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예술종합학교 계절학기 수강 후기
한국예술종합학교 계절학기 수강 후기
  • 강탁호 기자
  • 승인 2009.03.0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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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래스 블로잉 (glass blowing) ★★★★☆(괜찮았다. 추천!!)
‘유리’의 무한한 가능성…내내 긴장의 연속 첫 시간은 유명작가인 Dale Patrick Chihuly의 작품 중 하나인 수영장 천장을 덮은 형형색색의 거대한 유리 꽃을 보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1,600℃에 달하는 액체유리를 다루는 실제 작업이 시작되고 나서는 온 신경을 유리에 쏟아야했다. 쇠파이프 끝에 유리를 떠오는 것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형태의 집게로 모양을 내고, 색을 넣고, 여러 번의 열처리 과정을 거쳐서 마지막으로 파이프에서 떼어내 식히고 다듬는 단계까지 모든 과정 내내 긴장의 연속이었다. 자칫 잘못하면 화상을 입을 수 있기 때문에 교수님께서 매번 주의를 주시곤 했다. 짧은 기간 동안 멋진 작품을 얻기는 힘들었다. 하지만 Glass blowing이라는 것이 두 사람이 한 팀이 되어 보조를 맞추면서 해야 하는 작업이었기 때문에 팀원과 호흡을 맞추는 법을 배울 수 있었다. 또한 유리라는 재료의 무한한 응용 가능성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마지막 쫑파티에서 열처리 가마에 구워먹은 삼겹살 맛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수업보다는 한예종의 다양한 친구들에게 그들의 일상생활을 들었던 것과, 작업실을 구경한 것이 더 흥미로웠다.                                         

김혜미 / 생명 07

기초 연기 ★★★★★ (완전 강추!!~)
연기란 또 다른 나의 모습을 발견하는 것 기초연기 수업을 수강하게 된 계기는 연극동아리 애드립 활동을 하면서 갖게 된 연극에 대한 흥미와 관심 때문이었다. 한예종에는 연기과가 따로 있기 때문에 다른 어떤 곳보다도 많은 것을 배워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기초연기 수업을 통해서 연극의 이론기술보다 더 많은 것을 얻어올 수 있었다. 첫 주는 평소에 억눌렸던 오감 하나하나를 되찾아가는 시간이었다. 병원이나 정글 등과 같은 상황을 설정하여 수강생들이 입으로 내는 소리와, 그러한 소리에 반응해 또 다른 소리를 만들어 하나의 공간을 형성했던 시간이 제일 인상적이었다. 주로 책으로만 하는 이공계 공부로 둔감해졌던 나의 오감을 하나하나 느낄 수 있는 시기였다. 둘째 주 수업은 자신 그대로를 표출하여 자기의 모습을 찾아가는 시간이었다. 파트너와 마주보고 자기 자신을 상대방이 그대로 모방하는 ‘거울놀이’나 당혹스런 상황에서 즉흥적으로 펼치는 즉흥연기 등을 통해 자기 자신에게 솔직해질 수 있었다. 또한 다른 이들의 객관적인 눈을 통해 나를 돌아볼 기회도 되었다. 마지막 주에는 팀을 이루어 단막극 형식의 연기를 했다. 이때 다양한 연기를 하면서 진정한 연기가 무엇인지 깨닫게 되었다. 지금까지 남이 되어야만, 남이라고 생각하고 흉내 내야만 연기를 잘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그것은 독이었다. 처음 두 주를 통하여 나 스스로가 주변 환경을 인지하고, 또한 그 환경 속에서 나 스스로를 잘 파악할 수 있어야 진정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결국 연기라는 것은 남이 되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나의 모습을 발견하는 것임을 깨닫게 되었다. 기초연기 수업은 나를 되돌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또한 진정한 연기란 무엇인지 배울 수 있는 뜻 깊은 기회였다. 무엇보다도 3주 동안이지만 같은 과정을 밟으며 같은 고민을 했을 동료 수강생들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성주연 / 산경 08

