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비전 2020의 성공적인 달성을 위한 제언
[사설] 비전 2020의 성공적인 달성을 위한 제언
  • .
  • 승인 2009.10.14 02: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얼마 전 중앙일보에서 실시한 전국대학 평가에서 우리대학의 순위가 작년보다 한 계단 밀려난 3위를 차지한 것에 대해 대학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작년에 우리대학이 국제화 부문에서 저조한 평가를 받은 바 있어서 올해에는 국제화 부문에 많은 역량을 쏟아부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작년보다 성적이 떨어졌다는 사실이 적지 않은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그로부터 얼마 후 다시 영국의 유력 일간지 <The Times>에서 발표한 2009 세계대학 평가에서 우리대학은 134위를 차지해 작년의 188위에 비해 순위가 대폭 상승했지만, 현재 우리대학에서 추진하고 있는 비전 2020의 목표 수준인 상위 20위권 내에 들기에는 아직 요원해 보인다. 비전 2020의 성공여부는 앞으로 우리대학이 그 명성을 오랫동안 이어갈지 아니면 점점 쇠락의 길로 접어들지를 가늠하는 중요한 마일스톤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 본지에서는 앞으로 10년 남짓 남은 시점에서 비전 2020을 달성하고 세계 일류대학으로 도약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부분에 대해 네 가지로 나누어 짚어보고자 한다.


첫째, 과학이 일반인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과학이 발전함에 따라 새로운 기술과 개념들이 탄생하고 있다. 연구 분야가 첨단 분야일수록 관련 기술 및 개념들은 종래에 통용되는 담론과는 전혀 다른 것이어서, 과학이 생소한 사람들에게는 매우 어렵고 그 중요성에 대해 공감하기가 힘들다. 이것은 우리대학을 외부에 효과적으로 홍보하기 위한 방안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현재 우리대학이 대외적으로 이슈가 되는 경우는 독창적인 연구 성과로 인해 최우수 저널에 실린다든가 저명한 단체에서 주는 상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과학기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이러한 우수한 연구 업적이 그들의 기억 속에 있는 이전의 다른 연구 업적들과 별다른 차이가 없는 그저 또 하나의 새로운 뉴스로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근본적으로 자연과학 분야에 몸을 담고 있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 간에 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에 기인한다. 그리하여 비자연과학 분야의 사람들은 과학기술의 중요성에 대해 막연하게 인식을 하지만 그것이 왜 중요한가에 대해서는 충분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좀 더 현실적인 문제를 짚어보자. 과학기술에 대한 국가예산을 편성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인문학 혹은 사회과학을 전공한 행정관료들이다. 그들이 과학기술의 중요성에 대해 가지는 생각과 우리가 가진 생각 사이에 격차가 존재한다면 이는 보통 문제가 아닐 것이다.


둘째, 우리대학에서 진행되고 있는 연구의 진행방향을 재정립해 볼 필요가 있다. 현재 우리대학에서 열리는 세미나 혹은 학회의 주제는 ‘이산화탄소를 획기적으로 절감하는 기술’,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시킨 차세대 연료전지’ 등과 같이 지극히 기술 중심으로 명명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면 ‘상상력의 천국’이라고 불리는 MIT의 미디어 랩에서 수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들은 보통 ‘공간 바꾸기(Changing Places)’, ‘똑똑한 도시(Smart Cities)’, ‘정보 생태계(Information Ecology)’, ‘생각하는 사물(Things that Think)’ 등과 같이 일반인들이 보기에도 그 개념을 확실하게 이해할 수 있는 이름으로 되어있다. 그리고 각각의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기술들을 정의함으로써 기술개발의 목표와 방향성을 확실하게 설정해주기 때문에 연구개발의 효율성이 매우 높게 나타난다. 또한 MIT 미디어 랩은 수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들을 비즈니스 모델화함으로써 경제성을 보장하고 그에 따른 지속 가능한 성장을 가능케 한다. 특정 연구 분야에서 세계 최고가 되기 위해서는 전세계 수많은 연구소들과 경쟁해야 하는 레드 오션에 직면하게 되지만, 이렇게 기술들을 사업화 가능한 모델로 구성하게 되면 그 분야는 전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존재하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비교우위의 장점을 최대한으로 누릴 수 있게 된다. 비전 2020의 목표이기도 한 학문적ㆍ산업적으로 임팩트가 큰 연구결과를 지속적으로 창출하려면 앞으로 우리대학의 연구실에서 진행되는 연구들도 장기적으로는 이러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셋째, 대학 차원에서 우수한 연구인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확실한 유인동기가 제공되어야 한다. 비전 2020을 달성하기 위한 5대 중점추진과제 중 하나가 바로 우수인력의 확보다. 우리대학은 올해부터 우수학생을 유치하기 위해 대학원입시에서 연중 입학원서를 접수하며 총 4회에 걸쳐 학생들을 선발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는 학생들에게 단지 대학원 지원의 문호를 넓힌 것일 뿐이어서 우수한 학생들을 선발하려는 목적을 달성하기에는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 미국 최대의 검색엔진 업체인 구글은 해마다 미국의 Top MBA 졸업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직장 1위로 손꼽히고 있다. MBA 졸업자들이 구글에 입사하기를 원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구글이 제공하는 복지 서비스와 창의적인 업무환경으로 인해 ‘최고로 일하기 좋은 곳’이라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구글에서 일하는 구글 직원들은 회사를 아예 캠퍼스라고 부른다. 최근에는 삼성전자 역시 ‘삼성 디지털 시티 선포식’을 통해 수원에 있는 사업장을 대학 캠퍼스처럼 감성과 문화가 담겨있는 곳으로 탈바꿈시킴으로써 직원들에게 꿈의 일터를 제공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하지만 현재 우리대학 구성원들이 생각하는 ‘캠퍼스’는 과연 어떠한 곳일까? 분명한 것은 구글이나 삼성 직원들이 생각하는 캠퍼스의 개념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우리대학도 구성원 스스로가 ‘최고로 연구하기 좋은 곳’이라고 인식하게 된다면 외부의 우수한 인재들이 자연스레 포스텍으로 몰려오지 않을까 생각된다.


