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봅시다] 세계 무대의 화려한 갈채만큼 열정을 발산하는 명지휘자
[만나봅시다] 세계 무대의 화려한 갈채만큼 열정을 발산하는 명지휘자
  • 김혜리 기자
  • 승인 2000.06.14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므라빈스키, 카랴얀, 로스트로포비치, 우리나라의 정명훈... 사람들의 영혼에 숨을 불어넣는 작업을 멈추지 않는 위대한 오케스트라의 지휘자가 되는 것은 수많은 젊은 음악가들의 꿈이다. 이 젊은 음악가 중의 하나가 화려한 나비가 되어 세계 무대를 누비고 있다.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2시간의 공연동안 지루하지 않은 몸짓으로 그의 광기를 마음껏 발산한 지휘자 함신익 씨.
그는 깁스오케스트라를 창단하여 뉴욕의 명물로 부각시킨 후로 그린베이, 에벌린 오케스타라 등 미국 내의 유수 오케스트라의 상임지휘자 자리를 거쳐 현재 250대 1의 경쟁을 뚫고 예일대음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또 매년 KBS 교향악단을 지휘하는 등 그의 음악성은 널리 평가받고 있다.

지난 5월 30일 예일대 심포니 오케스트라 연주단이 예술의 전당, 연세대, 이화여대를 거쳐 우리 학교에서 초청 연주회를 가졌다. 세번의 커튼콜을 불러낸 성공적인 연주회 뒤의 단란한 만찬자리에서 만족한 웃음을 지우지 않고 있던 그를 만날 수 있었다.

“지휘자는 리더여야 합니다. 연주가 끝난 다음에 책임을 돌릴 곳이 없어요. 완벽에 가까운 연주를 위해서는 지휘자부터 냉철해져야 해요.”

지휘자는 인간으로서는 어디까지나 따스한 마음과 온화한 마음의 소유자이고 싶다. 그러나 일단 리허설에 들어가면 그는 독재적인 원맨이 되어야 한다. 그의 하는 일은 주자로부터 베스트를 끌어 내는 일이다. 그리고 될 수 있는 한 이상에 가까운 연주를 할 일이다.

지휘자에게 가장 중요한 능력의 하나, 즉 오케스트라에게 영감을 부여할 수 있는 능력은 원래 배워서 습득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 능력은 지휘자 각자의 개성으로 표현된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개성이 너무 강해 문제였죠. 내 의도가 너무 많이 들어간 거에요. 시간이 갈수록 오케스트라 전체의 조화와 화합을 중요하게 여기게 되면서 점잖아지고 부드러워진 것 같네요.” 그래도 여전히 개성있는 지휘자로 통하는 것은 그의 무용가 못지 않은 몸짓으로 연출되는 지휘법과 역동감에서 비롯된 것이다.

지휘봉을 젓는 박동작은 지휘자가 마스터해야 할 많은 기본 중의 하나일 뿐이며, 스코어 리딩 및 여러 가지 악기의 지식이나 그 주법 등은 음악의 템포, 다이내믹스 및 양식 등의 문제와 마찬가지로 연주하고 습득해야 할 기본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훌륭한 지휘자가 되기란 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다.

처음부터 지휘를 공부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도 어릴 때부터 꾸준히 피아노를 공부해 왔다고 한다. 그러다 점점 위대한 지휘자들에게 매력을 느껴 고등학교 때 지휘를 하겠다고 결심을 했다는 그는 고등학교 졸업과 함께 단돈 200달러를 들고 미국으로 건너갔다.

“그 땐 3~4시간 이상 자본 기억이 없어요. 남보다 앞서야 하고 남들이 안하는 걸 해야 성공한다는 생각으로 정말 열심히 했었죠.”라고 미국 유학초기 시절을 회고하는 그는 노력파다.

미국에서 이스트대 박사과정을 따내고 ‘실력파 지휘자’라는 이름을 얻기까지는 많은 노력이 뒤따라야 했다. 오직 실력으로만 평가받는 음악계의 냉혹한 경쟁 사회에서 남과 싸우고 음악에 삶을 던져 자기자신에게도 끝없는 싸움을 거는 그는 지금도 매일 ‘힘들다’는 말을 내뱉을 정도로 힘들고 피곤하다. 하지만 “힘든 것을 이겨내는 과정이 더 의미있는 게 아니겠어요?”라며 웃음짓는 그의 모습에서 대가의 관록이 엿보인다.

힘들다가도 일단 무대 위에만 올라가면 지휘에 몰입해서 청중 모두가 자신의 세계로 들어오는 것을 느낄 수 있고 바로 이때 보람의 의미를 넘어선 삶의 희열을 느낀다는 그. 지휘를 하면서도 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어떻게 하면 내가 차이코프스키를, 베토벤을, 베버를 느끼는 만큼 청중들이 느끼고 이해하도록 할 수 있을까’란다. 굳이 개성을 드러내려 하지 않아도 여기서 자신의 생각과 느낌이 전달되어 개성으로 표현되는 부분이기도 하다고. 그리고 이것이 바로 그의 지휘관이다.

공연 정규 레퍼토리가 끝나고 울려퍼진 앵콜곡, ‘애국가’에 대해 그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변화에 대한 고정관념 때문에 애국가는 100여 년 동안 한번의 변신도 없었죠. 개성이 너무 없는 애국가를 편곡해서 사람들에게 신선한 충격과 감동을 주고 싶었어요.”

공연 후 청중의 큰 박수를 받으면서 아끼는 오케스트라 단원들 하나하나에게 화환의 꽃을 떼어주는 장면을 연출하는 함신익 씨. 무대 위에서 지휘봉을 든 그의 당당한 모습에서 ‘한국이 배출한 걸출한 지휘자’의 명성을 되새기는 사람들이 더욱 많아질 것이라 직감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