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증의 동반자 전공책
애증의 동반자 전공책
  • 강탁호·김가영 기자
  • 승인 2009.09.02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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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야 익숙해졌겠지만 새내기였을 때 전공서적을 본 후 당황스러움을 기억하는 학우들이 많을 터다. 두껍고 무거운 책, 책을 열면 쏟아지는 깨알 같은 글씨들하며 수십 개에서 백여 개에 육박하는 연습문제들은 풀기도 전에 우리를 지치게 했다. 게다가 영어! 그 무게에 질려서 책을 조각낸 학우도 있고, “난 되팔 거야!”라며 끝끝내 아령 같은 책을 매고 78계단을 오르내린 학우도 있다. 시험 전야가 되어서야 한글판 번역서를 구해 부랴부랴 시험 준비를 했던 기억들. 웬만한 포스테키안의 책장에는 치열하게 공부했던 과거를 떠올리게 해줄 전공 책이 한권 정도는 꽂혀있을 것이다. 좋든, 싫든 늘 함께할 수밖에 없는 애증의 동반자, 전공 책에 대해 알아보자. <편집자 주>

   
인터뷰 - <재료화학공학> 집필 중인 이시우(화공) 교수

인터뷰 - <재료화학공학> 집필 중인 이시우(화공) 교수

 

인터뷰 - <재료화학공학> 집필 중인 이시우(화공) 교수

교수님, 책은 어떻게 쓰세요?

- 어떤 계기로 집필을 하게 되었는지?

화학공학과에 재료 기초과목을 만들어야할 필요를 느껴 20여 년 전에 ‘재료화학공학’ 과목을 만들었다. 강의를 계속하다 보니 기존의 재료공학 책들이 많지만 재료를 전공하지 않은 화학공학계열의 학생들에게 필요한 지식을 효율적으로 전달한 만할 딱 맞는 책이 없어서 이렇게 직접 책을 쓰게 되었다.

작년 겨울에 집필을 시작했고, 오는 연말쯤 교보문고에서 출판될 예정이다. 지금은 추가 자료를 작성하고 있고, 교보문고 측에서 책을 만드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우리나라 말로 쓴 교재인데, 추후 번역을 해서 세계 시장으로 나아갈까 생각 중이다.

- 집필을 어떻게 했는지?

강의를 오래 해온 것이 교재를 쓰는 데 가장 큰 밑바탕이 되었다. 20여 년간 강의한 강의록을 모아두고 있었다. 학문의 발전 추세에 맞추어 포함시켜야 되겠다고 생각한 부분은 추가적으로 자료를 찾아가면서 썼다. 특히 글은 확실해야 하니까 자료를 철저하게 잘 찾아서 선별, 정리해야 했다. 어려웠던 점은 연구·학생지도 등을 하면서 추가로 시간을 내어 교재를 집필해야 했다는 점이다. 때로는 늦은 밤이나 주말에도 집필을 했다.

- 출판사(교보문고)와의 계약과 의사소통은 어떻게?

원고 초안을 마무리하고 출판을 할 수 있는 단계에서 어느 출판사가 적절한지 고심을 하던 중, 교보문고에서 이공계 서적을 많이 판매하니 잘 알고 있을 것 같아 문의를 했다. 뜻밖에도 그쪽에서 교재를 출판해 보겠다고 하며, 교재의 전체 윤곽과 낱장 몇을 보내 달라 요구했다. 검토 후 출판계약을 하게 되었다. 컴퓨터에서 작업한 파일을 교보문고의 데이터베이스에 업로드하면서 추가적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 우리나라의 경우 일본과는 달리 국내 저자가 집필한 책이 많이 부족한데….

일본은 일본어 전공서가 많이 출간되고, 또한 핵심을 잘 요약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과학·공학 분야에서 영어가 가장 중요하긴 해도 우리가 가진 지식을 스스로 체계화하고 창조하고 고유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원서와 번역서는 지식의 창조와 활용을 외국에 의존하는 것이다.

왜 우리나라 말로 된 전공서적이 많지 않으냐는 것은 경제적 보상 문제이다. 자유시장경제 체제에서는 사명감만으로는 안 되고 노력에 따른 경제적 보상이 따라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우리말로 책을 써도 노력에 비해 경제적 보상이 따르지 못한다. 첫째로 출판시장 자체가 작아 판매부수가 얼마 되지 않고, 둘째로 지적재산권 보호 개념이 희박해 무단복제도 많고, 정당한 대가를 치르고 책을 사려는 의식이 약하다. 많은 노력을 들여 출판해 보았자 손익분기점을 넘기기가 힘들다. 우리나라에선 지식을 체계화하고 창조할 만한 매력을 못 느낀다. 이에 대한 대안이 아마도 국내 출판 후 영어로 번역해 세계시장에 진출하는 것인데, 아직까지는 성공 사례가 많지 않은 것 같다.