북 아트 ★★★☆☆(그럭저럭. 관심있으면 들어봐~)
막연하던 자아를 확인하고 반성하는 시간 수업의 목표는 단 한 가지. 자신의 자화상을 23장의 종이에 표현하여 이를 책으로 직접 만들고, 이 책을 담을 북 박스를 만드는 것이다. 수업은 일주일에 한 번, 한 번에 여덟 시간(10:00~18:00)씩 총 네 번의 수업이 있었다. 첫 날은 자신의 인생에 대해 발표해보고 밑그림을 위한 연습장을 만들었고, 둘째 날은 북 박스 밑판을 만들었고, 셋째 날은 밑판에 겉감을 붙여 북 박스를 완성했으며, 마지막 날에는 지금까지 집에서 창작해온 작품들을 책으로 엮고 자신의 자화상을 발표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렇게 말하니 매우 간단한데, 그 과정은 실로 고달팠다. 4mm정도의 두께를 가진 보드지를 자르기 위해 몇 시간동안 낑낑대야 했고, 수십 장의 종이를 반듯하게 다듬어야 했다. 고생도 많이 했지만 이 수업을 통해 값진 것들을 얻을 수 있었다. 먼저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되었다. 레즈비언이었던 분, 정학과 퇴학을 밥 먹듯 하다 검정고시를 쳐서 학교에 들어오신 분, 드러머와 사업 등 여러 직업을 거쳐 서른 살에 이제 학부 2학년이라는 분 등 각자가 독특한 과거를 가지고 있었다. 과학고를 졸업해 우리대학으로 진학해 비슷한 배경과 생각과 관심사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만 보았던 내게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또한 나의 자화상에 들어갈 소재를 찾으면서 지난 20년간의 인생을 되돌아볼 수 있었다. 나는 어떤 사람이었고, 어떤 인생을 살고 있는지, 막연하게 가지고 있던 나의 자아를 확인하고 반성하는 시간을 가졌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표현해보는 자유를 누릴 수 있었다. 누가 내 자화상을 보는 것도 아니고, D+이상의 학점만 받으면 되는 수업이기 때문에 정말 자유롭게 그림을 그렸고 이것이 오히려 교수님께는 좋은 평가를 받았다. 정규학기 중에는 보고서를 쓰더라도 뭐 빠지면 감점, 뭐 하면 가점 이런 잣대에 얽매여 쓰고 싶어도 못쓰고 쓰기 싫어도 쓰게 되는 답답한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이런 올가미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한예종에는 우리대학과 전체적으로 비슷한 분위기 속에서 나름의 자부심을 가지고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들이 많다. 지금껏 치여 살아온 학과 공부에서 벗어나 자유로움을 만끽하고 싶다면 한 번쯤 가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                                                                      

남윤 / 생명 07


공연의 이해 ★★★★☆(괜찮았다. 추천!!)
하루 3시간씩 토론식 수업…약간의 지루함도 수업은 연극평론가 임선옥 교수님의 지도 아래 20여 명의 학생이 원형으로 둘러앉아 토론하는 형태로 진행되었다. 일주일에 한 번 국립극장이나 아트센터 등에서 연극뮤지컬 등의 공연을 감상하고, 다음날 감상문을 과제로 제출했다. 그리고 수업시간에는 공연에서 느꼈던 소감과 무대의상플롯 등에 대해 한 사람씩 발표했다. 이 수업은 다른 학교의 계절학기보다 단기간에 끝난다는 장점이 있지만 하루 3시간씩의 토론식 수업이라 지루한 면도 없지 않았다. 공연을 본 다음날에는 3시간 내내 그 공연에 대해 토론을 했고, 그렇지 않은 날에는 1시간 분량의 공연비디오를 보고 남은 2시간 동안 토론을 했다. 덕분에 수업을 같이 듣는 친구들끼리 친해질 수 있는 기회는 대화를 많이 하게 되는 기초연기 수업보다는 많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도 공연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이 많이 쌓여서 앞으로 어떤 종류의 공연을 보든지 좀 더 깊이 감상할 수 있을 것 같다. 개인마다 다르겠지만, 내 입장에서는 약간의 지루함을 느꼈기 때문에 별점 4점을 주었다. 한예종 학생들이 우리 학생보다는 좀 더 사교적인 것 같다. 클래스메이트나 룸메이트들과 많이 친해지고 얘기를 나눈다면 다양한 사람들의 생각을 알게 되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도 넓어질 것 같다. 수업도 우리대학에서는 배울 수 없는 것을 배웠다는 점에서 만족한다.                                                                                     

박현진 / 생명 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