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 오름돌-지식인의 사회참여
78 오름돌-지식인의 사회참여
  • 박지용 기자
  • 승인 2009.05.20 10: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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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학번 신입생들에게는 생소할지 모르지만, 대다수 포스테키안들은 학칙 제73조 ‘정치적 활동 금지조항’에 대해서 익히 들어 알고 있을 것이다. 예전부터 이 학칙이 학생들의 권리를 침해하고 변화하는 시대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의견이 나와 역대 총학생회에서 이를 개정하기 위해 노력을 했으나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러던 것이 작년 미국산 소고기 수입과 관련하여 전국적으로 열렸던 촛불집회로 인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와 뜨거운 감자가 되었다. 작년에 총학생회가 주최한 ‘학생과의 대화’의 주제가 ‘정치활동 금지조항’과 ‘장학금 제도’인 것을 보면 당시 학생들의 관심이 얼마나 큰지를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기자는 한 가지 의문이 든다. 이러한 여론이 포스테키안 전체의 의견이었나, 관심이 있는 몇몇 학우에 의해 주도되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것이다. 이런 의문이 들 정도로 기자가 본 포스테키안들은 사회에 관심이 별로 없다. 물론 정치·사회에 관심이 많은 학우들도 있으리라. 하지만 대부분의 학우들은 신문조차 읽지 않고, 사회에서 돌아가는 일들은 네이버·싸이월드 등 인터넷 매체를 통해 접할 뿐이다. 그래서 ‘A군이 마약 했다더라, B군과 C양이 결혼 한다더라’라는 식의 가십거리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서로의 대화 주제가 된다. 하지만 박연차 게이트나 화물연대 투쟁과 같이 사회에서 큰 이슈가 되고 있지만 포항에 묻혀 공부만 하고 있는 우리들에게 직접적으로 와 닿지 않는 주제에는 너 나 할 것 없이 관심이 없다. 마치 속세에 관심을 두지 않고 자연 속에서 학문에만 몰두하던 선비들인 듯하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활동 금지조항’ 때문에 사회 문제에 참여할 수 없다는 주장은 공허하게 들린다.
이러한 문제는 비단 우리대학 학생의 문제로 국한시킬 수 없다. 포항공대신문 제265호(2008년 6월 11일)의 ‘광우병 촛불시위, 우리대학은?’이라는 기사에서 “집회에 참여하기보다는 공부에 좀 더 신경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라는 우리대학 교수의 말은 이러한 문제가 학교의 전반적인 문화라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또 더 나아가 사회적으로도 이공계 인력들은 과학기술 이외의 사회 영역에서 고립되고 폐쇄되어 있다. 어떤 학자는 이러한 문제가 이공계 위기의 본질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광우병 문제가 터졌을 때도 이 문제가 본질적으로는 과학적으로 풀어야하는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과학자 어느 누구도 자발적으로 나서지 않고 정치권에서 논쟁이 이루어진 것도 우리 사회의 분위기를 말해준다.
그렇다면 우리는 상아탑에서 진리만을 탐구하고 연구에 매진하는 학자가 되어야 할까? 기자는 아니라고 본다. 물론 진리탐구와 학문연구도 매우 중요하고 우리대학과 같은 연구중심대학의 존재 이유이지만, 사회의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사회문제에도 관심을 갖고 참여해야한다. 우리가 위대한 과학자·공학자가 되어 이루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 궁극적으로 사회에 이바지하기 위함이다. 이는 우리대학 건학이념에도 나타난다. ‘…구체적인 실현을 통하여 연구결과를 사회에 전파함으로써 국가와 인류에 봉사할 목적으로 설립되었다. …’
사르트르는 <지식인을 위한 변명>에서 지식전문가와 지식인을 구분하고 있다. 자신의 분야에서 전문성을 인정받으면서 지배계급이 제시하는 기존 이데올로기의 특수주의를 옹호하는 자를 지식전문가라고 지칭한다. 그런데 전문성을 가진 이들 지식전문가가 자신의 연구 분야에서 얻은 진리를 인간사회 전체로 보편화시키려고 하면 그는 지식인이 된다는 것이다. 지식전문가로 남을 것인가, 지식인이 될 것인가? 그것은 당신의 선택에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