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층 건축 기술
초고층 건축 기술
  • 김진구(성균관대 초고층학과 교수)
  • 승인 2009.10.14 0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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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높이를 향한 인류의 끊임없는 도전

보다 높은 구조물에 대한 인간의 갈망은 고대 바빌론의 바벨탑과 중세의 고딕성당, 현대의 초고층 건물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역사와 함께 다양하게 표출되어 왔으며, 지금도 최고의 높이를 향한 인류의 도전은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다.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이후 근대에 이르기까지 주된 건축 양식이었던 목조 및 조적조는 재료의 특성상 고층으로 건축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이러한 높이의 한계는 19세기에 들어 콘크리트와 철골이 건축재료로 사용되기 시작하고, 전기로 작동되는 고속엘리베이터가 개발됨에 따라 극복되기 시작했다. 1884년 미국 시카고에서 최초의 고층건물이라고 할 수 있는 55m의 Home Insurance 빌딩이 철골을 재료로 건설된 이후  100여 년 만에 최근 두바이에 약 810m 높이의 Burj Dubai 타워가 완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그림 1>.


현대의 초고층 건물은 도시의 인구집중, 대지의 부족, 높은 대도시 지가 등 사회ㆍ경제적인 요인뿐 아니라 큰 홍보효과 때문에 그 수요 및 필요성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즉 초고층 건물은 그 도시의 Land mark일 뿐만 아니라 경제력과 현 시대 최고기술의 집합체라고 할 수 있다. 초고층 건물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건물에 작용하는 지진과 바람 및 중력하중에 대한 건물의 거동을 해석하고, 이러한 하중에 효과적으로 저항할 수 있는 최적의 구조시스템을 선정하기 위한 구조공학, 거주자의 안락하고 쾌적한 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공조와 설비시스템을 설계하는 설비환경공학, 보다 가벼운 재료로 많은 하중을 견딜 수 있는 고강도 구조재료와 강한 풍압과 일교차가 큰 고공의 외기에 견딜 수 있는 외장재와 관련된 재료공학, 초고층 건물을 경제적이고 효과적으로 구현하기 위한 설계ㆍ시공ㆍ관리, 양중장비와 계측 등 각 분야의 최고 기술의 종합적인 적용이 필요하다.


초고층 건물의 뼈대를 구성하기 위하여 다양한 구조방식이 적용되고 있다. 튜브구조형식은 외부에 기둥을 3m정도로 촘촘히 배치하고 기둥과 기둥 사이를 60cm∼150cm의 큰 보를 강접합으로 연결하는 형태로 외부 기둥이 구조물의 횡하중과 연직하중을 동시에 지지하도록 한다. 일반적으로 배치된 외부 기둥과 춤이 큰 테두리 보가 서로 강접되어 건물의 외부가 강력한 튜브와 같이 거동하도록 설계하며, 경우에 따라 외부 기둥 간격을 크게 하고 대형 가새(brace)를 설치하기도 하는데, 1969년 시카고에 건설된 100층의 John Hancock Center가 대표적이다.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까지 건물의 중앙에 위치한 콘크리트 코어벽과 외부에 배치된 대형기둥이 아웃리거 트러스나 전단벽으로 연결되어 횡력에 대하여 큰 강성을 갖는 구조 형식의 초고층 건물이 많이 건설되었다. 최근에는 튜브 시스템과 유사하지만 외부 기둥이 수직이 아닌 다이어그리드(diagrid) 시스템을 이용하여 많은 초고층 건물들이 설계되고 있다. <그림 2-a>는 Burj Dubai 타워가 완공되기 전까지 세계 최고의 건물이었으며 코어 전단벽과 대형 기둥으로 구성된 타이페이 101 타워이다. <그림 2-b>는 다이어그리드 시스템으로 설계된 런던의 41층 Swiss Re 빌딩이다.


