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논단] 북유럽 유학, 생각해 본적 있나요?
[독자논단] 북유럽 유학, 생각해 본적 있나요?
  • 윤상준 / 기계 06
  • 승인 2008.09.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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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유학이라고 하면 미국 유학을 떠올린다. 필자는 교지편집위원회 편집장으로서 지난 여름방학에 북유럽에 있는 명문대를 돌아보고 왔다. 북유럽에서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과 만나면서 북유럽 유학이라는 새로운 길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미국과는 다르지만 매력적인 북유럽 유학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먼저 유학을 가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 되는 것은 돈일 것이다. 한 학기에 몇 천만 원이나 드는 유학비는 유학을 주저하게 만든다. 그런데 북유럽에서는 모든 학비를 국가에서 지원해 준다. 물론 외국인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생활비다. 노르웨이에서는 버거킹 세트메뉴 하나가 2만원이었다. 살인적인 물가는 말을 잃게 만든다. 하지만 석사학위나 박사학위를 따기 위해 유학을 갈 때에는 프로젝트비를 따로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큰 부담 없이 생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북유럽은 복지가 매우 발달해 있다. 유학생도 세금을 내는 만큼 그들과 같은 복지혜택을 누릴 수 있다. 가령 출산을 하면 100일간 유급휴가를 받을 수 있고, 아기를 안고 수업을 들을 수도 있다. 탁아소가 잘 되어 있음은 물론이다. 당연히 무료다. 공부를 위해 출산을 포기하는 한국과 사뭇 다르다. 의료복지도 매우 잘 되어있어 웬만하면 모두 무료라고 한다.

또한 북유럽은 인간을 매우 존중한다. 한국에선 실험실에 비상탈출구가 없는 곳이 많다고 한다. 연구원보다 실험재료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북유럽에선 모든 실험실에 비상탈출구가 있으며, 혼자서 실험하는 것도 금지되어 있다고 한다. 그만큼 인간이 존중되는 사회이다.

이는 교수와 학생 간의 관계에서도 나타난다. 우리대학에서는 많은 대학원생이 교수와의 관계를 힘들어한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필자가 보기엔 교수의 권위의식이 가장 큰 요인이다. 하지만 북유럽은 달랐다. 스웨덴에서 만났던 박사과정 선배는 이렇게 말했다. “여기는 학생이 교수와 동등한 위치야. 한국에서처럼 교수가 스트레스 주는 일은 거의 없어. 한번 계약하면 교수가 마음대로 자를 수도 없어. 내가 맡은 일만 잘 하면 돼.”

어찌 보면 북유럽의 이런 점은 ‘정’이 부족하다고 볼 수도 있다. 실제로 많은 유학생이 피상적인 인간관계에서 오는 외로움을 많이 느끼고 있었다. 어디에 더 가치를 두느냐는 독자의 몫이다.
마지막으로, 영어를 못하는 필자 같은 학생들을 위한 희소식이 있다. 북유럽은 영어를 매우 잘하는 국가다. 웬만한 곳에서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했다. 하지만 모국어는 영어가 아니다. 그래서 영어를 잘 못해도 이해해 준다고 한다. 한 유학생은 이렇게 말했다. “미국에서는 느리게 말하면 닦달하는데, 여기는 영어가 느려도 기다려줘.” 물론 유학을 가는 데 영어가 필수인 것은 사실이다. 정도의 차이 일 뿐.

주의해야 할 것은 북유럽의 이런 장점이 유학의 주목적인 ‘새로운 공부’를 넘을 순 없다는 점이다. 이런 점에만 이끌려 북유럽으로 유학을 갔다가 후회할 수도 있다. 필자는 단지 이 기회를 통해 북유럽으로 유학을 가는 것도 한번쯤 생각해 보았으면 할 뿐이다. 미국·유럽·일본 등 여러 선택지를 잘 알고 한 선택과 아닌 선택은 큰 차이가 있을 것이다. 유학을 가지 않더라도 말이다. 이 글이 여러분의 선택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