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상담실 - 열등감으로 길을 잃은 새내기를 구해주세요!
미니상담실 - 열등감으로 길을 잃은 새내기를 구해주세요!
  • .
  • 승인 2009.04.15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자신만의 목표 정해놓고, 이에 도전하고 성과 평가해야

안녕하세요? 저는 포스텍 새내기 김철수(가명)라고 합니다. 대학에 입학한 지 벌써 1달이 훌쩍 지났네요. 지난 한 달 동안 쌓아왔던 고민을 여기에 풀어놓고자 합니다.
대학에 입학하면 두꺼운 전공서적을 옆구리에 끼고, 친구들과 진리에 대한 열띤 토론을 벌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어요. 그런데 지금 제게 남은 것은 낮은 퀴즈성적과 해결하지 못한 숙제, 그리고 씁쓸한 열등감뿐입니다.
저도 처음에는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늘 수재라 불리던 저였고, 1등이 되는 것과, 그에 수반되는 칭찬과 특혜에 익숙해 있었어요. 대학에 입학해도 같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단지 모두 같은 출발선에서 다시 시작한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그것은 저만의 착각에 불과했습니다. 출발선에 서 있는 것은 저 혼자였고, 모두 다 100m쯤 앞에 서있는 실력으로 출발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던 거죠.
지금 저는 제 자신이 수많은 학생 중 하나일 뿐이라는 생각, 남보다 뒤쳐져있다는 생각에 괴롭습니다. 매사에 자신감이 없고,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가 두려워요. 길을 잃어버린 저를 구해주세요.  - 새내기 김철수


안녕하세요, 철수님. 학생상담센터입니다.
철수님의 글을 읽어보니, 입학 후 많은 과제와 시험은 철수님이 꿈꿔왔던 대학생활과는 거리가 멀었고, 그 결과 역시 공부라면 자신이 있었던 철수님에게 큰 충격과 상처를 주었군요. 또한 ‘그에 수반되는 칭찬과 특혜’라는 말처럼 철수님에게 1등을 하는 것은 성적 이상의 의미, 즉 1등을 하면 주위에서 먼저 다가와 친구가 되어주었고, 부모님과 선생님께는 관심과 인정을 받을 수 있는 것이었죠. 그러니 철수님의 지금 심정은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인정받고 사랑받는 것을 잃어버린 것과도 같은 충격이고 무게일 것 같아요. 철수님이 얼마나 절망적이고 절박하게 느껴졌을까 글을 읽는 선생님도 무척 안타까웠답니다.
그런데 철수님, 선생님은 철수님이 대학생활에서 정말 기대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어요. 철수님은 대학생활에 대해 ‘두꺼운 전공서적을 옆구리에 끼고 친구들과 진리에 대한 열띤 토론을 벌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했지만, 혹시 그 이면에는 ‘내가 친구들보다 토론을 잘해서 1등을 하는 것’이 생략되어 철수님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문해보세요. 철수님이 대학에 온 목적이 ‘공부를 잘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아니겠지요? 철수님이 수재이고 공부를 잘하는 사람이라는 것은 이미 포스텍에 입학한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검증이 되었답니다!
다만 대학공부는 입시공부와는 달라 그에 맞는 학습방법과 계획이 필요합니다. 무조건 시험에서 1등을 하는 것, 남들보다 잘하는 것을 목표로 하기보단 자신만의 목표를 정해놓고 이에 도전하고 성과를 평가해야 합니다. 1학년, 1학기, 첫 퀴즈는 4년간의 대학생활 전체에서 본다면 아주 작은 일부분입니다. 그리고 사람들마다 환경에 적응하는 속도가 다르답니다. 초반부터 학교생활에 쉽게 적응해서 자신의 실력을 발휘하는 친구가 있는 반면, 시동이 걸리기까지 시간이 필요한 친구들도 있지요. 이런 개인차도 고려해서 대학생활을 통해 꼭 얻어가고 싶은 것을 중심으로 4년간의 장기적인 목표를 구체적으로 세우세요. 그리고 이러한 목표를 이루었을 때는 스스로 칭찬해주고 이에 따른 성취감도 충분히 느끼세요. 이렇게 장기적인 관점으로 내가 세운 목표 안에서 단계적으로 성장해나가고 이루어나가는 것에 중점을 둔다면, 지금 당장은 대학생활이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만족스러운 대학생활을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철수님, 열등감이라는 것은 조금 극단적으로 표현하자면 다른 사람의 장점과 나의 단점을 같은 기준으로 비교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어찌 마음이 괴롭지 않겠습니까! 철수님은 자신에 대해서는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점에만 초점을 맞추면서 다른 사람에 대해서는 잘하는 점만 보고 비교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요? 남들과 비교하기보다는 자신이 기준이 되어 내가 잘하는 것,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아내어서 나만의 보석을 발견해보세요. 철수님, 사람마다 보석의 크기도, 모양도, 색깔도 서로 다르답니다. 철수님은 철수님이라는 보석이 더욱 더 아름답게 빛이 날 수 있게 아끼고 가꾸어보세요. 그 빛이 철수님이 잃어버린 길을 찾아줄 열쇠가 되지 않을까요?

학생상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