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타적 게임이론 - 게임이론의 인간은 항상 이기적인가?
이타적 게임이론 - 게임이론의 인간은 항상 이기적인가?
  • 하승아 / 경북대 경제학과 석사
  • 승인 2008.09.0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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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타인의 이익을 위해 자신의 이익을 희생할 줄도 알아
우리는 왜 지구 반대편에 있는 한 번도 만나지 못한 아이들을 위해 성금을 모으고, 다시 볼 일이 없는 웨이터에게 팁을 건넬까? 이러한 행동은 경제학이 가정한 것처럼 인간이 이기적이고 합리적이라면 하지 않을 행동일텐데 말이다.

게임이론은 두 명 이상의 경기자가 체스와 같이 미리 정해진 규칙에 따라 전략적으로 행동하는 상황을 하나의 이론으로 구축한 것이다. 이러한 전략적인 상호 작용에서 게임의 결과는 자신의 행동뿐 아니라 경쟁하고 있는 상대방의 행동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기 때문에 상대방의 행동을 예측하는 것이 매우 중요해진다. 따라서 게임이론은 경제주체의 행동을 예측하기 위한 이론적 기초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가 처해있는 많은 전략적 상황에 적절히 응용될 수 있다.

게임이론이 경제주체의 행동을 예측할 때는 경제주체에게 합리성과 이기성이라는 상당히 비현실적인 가정을 전제한다. 즉, 경제주체는 합리적이어서 주어진 상황에서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행동을 취한다는 것, 그리고 경제주체는 이기적이어서 어떤 행동이 자신에게 얼마나 유리한 것인지만을 고려할 뿐, 타인이나 자신이 속한 집단에 대한 고려는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가정은 게임 상황에 처한 경기자들이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에 대해 일관된 예측을 하게 해줄지 몰라도, 실제 행동하는 사람들은 가정만큼 합리적이지도 이기적이지도 않다. 게임에서 무임승차가 가능하고 그것이 개개인들의 이익을 최대화해줄 수 있는데도 무임승차를 마다하고 협조적인 행동을 한다는 것은, 합리성과 이기성에서 출발하는
게임이론적 예측이 실제 사람들의 행동을 완전히 설명해내지 못하는 예가 된다.

하나의 예로 죄수의 딜레마 게임으로 대표되는 비협조적 게임에서, 합리적이고 이기적인 선호체계를 가지고 있는 경기자는 언제나 비협조적인 행동을 전략으로 선택할 것이라고 예측된다. 두 명이 함께 범행을 저질렀는데, 두 사람이 따로따로 체포되어 독방에 수감되었다고 가정하자. 두 사람에게는 두 가지 선택 가능한 전략(침묵을 지키거나, 범행을 자백하는 전략)이 있고, 한 가지 전략을 선택할 때 초래되는 결과는 다음 표와 같다.

협조(침묵) 배반(범행자백)
협조(침묵) (1, 1) (10, 0)
배반(범행자백) (0, 10) (5, 5)


둘 다 자백하지 않고, 1년형을 받는 것이 가장 좋아 보임에도 불구하고, 이 게임의 우월전략은 둘 다 자백하여 각각 5년형을 받는 것이라는 것이 흥미로운 점이다. 상대방의 선택 가능한 전략을 고려할 때, 상대방이 어떤 전략을 선택하든 자백하는 것이 자백하지 않는 것보다 유리한 전략이기 때문에 무조건 자백을 하게 되어, 그 결과 이러한 비협조 전략이 내쉬균형이 되어버린다. 여기서 사람들은 배반하는 것이 우월한 전략이라는 것을 계산해 낼만큼 합리적이고, 다른 사람에게 생기는 결과에 대해서는 전혀 개의치 않는다고 가정된다. 또한 ‘옳은 행동’을 하지 않았다는 점에 대해서도 전혀 가책을 느끼
지 않는다고 가정한다.

