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감의, 촉감에 의한, 촉감을 위한 햅틱스(HAPTICS)
촉감의, 촉감에 의한, 촉감을 위한 햅틱스(HAPTICS)
  • 황인욱 / 컴공 통합과정 (햅틱스 및 가상현실 연구소)
  • 승인 2009.03.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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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청각 보조하는 첨단기술…의료·IT 분야 새로운 발전 기대
2년 전만 해도 ‘햅틱’이라는 단어를 알고 있는 사람은 일반인은 물론이고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사람 중에도 거의 없었다. 그런데 작년 초에 “만지면 반응하리라”라는 카피와 함께 ‘햅틱폰’이 화려하게 등장하면서 순식간에 누구나 한 번 쯤은 들어본 단어가 되었다. 하지만 아직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햅틱과 터치스크린을 이용한 UI를 혼동하는 것 같다. 이것은 햅틱폰이 햅틱이라는 이름을 따오면서 정작 햅틱과 관련된 기능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전공자의 입장에서는 안타까운 일이다. ‘햅틱(haptic)’이라는 단어는 ‘만지다’라는 뜻을 가진 그리스어 ‘haptesthai’에서 유래되어 ‘촉감의’라는 뜻을 가지며, ‘햅틱스(haptics)’는 이 촉감에 대해 연구하는 학문을 나타내는 단어이다. 우리말로는 ‘촉감’이라고밖에 나타낼 수 없지만, 햅틱스에서의 촉감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우리말로 운동감 혹은 역감이라고 표현하는 감각(kinesthetic sense)과 일반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촉감 혹은 재질감(tactile sense)이 그것이다. 역감은 우리의 뼈나 관절 주위에 있는 근육으로부터 느껴지는 속도위치힘과 같은 감각을 의미한다. 눈으로 보지 않고도 내 팔이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 근육에서 얼마나 힘을 내고 있는지 알 수 있는 것은 바로 이 역감 덕분이다. 이와 달리 재질감은 피부 밑에 배치된 미세수용체(mechanoreceptor)에 의해 느껴지는 진동압력온도 등을 말한다. 미세수용체는 신체부위에 따라서 분포된 밀도가 다르기 때문에 입술이나 손끝과 같은 부위는 다른 물체가 살짝만 닿아도 알 수 있는 반면에, 정수리나 등과 같은 부위는 물체가 닿았는지의 여부나 접촉 위치를 구분하기 힘들다. 햅틱을 연구하는 학문, 햅틱스는 그 연구대상에 따라 크게 세 분야로 나뉠 수 있다. 인간이 촉감을 받아들이는 방법이나 그 반응에 대해서 연구하는 ‘휴먼 햅틱스’, 인간에게 인공적인 촉감을 만들어내기 위한 알고리즘을 연구하는 ‘컴퓨터 햅틱스’, 그리고 로봇에서의 촉감 센서를 이용한 촉감 인식이나 반응을 연구하는 ‘머신 햅틱스’가 있다. 휴먼 햅틱스는 인지심리학인간공학 등과 관련이 있고, 컴퓨터 햅틱스는 가상현실이나 컴퓨터 그래픽스와 상당부분을 공유하고 있으며, 머신 햅틱스는 로보틱스와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 햅틱스는 이처럼 다양한 분야의 학문의 융합이 일어나는 분야이며, 컴퓨터공학과의 ‘햅틱스 및 가상현실(Haptics & Virtual Reality) 연구실’에서도 산업경영공학과기계공학과전자전기공학과의 연구실과 공동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새로운 학문이라는 특성상 국내에 햅틱스 관련 연구실이 있는 대학은 많지 않은 편이다. 햅틱 장치나 렌더링 알고리즘에 대한 연구가 많이 이루어지는 다른 대학의 연구실과 비교하여 우리 연구실에서는 촉감의 인지적 특성에 기반을 둔 연구가 주로 이루어지고 있다. 햅틱스라는 학문은 사실 햅틱폰의 등장 훨씬 이전부터 여러 분야에 응용되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점자책으로부터 그 기원을 찾기도 한다. 원자력발전소와 같은 사람이 직접 작업하기 위험한 환경에서 로봇을 조종하기 위한 원격조종(teleoperation) 기술이나 훈련용 시뮬레이터에 수십 년 전부터 채용되어 작업효율이나 훈련도를 높이는 데 사용된 것이 시초라 할 수 있다. 또한 ‘니드포 스피드’와 같은 자동차 레이싱 게임에서 스티어링 휠에 느껴지는 울퉁불퉁하거나 미끄러운 노면의 느낌, 게임용 조이패드에서 진동을 만들어내는 포스피드백(force-feedback) 또한 햅틱 기술이다. 