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인 변화
자발적인 변화
  • 김만주 / 화학 교수
  • 승인 2008.12.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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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에서 일어나는 변화는 자발적으로 일어난다. 열역학 법칙에 따르면 자발적인 변화는 자유에너지가 감소하는 방향으로 일어난다. 그런데 자유에너지는 엔탈피와 엔트로피의 기여도에 따라 정해진다. 엔탈피는 안정화 정도를 나타내는 것으로, 시스템이 안정하면 엔탈피는 작아지고 시스템이 불안하면 엔탈피는 커진다. 반면 엔트로피는 다양성 내지는 자유도를 의미하는 것으로, 시스템이 다양하고 자유로우면 커지고 단순하고 고정되어지면 작아진다. 그런데 자유에너지는 엔탈피가 작아지고 엔트로피가 커질수록 감소하므로, 자발적인 변화는 엔탈피가 줄어들고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일어난다고 말할 수 있다. 엔탈피와 엔트로피가 이와 반대로 움직이면 그 변화는 자발적으로 일어나지 않는다. 이상을 종합하면 자연의 변화는 안정되고 자유로워지는 방향으로 자발적으로 일어나고, 불안하고 경직되는 방향으로는 자발적으로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이 자연의 섭리이고 이치라고 말할 수 있다. 자연의 한 부분을 이루는 인간 사회도 이러한 이치에 따라 변화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지난 60년간 한국의 현대사를 돌이켜 보면, 해방이후 많은 정치적 혼란과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지만 한국이라는 시스템은 꾸준히 안정되고 자유로워지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 마찬가지로 지난 20년간 포스텍의 역사를 돌이켜 보면, 신생 대학이면서 지방에 있다는 커다란 핸디캡을 안고 불안한 출발을 하였으나, 이제는 자타가 인정하는 국내 최고의 연구중심대학으로 발전하여 안정된 위상과 더불어 많은 다양성과 자율성을 갖추게 되었다. 그러면 앞으로 포스텍이 국내 최고에서 세계 최고의 연구중심대학으로 자발적으로 변화할 수 있을 것인가? 우리 모두가 갖는 의문이다. 그것은 포스텍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모든 면에서 세계적 수준으로 업그레이드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서 교수학생직원은 물론이고, 재단을 포함한 조직과 시설, 프로그램이 세계적 수준으로 업그레이드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정말로 어렵고 힘든 변화이다. 열역학 법칙에 따르면, 자발적 변화는 결국 자유에너지의 미니멈인 평형 상태에 도달하게 되고, 그때부터는 아무런 변화가 일어나지 않게 된다고 한다. 포스텍이 현재 평형에 도달한 상태라면, 더 이상의 변화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국내 최고 수준의 대학으로 현상 유지만 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포스텍이 목표로 하는 세계적 연구중심대학을 향해 계속 변화하고자 한다면 엔탈피 측면에서 보다 안정되고, 엔트로피 측면에서 다양성과 자율성을 확대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제일 먼저 할 일은 아마도 재정 기반의 확충일 것이다. 그래야만 충분한 재정 지원을 바탕으로 안정된 분위기에서 높은 수준의 교육과 연구를 다양하게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 최고의 대학이라 할 수 있는 미국 하버드대의 경우 기금이 수십조 원에 이르지만 포스텍은 현재 기금이 일조 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러한 기금 수준에서는 기적이 일어나지 않고서는 세계적인 대학으로 발전할 수 없을 것이다. 큰 나래를 펴고 세계적인 대학으로 웅비하는 포스텍을 바란다면 이제부터라도 기금 확충에 우리 모두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