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의 고충을 인식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갖자
서로의 고충을 인식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갖자
  • 강탁호 기자
  • 승인 2009.05.06 20: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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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내 교통문제에 관한 제언

 

 길 가는 그대 옆을 쌩하고 스치는 오토바이, 어디선가 튀어나와 유유히 무단횡단을 하는 학생. 학교는 작지만 그렇다고 위험이 없는 것이 아니다. 우리대학을 관통하는 여러 길과 공간에서 무엇이 어떻게 위험한가 분석해보고, 탄 사람과 안 탄 사람 서로의 목소리를 들어보았다. <편집자 주>

위험지역(Dangerous) "D4"

①지곡회관 둘레길
기숙사 지역으로 들어오기 위한 차량과 학생의 이동량이 많은 길목이다. 지곡회관을 옆으로 녹지를 양옆으로 낀 이 길은 차 한 대가 지나가고 보도가 있다. 급히 꺾이기 때문에 학생이 도로로 나올 경우 운전자가 미처 발견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작년에 도로 한편에 경계석과 콘이 설치돼서 보행자의 통로가 확보되었으나, 다른 한쪽은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

②지곡회관 옆길
지곡회관은 한 방향 도로이다. 즉 차량과 이륜차 모두 한 방향으로만 회전해 나가야 한다. 입구 표지판에서도 일방통행임을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가끔 역방향으로 운전하는 차량과 이륜차가 목격되곤 한다. 일방통행 표시가 주정차된 차량에 의해 가려진 경우도 왕왕 있기 때문에 학교에 처음 내방한 방문객의 경우 역방향 운전을 할 개연성이 충분하다.

③무은재 삼거리
4월 14일 오토바이와 자동차 차량 간의 사고가 난 곳이다. 국제관에서 무은재기념관까지 내려가는 직선도로와 청암로가 만나는 삼거리이다. 국제관에서 무은재기념관까지 내려오는 길에 과속방지턱은 위쪽 도로에만 설치가 되어 있어, 과속방지턱 이후 내리막에서 속도를 금방 낼 수 있다. 그리고 연구실·강의실과 가깝기 때문에 많은 차들이 이곳에 불법 주정차를 하곤 한다. 며칠 전의 사고도 교차로에 택시가 주차되어 있었던 것이 한 원인이 되었다. 사고가 일어난 지 12일 뒤인 토요일 오후에도 3대의 차량이 교차로 부근에 주차되어 있었다.

④ 청암로
학생식당에서 식사를 한 학우들이 하나둘 청암학술정보관으로 향한다. 차가 오는지 안 오는지 좌우를 살피다 하나 둘 길을 건넌다. 횡단보도가 있지만 직선거리가 아니기 때문에, 지하보도가 있지만 그 역시 동선이 길기 때문에 많은 학우들은 무단횡단을 한다. 청암로의 규정속도는 40km/h. 그러나 40km/h라고 하기엔 빠른 속력으로 달리고 있는 차들도 보인다. 더군다나 높이 차이가 있는 언덕이라, 언덕 위의 차와 언덕 사면에서 무단횡단을 하는 학생이 서로 잘 보이지 않는다.

 

교통의 적들

①부정주차
개교 초기 주차장 부지로 활용되던 공간에 정보통신대학원·국제관 등의 건물들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차를 대야 할 건물은 많이 생기는 반면 주차장은 줄어들면서 도로 옆에 불법주차를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사실 우리대학의 주차장 면은 부족하지 않다. 주차장에 댈 수 있는 차량의 수가 100대라 하면, 현재 구성원들이 보유한 차량 수는 80대 정도. 그러나 실질적으로 많은 운전자들에게 주차공간은 부족한 것으로 느껴진다. 가속기 주차장, 체육관 주차장, 낙원아파트 주차장 등은 접근성이 떨어져 많이 이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차라리 불법주차를 한다.
2007년 불법주차 문제가 본격적으로 제기된 이후 경계석·콘 등을 설치하고 단속을 강화해 불법주차는 급격히 줄어들었다. 그러나 며칠 전 사고에서 보듯이 불법주차가 완벽히 없어진 것은 아니다. 학내 교통문제를 담당하는 총무인사팀에서는 지금처럼 불법주차를 계속 단속할 것이라 한다. 그러나 단속을 해도 사법권이 없는 이상 경찰처럼 패널티를 줄 수도 없어, 현실적으로 제재가 100% 가능한 상황은 아니다.