본인도 국내 출간 후 번역을 해서 세계시장으로 나가보고 싶은 생각이다. 현실을 극복하는 방안이 아닌가 싶다. 성공 사례가 나오면 후학들도 자극을 받고 용기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아직까지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너무 이른 감도 있으나 용기를 가지고 해보려 한다.

강탁호 기자 philip0121@

 

 

 

전공책 이모저모

전공책에 관한 비전공적 지식들 

전공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순서상 약간의 뒤바뀜은 있을 수 있으나 기본적인 흐름은 비슷하다. 먼저 시장조사나 의뢰 등을 통해 출판이 계획되면 집필자·번역자와 출판사 간 책을 출판하자는 계약이 이루어진다. 이때 인세 등의 부분에 대해서 합의가 이루어진다. 원고 집필에 들어가서 원고가 완료가 되면 출판사에서는 원고 교정·편집 등을 한 뒤 인쇄제작에 들어가게 된다. 제작이 끝나면 출판이 되는데, 반응이 좋은 책의 경우 2판, 3판을 계속 출판하면서 그 수명을 이어가게 된다.

전공서적에 대해 모두가 궁금해 하고 공감할 만한 것들을 교보문고와 범한서적으로부터 도움을 받아 세세하게 정리해 보았다.

전공책 가격은 어떻게 정해질까?

책의 가격은 출판과정에서 필요로 하는 경비를 모두 합하여 그 금액에 회사에서 요구하는 기본수익률을 더한 금액으로 책정된다. 한 예로, 책을 1만부 만드는 데 수익률을 포함한 총 경비가 3억 원이 들었으면 가격은 3만 원 선에서 결정된다. 웬만한 전공책 한 권의 가격은 3~4만 원 정도이다.

가격에 영향을 주는 요소는 크게 △편집교정비 △인쇄비 △용지대 △인세/로열티 등이다. 일반적으로 인세/로열티는 출판도서의 정가에 대한 비율로 책정되는 상대적인 비율의 값인 반면 편집비·인쇄비 등은 정가와 상관없이 부수나 페이지, 인쇄상태에 따라 달라지는 일종의 절대적인 비율이다.

인세는 보통 정가의 8~15%로 책정된다. 번역서는 해외 출판사에 대한 로열티가 추가되는데 정가의 10~15%정도로 책정된다.
편집교정비는 처음 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드는 초기비용으로, 1쇄 제작비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30~40%정도이다. 인쇄비와 용지비는 1쇄 때에 각각 15~20%정도를 차지한다. 하지만 2쇄부터는 편집교정비가 거의 들지 않아 상대적으로 인쇄비·용지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커져 대략 30~40%정도에 달한다. 물론 비율은 각 출판물마다 주어진 상황에 가변적이다.

학생들은 전공책 가격을 비싸다고 여기지만 출판사는 출판사 나름대로 할 말이 많다. 우리나라의 출판계 사정은 썩 좋은 편이 아니다. 특히 많은 경우 해외 출판사에서 출판한 교재를 ‘사와서 팔아야’ 하는데, 외국 출판사에서 책을 비싼 값에 팔아도 한국에서는 상대적으로 싸게 팔 수밖에 없어 출판사 입장에서는 손해를 보고 파는 경우도 있다.

International edition & Korean edition

미국·영국에서는 지적재산에 대한 개념이 강해 서적의 가격이 매우 비싸다. 하지만 3~4만 원도 비싼 편에 속하는 한국에서 책값이 10만 원 이상이라 한다면 대부분 책을 사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영미권 출판사에서 한국과 같은 해외 시장을 위해 책을 특수인쇄 방식으로 저렴하게 대량으로 출판한다. 이런 책을 영미권으로 되팔아 부당이익을 취득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영미권에서는 거래가 금지된다.

또한 같은 공학도서일지라도 나라별로 사용하는 단위계가 다르기 때문에 그에 맞는 단위계를 사용해야 하고, 경제학이나 사회학 분야의 도서일 경우 국가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므로 해당국에 적절한 예시나 문제들을 따로 구성하기도 한다. 이들을 ‘International edition’ 혹은 ‘Korean edition’이라 한다.

전공서적의 번역은 어떻게?

번역서와 번역자의 선정은 마케팅 기획자가 주로 결정하게 된다. 연계되어 있는 해외 출판사로부터 최신 해외도서 시장을 파악하고, 이 중 국내 학술시장에 적합한 도서를 추천받거나 직접 검토를 통해 번역 결정을 내린다. 또는 좋은 학술서적을 발견한 교수가 출판사에 번역을 의뢰하기도 한다.