최근 세계 초고층 건물의 추세는 과거의 대칭적이고 단순한 형태를 탈피하여 매우 다양하고 비정형적인 형태를 띠고 있다. 이러한 비정형 초고층 건물은 정형건물과 달리 외력에 대한 거동을 예측하기 위하여 정밀한 해석기술을 필요로 하며, 주어진 형태에 가장 적합한 최적 구조 시스템을 결정하는 것이 매우 어려우며, 기존의 건설 기술과 다른 창의적인 기술을 필요로 한다. 특히 3차원 형태를 2차원 도면으로 표현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므로, 설계 단계에서부터 부재의 제작 및 시공단계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전산화하고, 각 단계의 정보가 연관된 단계로 자연스럽게 전달될 수 있는 정보화 기술이 큰 역할을 하게 된다. 따라서 앞으로 초고층 건축물의 핵심 요건인 구조안전성을 보장하고 비정형에 수반되는 건설비용의 증가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구조 및 시공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IT 기술과 융합하는 지능형 시뮬레이션 기술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예측된다.


국내에서도 주상복합빌딩 및 도심재개발에 의한 재건축의 증가로 40층 이상의 초고층 복합빌딩 건립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으며, 그 중 상당한 부분이 과거와 다른 비정형의 형태를 가지고 있다. <그림 3>은 현재 시공되고 있거나 계획 중인 초고층 건물의 예를 나타낸다. 그 외에도 부산 롯데월드, 송도 151 타워 등 150층 규모의 초고층 건물이 다수 계획 중에 있다.


지진이나 바람에 의하여 건물에 과다한 횡변위가 발생할 경우 창문을 포함한 외부 마감재나 엘리베이터 등과 같은 설비 시스템이 손상될 수 있다. 또한 사람은 변위보다는 가속도에 의해 어지럼증을 느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초고층 건물 구조설계에 있어서 수평변위 및 가속도를 일정한 수준 이하로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설계목표이다. 지진이나 태풍 등 천재지변으로부터 건물의 안전과 쾌적한 주거 환경을 보장하기 위하여 다양한 형태의 기계적 제진장치가 적용되고 있으며, 건물이 초고층화 될수록 이와 관련된 기술이 지속적으로 발전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바람이나 지진에 의한 건물의 진동을 줄이기 위하여 Viscoelastic Damper, Tuned Mass Damper, Active Mass Driver 등이 적용되고 있다.


최근 지구 온난화의 요인인 CO2 배출 저감 등 환경성 증진방안에 대한 논의가 국제적으로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대도시의 과밀화와 신도시개발 등으로 인한 건축물의 신축과 재건축ㆍ재개발이 활발한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건축물의 건설과 관련하여 친환경성을 고려하는 것이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즉 건축물 자재의 생산ㆍ설계ㆍ시공ㆍ유지관리ㆍ폐기 등 전과정을 대상으로 에너지 및 자원의 절약, 오염물질의 배출 감소, 쾌적성, 주변 환경과의 조화 등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에 대한 평가를 통해 환경성능을 강화하려는 시도가 전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2001년 9월 11일 World Trade Center에 가해진 테러로 인하여 110층 쌍둥이 건물이 붕괴되었다. 이를 계기로 초고층 건물의 건설에 있어 테러로부터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 중요한 설계변수로 고려되고 있다. 즉 화재, 폭발, 차량에 의한 충격 등으로 소수의 부재가 파괴되더라도 나머지 부재가 하중을 충분히 분담할 수 있게 여유도(redundancy)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에는 이러한 국부적인 손상이 건물의 붕괴로 이어지는 연쇄붕괴현상을 방지하기 위하여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건축물 시공기술은 몇 년 전까지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었던 말레이시아의 Petronas 타워와 곧 최고의 자리를 차지할 Burj Dubai 타워를 삼성건설이 시공하는 등 세계 최고 수준에 상당히 근접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으나, 설계 및 엔지니어링 분야에서는 외국 업체들의 하청업체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형 외국 설계회사들이 세계 초고층 건축시장의 설계 및 엔지니어링 기술을 독점하고 있어, 국내에서 건설되는 대부분의 고층 건물들의 설계 및 엔지니어링을 외국의 설계사가 담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해외 엔지니어링 시장의 규모는 연간 약 200억 불로 추정되고, 국내 건설 시장규모가 세계 10위권 내에 있으므로, 전문 인력의 양성과 기술개발 활성화를 병행할 경우 건설기술의 개발이 건설 시장에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초고층 건물의 설계 및 관련된 엔지니어링 기술은 매우 고부가가치 산업이며, 앞으로도 많은 초고층 건물이 지속적으로 건설될 것으로 예상되므로, 초고층 건축기술의 개발에 관련된 국가차원의 전략적 투자가 필요한 것으로 사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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