인간 형태의 로봇에서도 물체를 적당한 힘으로 쥐고, 사람과의 접촉에 따른 명령의 수용이나 감정표현을 만들어내는 데에 햅틱 기술이 사용된다. 일반적인 시각 디스플레이로는 모니터가, 청각 디스플레이로는 스피커가 대부분의 PC에 연결되어 있지만 햅틱 디스플레이는 아직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지고 있지 않다. 대부분의 햅틱스 연구실에서 널리 사용되는 PHANToM이라는 햅틱 장치 <그림 1>은 얼핏 보면 로봇팔처럼 생긴 모습에 끝에 막대기가 달려 있는 형태를 가지고 있다. 사용자는 이 끝의 막대기를 펜처럼 쥐고 움직이게 되며, 로봇팔에 내장된 모터를 통해서 사용자에게 힘이 전달되고 모터에는 인코더가 달려있어 3차원 공간에서 현재의 위치와 자세를 파악하게 된다. 사용자의 손가락 모양과 위치를 완전히 가상공간으로 옮겨놓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현존하는 대부분의 햅틱 장비는 사용자의 손 위치를 펜 부분 끝의 한 점으로만 인식하게 된다. 따라서 이 점이 가상공간에서 다른 물체와 충돌하는 경우 햅틱 장치에서는 사용자에게 힘을 생성하여 물체의 모양표면강도질감 등의 정보를 전달한다. 일반적으로 사용자에게 3차원 가상공간의 힘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가상공간에 있는 물체와의 충돌을 탐지하고 사용자에게 힘을 생성, 전달하는 과정이 1초에 1,000번 이상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높은 표면강도나 정밀한 질감 표현을 위해서는 그보다 5배~10배 이상의 속도가 확보되어야 한다. 일반적인 그래픽 디스플레이가 1초에 화면을 60번 재생하는 것에 비하면 엄청난 차이다. 이러한 조건이 만족되지 못하면 물체와의 충돌 깊이의 변화폭이 커져 모터가 만들어내야 할 힘의 크기가 급격히 변화하며, 결국 모터의 공진으로 인한 떨림과 같은 불안정한 상태가 나타날 수 있다. 한편 재질감만의 생성을 위해서는 <그림 2>와 같은 형태의 2차원 핀 배열이 많이 사용된다. 그렇다면 햅틱폰에는 어떤 햅틱 기능들이 들어있을까? 햅틱폰에는 Immersion사에서 개발한 VibeTonz라는 기술이 들어가 있다. 모바일 기기에서 리듬을 가진 진동을 만들어내는 참 단순한 기술이다. 그러나 이 기술의 특허로 소니사의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2’에 채용된 듀얼쇼크2 컨트롤러의 진동효과 기능에 소송을 걸어서 8,200만 달러의 로열티를 받아냈다. 이 기술은 특허가 만료될 때까지 Immersion사를 먹여 살릴 예정이다. 작년 여름에 출시된 햅틱2에 들어있는 진동편집기도 Immersion사가 제공하는 진동효과 제작툴에 기반한 것으로 보인다. 휴대폰에서 진동을 만들어내는 데에 가장 중요한 것은 진동자(Vibration Acutator)로, 햅틱폰에는 비대칭의 무게추가 회전하며 진동을 만들어내는 기존의 진동 모터가 아닌 선형으로 진동하는 솔레노이드 형태의 진동자가 사용되었다. 덕분에 진동자의 응답속도가 빨라져서 좀 더 명확한 진동을 만들어낸다. 이렇게 갖추어진 구동기술과 하드웨어, 즉 ‘Vibe Tonz’ 기술과 솔레노이드 형태의 진동자를 기반으로 ‘햅티콘(Haptic+Icon)’이라는 것이 햅틱폰에 구현되어 있는데, 이것은 우리가 PC 바탕화면에서 항상 보는 아이콘들이 그림으로 어떤 기능이나 프로그램을 상징하듯이, 진동으로 상징을 나타낸 것이다. 영국 글래스고대학 연구팀이 ‘택톤(tactile+icon)’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제안했으며, 햅틱폰의 개발에도 참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는 초보적인 단계로 바이오리듬과 연결해서 기분 표현에 햅티콘이 적용되어 있다. 햅틱폰의 주사위 게임이나 윷놀이에서는 앞서 나온 VibeTonz 기술로 달그락거리는 느낌을 표현했다. 현재의 햅틱스는 조명받기 시작하는 분야이다. 사람은 70%이상의 정보를 시각을 통해 받아들인다고 알려져 있다. 따라서 시각 디스플레이가 가능한 경우, 혹은 청각의 경우에도 촉감만으로 이것을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시각이나 청각을 보조하는 경우, 혹은 시각이나 청각을 사용하기 어려운 분야에서 햅틱스 기술의 활용은 사람의 작업능력과 만족도를 향상시킬 수 있다. 특히 의료분야에서는 수술로봇이나 시뮬레이터, 근력 재활에서 햅틱 기술 적용이 기대되며, PC 성능의 끊임없는 발전과 새로운 햅틱 장치의 등장으로 일반 소비자 대상의 햅틱 장비와 컨텐츠도 풍부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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