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엿보기] 티저광고- 창조정신의 상업적 산물
[문화 엿보기] 티저광고- 창조정신의 상업적 산물
  • 손성욱 기자
  • 승인 2000.11.2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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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처음 이런 광고 문구를 보게 된다면 아마도 애국심을 강조하려는 광고인 줄로 착각할 사람이 많을 것이다. 게다가, 부연 설명으로 “Korea는 당신이 당신 자신만을 생각하고 있는 그 순간에도 당신을 생각하고 있습니다.”라고까지 한다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우리는 요즘 광고를 보았을 때 저게 무슨 뜻인지, 무슨 제품을 알리려는 것인지에 대해 이해가 잘 가지 않는 광고들을 간혹 볼 수 있다. 처음에 이것이 어떤 제품인지에 대해서조차도 알 수 없도록 호기심만 불러일으키는 의미가 모호한 광고, 이러한 새로운 경향의 광고를 티저광고(teaser advertisement)라 한다.

티저(teaser)는 사전적으로 ‘화나게 하다, 약올리다, 괴롭히다’라는 의미를 지닌다. 티저광고란 시리즈 형식의 광고로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유발시키기 위해 처음에는 궁금증을 유발하도록 메시지나 이미지를 제시하다가 차츰 광고 내용을 밝혀 가는 형식의 광고, 즉 광고 내용을 한번에 보여주지 않고 조금씩 몇 차례에 나누어 보여주는 기법이다. 티저광고는 소비자에게 매일 전달되는 신문이나 방송 매체를 이용한 광고로서 광고주나 제품을 일부러 숨긴 채 의외성을 이용해 주목을 끌기 위해 만들어지며, 주로 신제품의 발매시에 이용된다. 이러한 기법에는 규칙이 있다.

우선 사람들의 관심을 유지하기 위해 같은 면, 같은 사이즈, 같은 간격을 두어 게재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광고의 사이즈는 일반 광고보다 크거나 두드러져야 일관성이 쉽게 유지될 수 있다. 주로 인터넷이나 정보통신, 휴대폰 등 신세대를 주 타깃으로 한 제품광고에서 이러한 기법이 주로 사용되는데, 호기심이 넘치는 N세대의 특징을 이용해 진짜 알리려는 내용을 숨겨 궁금증을 일으킨 후, 시차를 두고 양파껍질을 벗기듯 조금씩 보여주면서 “쟨 누구야?”, “무슨 얘길 하려는 거야?” 같은 반응을 유도, 관심을 끌어모으는 방법이다.

문두에 예를 들었던 것은 ‘korea.com’이란 인터넷 도메인을 소유한 두루넷(thrunet)이란 회사의 광고이다. 이 회사는 자신들이 소유한 도메인을 대한민국이라는 국가 이미지에 연계시켜 처음에는 국민 모두의 관심사인 축구 한일전을 테마로 사람들의 잠재의식 속에 있는 애국심을 자극하더니, 요즘에는 ‘한국의 대표가 되십시오’라는 문구로 시선을 끌고 있다. 물론 자신들의 사이트에 ID를 만들어달라는 뜻이다. ‘선영아 사랑해’란 문구로 지난 봄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킨 ‘마이클럽(http://www.miclub.com)’이나 노이즈 낀 화면에 잡음 섞인 사운드로 ‘χ’라는 글자를 형상화한 로고만을 보여주었던 ‘Khai’등, 티저광고는 소비자들에게 강렬한 이미지를 남기며 광고의 새로운 트렌드로 부상했다. 이러한 흐름 중에서도 특히 백미라 할만큼 눈에 띄는 것은, 작년 여름 우리나라에선 처음으로 이러한 광고 기법을 도입하며 대성공을 거둔 ‘TTL’광고이다. 이것은 SK텔레콤의 이동전화 서비스 광고로, 작년 한해 이동전화 시장을 전면 재편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위력을 보여주었다. 빠르고 시끄러운 광고들 틈새에서 조용하면서도 차분하게, 그들은 전혀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얼굴의 모델과 동그라미 속에 글자가 깜빡거리는 로고 하나만을 사용하여 소비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고, 이것은 곧 상품의 폭발적 판매 신장으로 이어졌다.

처음에는 모두가 ‘저게 뭐야? 이상해’라고 하도록 만들었다가도 차츰 사람들의 눈길을 잡아 끄는 힘, 그것이 바로 티저광고의 위력인 것이다. 이러한 예에서 눈여겨보아야 할 점은, 무한창작 시대에 맞게 창의성에는 한계가 없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모두가 이상하다고 생각하여 한번쯤 고려해보지도 않았던 영역을 파고들고, 또 그것이 보편화되면 다시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는 끊임없는 창조정신이 필요하다.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끊임없는 창조 정신이란 다소 버겁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평소 눈여겨보지 않았던 생활의 작은 부분이라도 다시 한번 돌아보는 자세가 중요할 것이다. 특히나 우리 학교같이 공학계열에서 연구를 하며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 나가야 할 책임을 진 사람들에게는 매우 좋은 교훈이 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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