넷째, 연구의 수월성 제고를 위해 선택과 집중을 통한 연구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비전 2020의 핵심발전지표로 노벨상 수상자 배출이라는 항목이 있다. 이제 약 10년 정도 남은 시점에서 과연 2020년까지 노벨상 수상자 배출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까 질문을 던져보면 적지 않은 의구심이 든다. 우리대학에서 노벨상이 나오는 것에 대해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면 교내 연구실들 중에서 노벨상에 도전할 만한 연구 후보군을 선정하여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것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후보로 선택된 연구실에 대해서는 행정 편의 및 연구비 지원을 파격적으로 제공함으로써 연구 성과를 극대화하는 방법을 제안해본다. 그러한 노력들이 소기의 성과를 달성하여 2020년에 우리대학에서 노벨상 수상자가 나오게 된다면 우리대학의 위상도 자연스레 격상될뿐더러 그간 쌓인 노력의 성과들이 향후에도 선순환적으로 작용하여 대학의 발전에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다.


자연계의 현상을 설명하는 원리 중에 ‘동적 평형(Dynamic Equilibrium)’이라는 것이 있다. 이는 겉으로 보기엔 아무런 변화가 없는 것처럼 보여도 실제로 그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선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나타낸다. 현재의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도 어느 정도 에너지가 필요하지만 이는 누구나 할 수 있는 평균적인 수준의 노력이며, 계를 뛰어넘기 위해서는 보다 지속적이고 특별한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우리대학이 추진하고 있는 일들을 살펴보면 지극히 평균적인 수준의 노력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경쟁상대라고 생각하는 대학들에 비해 우리대학만이 시행하고 있는 차별화된 전략은 과연 무엇인지 생각해보면 부족한 점들이 많아 보인다.


더군다나 작년에 실시했던 전국대학 평가에서 우리대학이 국제화 부문에서 매우 낮은 평가를 받았던 터라 올해는 이 부문에서 점수를 만회하기 위해 외국 교환학생들의 수도 늘리고 영어로 진행되는 강의도 늘렸지만 결과는 오히려 더 나빠진 상황이다. 그리스 신화 중에 ‘프로크루스테스’라는 인물의 이야기가 있다. 프로크루스테스는 지나가는 행인을 붙잡아 자신의 침대에 눕히고는 행인의 키가 침대보다 크면 다리를 침대에 맞게 잘라버리고, 키가 작으면 억지로 다리를 잡아 늘려서 사람을 죽이곤 했다고 한다. 현재 우리대학도 남이 세워놓은 기준에 자신을 억지로 끼워 넣으려고 하는 과정에서 정작 자신의 본질을 훼손하고 보다 더 중요한 가치를 잃어버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된다. 우리대학의 진정한 본질과 가치관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진지하게 고민해보고, 앞으로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를 심사숙고해볼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