②오토바이
4월 14일 사고 이후 오토바이 헬멧 착용에 대한 단속이 시작되었다. 단속은 20일부터 시작되어 2주일 정도가 지난 지금은 많은 학생들이 헬멧을 착용하고 오토바이를 타는 모습을 볼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학생들도 있긴 하다. 하루에 한두 명 정도가 단속에 걸린다고 한다. 총무인사팀의 양영선 과장은 “오토바이 운전자들이 최소한 헬멧 정도는 쓰고 과속하지 않으면 좋겠다”고 했다.

타대학에서는?

많은 대학들이 학내 교통문제로 인해 고심하고 있다. 그 중 가장 큰 문제로 대두되는 것이 스쿠터와 오토바이를 포함한 이륜차 안전 문제이다. 대학들은 이 문제에 대한 다양한 해결책들을 내놓고 있지만 당분간 뾰족한 수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법률상 대학구내는 도로교통법상의 도로가 아니기 때문에 경찰의 단속권이 직접적으로 미치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대에서는 오토바이 운전자 준수사항을 공지하고 일정 기간을 계도기간으로 삼은 후 단속을 실시한다. 오토바이 운전자 준수사항에는 의무적인 헬멧 착용, 과속운행 금지, 운행 금지구역 준수 등이 포함된다. 서울대는 공시된 준수사항을 3회 이상 위반하면 △ 요식업체의 경우 출입제한 △ 학생은 지도교수를 통한 특별지도 △ 교직원은 인사 불이익을 주는 등 교통안전 확립을 위한 강한 의지를 내비췄다.
연세대 원주캠퍼스는 총무처·학생복지처·총학생회가 협력하여 오토바이 헬멧 착용, 과속 등에 대해 강력한 단속을 벌인바 있다. 교수와 직원들이 단속에 참여했으며 ,헬멧 미착용자와 오토바이 미등록자는 교내 진입을 금지시켰다.
고려대·성균관대 등 서울시내 주요 대학들도 강의실과 도서관 인근 도로를 오토바이 운행 금지구역으로 설정하고, 오토바이 주차료를 받는 등 이륜자동차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여러 가지 해결 방안에서 불구하고 각 대학은 특별단속 기간에만 ‘반짝’하고 마는 단속이라는 비난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지역 관할 경찰서와 협력하여 특별단속을 실시하기도 하지만 교통사고는 특별단속 기간에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구성원들의 고충

 학내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교통문제에 대한 교내 구성원 각자의 고충을 들어보았다. 많은 구성원들이 서로의 고충을 인식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 교통안전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는 데에 의견을 같이 했다.

①자동차 운전자
△ 보행자들이 인도나 횡단보도가 바로 옆에 있는 데도 차도로 다니면 정말 난감해요. 특히 도서관 앞에서 무단횡단하는 보행자 때문에 깜짝 놀란 적이 많아요. 다수의 사람들이 함께 행동할 때는 그런 행동을 하는 경향이 더욱 심해져요.
△ 예고 없이 갑자기 ‘쌩’하고 옆에서 지나가는 이륜차 때문에 멈칫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죠.

②이륜차 운전자
△ 법을 안 지키고 도로를 헤집고 다니는 이륜차도 문제지만, 모든 이륜차를 싸잡아서 무시하고 앞지르려는 운전자들의 태도도 사고의 원인이 됩니다.
△ 많은 자동차들이 교차로에서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은 채로 방향을 바꾸더군요. 특히 무은재기념관에서 청암학술정보관 쪽으로 내려오는 길은 신호등이 없으므로 안전을 위해서는 방향지시등 켜는 것이 필수입니다.
△ 교내에 자동차나 이륜차가 얼마 없어서 그런지 보행자들이 위험을 무시하고 차도로 많이 다녀요.

③보행자
△ 밤에 기숙사 사이로 난 오솔길을 걸을 때 음식배달 오토바이와 마주쳐서 깜짝 놀란 적이 있어요. 오토바이는 인도로 다니면 안 되잖아요.
△ 일부 택시들은 심하게 경적을 울려대더군요. 기숙사 지역에 경적금지 팻말이라도 크게 달아놔야 하는 것이 아닌지.
△ 지곡회관 역주행은 정말 기겁+당황+짜증이네요.

강탁호 기자 philip0121@
김현민 기자 sappl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