요한 능력 중 하나이다. 만약 특이한 사실이 관찰되었다면 소개하고 그 원인을 추정해본다. 다만, 전체 보고서 주제와 관련성이 떨어지는 발견이라면 흥미롭다 할지라도 언급하지 않는 것이 좋다.
자신의 연구의 중요성을 부각할 때는 주로 다른 연구자들의 연구 결과와 비교한다. 만약 도입 부분에서 언급했던 선행 연구들의 실험 결과와 자신의 것이 서로 다르다면 그 차이가 왜 발생했는지, 그리고 그것은 해당 연구 주제나 분야에서 어떤 의미가 있는지 분석한다. 학부 교양수업의 실험보고서의 경우, 선행연구라고 할 만한 것이 없으므로 해당 실험이 관련 이론이나 원리를 이해하는 데 어떤 도움을 주었는지를 중심적으로 밝히면 된다. 즉, 실험을 하지 않았을 때와 달리, 실험을 통해서 그 이론이나 원리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내용이 있다면 그것을 자세히 기술하면 된다. 만약 그 이론을 입증하는 실험으로 더 나은 실험 방법이 있다면 그것을 제안하는 것도 특히 권할 만하다.
마지막으로 ‘참고문헌’은 본문 중에 언급했던 다른 논문이나 서적을 일정한 양식에 맞추어 쓴다. 본문에서 언급하지 않은 문헌은 참고문헌에 쓰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참고문헌 표기 방식은 분과학문별로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사전에 조교 등에게 문의해서 그 방식을 익히는 것이 좋다. 글쓰기 윤리는 최근에 대학과 학문공동체에서 특히 강조되고 있기 때문에 참고문헌 표기, 인용과 출전표기 방식 등은 시간을 내서 제대로 익히는 것이 꼭 필요하다.
하대청 / 서울대 교수학습개발센터 글쓰기교실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