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우리대학의 교양교육, 어떤 변화가 필요한가?
[사설]우리대학의 교양교육, 어떤 변화가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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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05.06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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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대학의 교양교육(general education)이란 특정 전공이나 직업에 구애되지 않는, 대학졸업생이 갖추어야 할 기본적 능력들인 성숙한 인격체가 필요로 하는 품성, 세계 시민으로서의 소양과 도덕성, 그리고 변화하는 사회에의 적응에 필요한 판단력과 창의성 배양 등을 지향하는 것으로 정의된다. 이 같은 교양교육이 중요하다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교양교육의 방향이나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들이 있을 뿐 아니라 상당부분 서로 상충하기도 한다. 그동안 우리대학에서도 개교 이래 수차례의 교육과정 연구를 통해 많은 개선이 이루어져 왔다. 현시점에서 21세기 글로벌 사회의 리더 교육을 위해 우리대학의 교양교육에 필요한 몇 가지 변화를 생각해 보고자 한다.
첫째, 교양교육에서도 과감한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그동안 다양한 학문분야의 비교적 좁은 범위의 깊이 있는 교육이 강조되어 왔으나, 이에 못지않게 넓게 크게 보는 안목을 기르는 교육이 필요하다. 미래학자 다이엘 핑크는 최근의 글로벌 경제위기가 큰 그림을 못보고 조각만 봤기 때문에 초래된 것으로 분석했다. 인문사회 분야에서도 영역 간의 경계를 넘나드는 다양한 접근들이 보다 강조되어야 하겠다. 기존의 영역별 소개로 이루어지는 과목뿐 아니라 어떤 주제를 이공계열과 인문사회예술계열을 망라한 다양한 분야에서 접근하여 보다 심도 있는 이해를 추구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과목들의 개발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인간의 마음·행동·문화 등에 대해 심리학이나 사회학 등 특정 분야의 독자적 접근이 아닌 심리학·사회학·인류학·경제학·신경과학·철학 등의 총체적 접근으로 보다 깊이 있는 이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경제행위도 최근에는 심리학적·뇌신경과학적 접근 등으로 보다 새롭게 이해되고 있다.
둘째, 분야 간의 통합뿐 아니라, 지식과 감성을 포괄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미래학자인 리차드 왓슨은 저서 <Future File>에서 미래에 필요한 능력으로 ‘기술보다 감성’, ‘high-tech보다 high-touch’를 강조했다. 역시 미래학자인 다내엘 핑크도 최근 저서 <새로운 미래가 온다(A whole new mind)>에서 전체를 조망하는 통찰력, text에만 매몰되지 않고 context를 감지할 수 있는 능력, 예술과 감성까지 아우른 통섭과 종합의 능력인 ‘High-concept’를 키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관점에서 우리대학에서의 교양교육도 인문사회계열과 예술·문화를 포괄하는 교육이 필요할 뿐 아니라, 그런 교육에서도 지식과 이론만이 아니라 인간적인 공감, 감성, 예술적 경험을 아우를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 이미 작년부터 우리대학이 한국예술종합학교와 다양한 교류를 하고 있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 이와 함께 앞으로는 다양한 예술분야에서 실기 교육도 실시해봄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이미 미국의 주요대학에서는 전공에 상관없이 다양한 미술·음악 분야의 실기 과목들이 선택교양으로 제공되고 있으며, 그 수준도 상당히 높다. 이는 학생들의 문화적 소양을 기르는 것뿐 아니라 예술적 경험과 몰입을 통한 감성 함양, 그리고 전공이 다른 다양한 학생과 교수와의 교류를 통한 넓은 안목 습득에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이제 우리대학에서도 예를 들면 ‘조각’, ‘실내악 연주’, ‘작곡’, ‘미니영화제작’ 등의 과목들을 제공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셋째, 타인에 대한 이해와 공감, 그리고 다양한 문화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 인성교육·전인교육의 기본으로 여겨지는 인간에 대한 이해에서 주위의 사람들뿐 아니라 다른 민족·사회·문화에 대한 이해가 매우 중요하며, 이는 21세기의 바람직한 세계시민이 갖추어야 할 기본 자질이기도 하다. 즉, 다양한 사람들과 행복하게 공존할 수 있는 인간으로 교육하는 것은 고도의 전문지식을 갖춘 과학 공학계의 리더를 기르는 우리대학의 교육에서도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커뮤니케이션 스킬과 같은 기술과 방법적인 측면뿐 아니라 자신과 상대방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배려할 줄 아는 마음, 공감 능력의 계발이 요즈음 강조되는 리더십 교육의 주체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인간에 대한 이해, 다양한 문화에 대한 이해를 고취시키기 위한 활동과 구체적인 교육과정도 체계적으로 개발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우선 RC동에서의 교수-학생간 보다 심도 있는 교류와 봉사활동 등이 좋은 시작이며, 이미 시행하고 있는 방학기간 중의 해외연수 등에서도 외국에서의 수업 이외의 다양한 학생들과의 교류 활동을 여러 교육적 측면을 고려하여 보다 체계적으로 연구·계획하여 시행한다면 단순한 어학연수나 단기유학을 넘어선 훌륭한 교육과정이 될 것이다.
분야를 막론하고 인재양성에서 창의성의 고양 및 개발이 강조되고 있다. 하지만 창의력 계발을 위한 별도의 교육이 존재한다고 할 수 없다. 위에서 강조한 다양한 분야와 관점에의 노출, 그리고 감성적 공감과 몰입, 예술적 경험 등이 함께 어우러진다면 창의성 개발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