신간도서의 번역자로는 해당 분야의 전문가인 교수들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학계의 추천을 받아 새로이 번역에 참여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도서가 개정되는 경우에는 전판 번역자를 우선순위에 두게 되는데, 전판 번역물에 대한 저작권 문제도 있거니와, 같은 도서에 대한 풍부한 이해와 해석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예로, 일반물리I의 교재로 사용되었던 ‘일반물리학’(Halliday 저)의 번역은 현재 8판까지 이루어졌으며, 번역자들은 4판부터 함께 호흡을 맞춰왔다.

번역 결정이 내려지면 담당자들이 만나 협의를 거친다. 원서의 구성상 문제나 국내 실정에 맞지 않는 부분들에 대해서 논의, 수정하기도 한다. 이후 각 번역자는 담당 부분을 우선 번역하게 되고, 1차 번역이 끝나면 각 역자들이 서로의 부분을 돌아가며 점검하여 번역물을 완성하게 된다.

강탁호 기자 philip0121@

 

   
전공책의 미시경제학

전공책의 미시경제학

 

전공책의 미시경제학

 

전공책의 미시경제학

구입은 저렴하게, 처리는 뿌듯하게

학기 초마다 10~20만 원을 웃도는 금액을 투자하여 전공책들을 구입해야 한다는 사실은 일정한 수입이 없는 대학생에게 큰 부담이다. 한 학생은 “새학기 전공서적 4권을 구매하려는데 비용이 15만 원을 넘어서, 결국 두 권은 선배에게 물려받았습니다. 저렴하게 책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건가요?”라며 부담을 털어놓는다. 전공책을 저렴하게 구입하는 방법은 없을까? 물론 있다.

◎ PosB의 ‘Flea Market’ : 사려는 책 제목 앞에 [삽니다]라고 말머리를 달고 도서정보와 연락처를 올리거나, 팔기 위해 내놓은 책들 중에 자신이 원하는 것이 있으면 판매자에게 연락을 한다. 원가의 반값에 내놓은 경우가 많다. 주고받기 간편하다.

◎ 총학생회 ‘전공서적장터’ : 개강 다음날부터 수강정정 기간이 끝나는 날까지 점심시간마다 학생회관 1층 홀에서 장터가 열린다. 지난 학기에는 접수된 235권 중 110권이 팔렸다. 다른 방법들보다 빠르게 필요한 도서를 구할 수 있다. 가격은 원가의 40~70%정도.

◎ 중고물품거래 사이트 : 인터넷에서 각종 중고직거래 사이트에 접속할 수 있다. 대표적인 ‘○○나라’를 예로 들면, 간단한 회원가입 후 자신이 원하는 도서를 검색하여 판매자와 직거래, 택배거래를 한다. 가격이 원가의 절반 이하로 아주 싸지만, 포스테키안들이 구입하기에 알맞은 종류의 전공책을 찾아보기 힘들고, 직접 만나거나 택배를 기다려야 한다.

◎ 도서관 : 비싼 외국책의 경우 가격이 20만 원이 넘어가는 경우도 종종 있다. 암만해도 부담이 된다면 도서관에 서적을 신청할 수도 있다. 수업과 관련된 책이면 대부분 접수된다.

이렇게 구입한 대부분의 전공책은 전공분야에 대한 중요성 때문에 두고두고 볼 가치가 충분히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 두꺼운 서적은 골칫덩이다. 이런 경우를 위해 다 쓴 전공책을 효과적으로 처분하는 방법도 알아보자.

◎ 인터넷(PosB ‘Flea Market’, 중고물품거래 사이트) : 게시글에 [팝니다]라는 말머리를 달고 도서정보와 연락처를 함께 표기한다. 수요자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고, 거래가 성사되었을 때만 돈을 지급받는다.

◎ 총학생회 ‘전공서적장터’ : 학기 말에 총학생회에 도서를 제공, 판매를 의뢰하면 다음 학기 초에 판매금액을 원소유자에게 돌려준다. 책 상태에 따라 등급을 매겨 가격이 책정된다. 원가의 40~70% 사이에서 가격이 책정된다.

◎ 중고서점 : 중고책방으로 유명한 서울 청계천 인근에 위치한 서점 중 한 서점을 임의로 택해 물어봤다. ‘○○고서’에서는 필기나 낙서가 적고 보존상태가 좋은 책만을 취급하며, 보통 원가의 20%를 지불한다. 수도권 학생들이라면 이용하기 좋다. 또한 인터넷서점 ‘북스리브로’의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중고서적을 취급하는데, 5~10%의 가격을 받고 되팔 수 있다.

◎ 도서관 기부 : 수요가 없어 팔기가 막막하다면 도서관에 기부할 수도 있다. 저작권에 위반되는 제본책을 제외한 대부분의 책을 기증받는다. 1년에 20회 정도 기증이 들어온다. 금전적인 혜택은 없지만 기증도서에 기증자의 이름이 표시되고, 기증서도 발부해준다.

김가영 기자 kimka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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