그러나 실제 실험게임을 통해 관찰된 결과는 이론적 예측과 전혀 달리 사람들이 협조전략을 상당히 많이 사용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경제이론은 이와 같은 협조를 어떻게 설명하고 있을까?

학습가설, 전략가설, 상호적 이타성 가설 등은 경제이론에 입각하여 협조를 설명하고 있다. 먼저 학습가설은 사람들이 게임에서 협조적 행위를 하는 이유가 게임의 구조에 익숙하지 않아서이며, 게임을 반복하여 구조에 익숙해지면 경제이론이 예측한대로 행동할 것이라는 가설이다. 이를 확인하기 위하여 실험경제학자들은 여러 번 반복하는 게임을 통해 사람들에게 게임의 구조를 학습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실험을 해보았다. 그 결과 게임 횟수가 반복되면서 협조비율이 떨어지는 것이 관찰되었고, 이는 학습가설을 지지해주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반복게임을 다시 한 번 시행하자, 협조비율이 처음과 같이 상승하는 것을 밝혀냄으로써 학습가설의 타당성은 힘을 잃게 되었다.

다음으로 반복횟수가 정해진 게임을 할 때, 게임의 구조에 익숙하지 못한 상대방으로부터 협조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협조를 하는 것이 더 나은 전략일 수 있다는 주장으로, 이것이 전략가설이다. 그러나 반복되지 않는 게임, 즉 협조를 전략적으로 사용할 유인이 전혀 없는 1회성 게임에서 나타나는 협조는 이 전략가설로 설명될 수 없다. 이를 확장하여 상대방과의 상호작용이 장기적이라면, 협조를 통해 단기적으로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장기적으로 이득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상호적 이타성 가설 역시 경제주체의 합리성과 이기성의 가정을 충족시키고 있다. 그러나 이 가설 역시도 앞서 말한 바와 같이 1회성 게임에서도 관찰되는 협조를 설명할 수 없다는 약점이 있다.

이와 같이 경제이론에 입각한 이러한 설명들은 여러 차례 실험을 통해 한계가 있음이 증명되고 있다. 그렇다면 협조는 어떻게 설명되어야 할까? 경제학은 인간적이지 못한 선호체계를 가지고 있는 인간을 가정하고, 그들의 행동을 분석한다. 그러나 우리는 사람들의 행동이 이기적인 동기에 의해서만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과, 항상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실험이나 현실에서 발견되는 협조에서 경제이론으로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은 이타성의 개념이 도입되어야 설명될 수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내가 얻게 될 보수만큼이나 다른 사람의 보수도 고려하기 때문에 타인의 이익을 위해 자신의 이익을 희생할 줄도 안다는 것이다. 선택의 학문이라고도 불리는 경제학이 왜 이야기의 반쪽, 즉 인간 행동의 야비하고 이기적인 부분만을 다루게 되었을까? 예측만 맞는다면 가정이야 어떻든 상관없는 것일까? 그렇지만 과연 인간의 관대함을 가정하지 않고 예측한 인간의 행동이 타당성을 가질 수 있을까?

17세기의 정치사상가 토마스 홉스는 거지에게 6펜스를 준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노인의 비참한 처지를 생각할 때 나는 고통스러웠다. 그러나 적선을 하자 그에게도 약간은 도움이 되었고, 내 마음도 편안해 졌다.” 인간의 본성에 내재된 이타성이 어떤 방법으로 작동되는지, 어떻게 인간과 함께 진화되어 왔는지는 계속 연구되어야 하겠지만, 이타성이 행동의 동기가 된다는 것만큼은 확실하다.

경제학의 가정대로 이기적인 보수에만 기초한 선택을 하게 되면 죄수의 딜레마 게임처럼 모두에게 최적에 못 미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나의 선택이 다른 사람에게 미칠 영향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 자체가 사회의 구성원인 인간에게 억지스러운 가정일 것이다. 다행히 우리는 한 경제학자의 말처럼 이기적이고 합리적이기만 한 ‘합리적인 바보(rational fools)’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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