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속과 소통의 열쇠 ‘아이디’
접속과 소통의 열쇠 ‘아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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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6.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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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란 무엇인가?

인터넷 공간에서 또 하나의 ‘나’

옛날 사람들은 (일부 계층이긴 하지만) 대개 본래의 이름 외에도 자(字)나 호(號) 등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그 사람을 부를 때 이름보다는 자나 호로 불러주는 경우가 많았다. 예를 들자면 삼국지의 제갈량을 ‘양’이라 부르지 않고 ‘공명’이라 부른다거나 김정희를 ‘추사’ 라고 부르는 경우다. 특히 호의 경우는 자신이 여러 개를 지어다 붙이기도 해서, 많은 사람은 무려 100여개의 호를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현대의 인터넷 시대에도 그와 비슷한 것이 나타나고 있다. 바로 ‘인터넷 아이디(ID)’라는 것이다.

현실 세계에서 이루어지는 직접적 만남에서는 이름 이외에도 그 사람이 보여주는 외형적 특징, 생김새, 옷차림, 목소리, 손버릇 등등 여러 가지 정보가 주어지지만, 사이버 세계에서의 만남에서는 그 사람에 관한 정보라고는 거의 주어지지 않는다. 그러므로 인터넷 사용자들은 서로에 대한 정보가 지극히 제한된 상태에서 만나는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을 드러내는 방법에 관해 고심하지 않을 수 없다. 내가 생각하는 나, 내가 희망하는 나를 몇 개의 영문자와 숫자·기호들의 조합 속에 효과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아이디가 생기게 된 것이다.

일반적으로 아이디는 여러 사람이 공유하고 있는 정보통신망 또는 컴퓨터에서 각각의 사용자에게 부여된 고유한 명칭을 의미한다. 데이터 항목을 식별하거나 그것에 이름을 붙이고 그 데이터의 성질을 나타내기 위해 사용되는 문자나 문자열을 나타내는 것이란 의미도 있고, 프로그래밍 언어에서 변수 또는 상수 등과 같은 것을 정의하기 위하여 사용되는 기호로 영문자와 숫자를 조합하여 아이디라고 하기도 한다.

이렇게 인터넷 아이디는 인터넷 공간에서의 또 하나의 ‘나’이다. 그리고 아이디는 익명성이라는 사이버 세계의 특성 때문에 그 중요성이 더욱 크다.
이길호 기자 greensocks@



▣포스비 아이디 분석

이름의 연장선상에서 아이디 인식

본지에서는 93명의 포스테키안을 대상으로 포스비 아이디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아이디의 유래와 의미에 대해 물어보았으며, 그 결과를 분류·분석해 보았다.

‘p*****0121’이라는 아이디는 크게 ‘p*****’이라는 문자영역과 ‘0121’이라는 숫자영역으로 구분할 수 있다. 문자영역은 아이디의 의미를 가장 크게 결정하는 부분이다. 이분법적으로 문자영역은 크게 자기 자신의 속성과 관련 있는 것과 외부에 의한 것으로 구분할 수 있다. 좀 더 가지를 나눠나가면 자신과 관련 있는 것으로 이름·별명 등 자신에게 부여된 것을 들 수 있고, 외부의 것은 좋아하는 영어단어·문장·연예인 등 자신의 선호와 관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과반수가 넘는 학생들은 자신의 이름에서 따온 아이디를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름의 영문표기, 성과 이름의 이니셜(g**8**), 성(c**02**), 이름만의 이니셜(s*10**), 이름에 해당하는 영단어(cou****), 영어자판 설정에서 한글이름을 친 것(w****71*), 한글발음(da******), 중국어발음(jj******) 등 같은 이름을 원천으로 해도 각각의 양상은 매우 다르게 나타났다. 이 결과에서 많은 학우들이 아이디를 실명의 연장선상에 놓인 그 무엇이라 생각하고, 이를 그대로 인터넷상에서 쓴다는 원리를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럼 이들 이름에서 유래한 아이디가 갖는 장점으로는 무엇이 있을까? ‘실명과 연관시켜 잘 기억할 수 있다’, ‘포스팅을 할 때 좀 더 신중하게 하게 된다’ 등 실명과 관련지어 그 장점을 설명하는 응답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별명에서 아이디를 따왔다는 학생도 많았다(ky****, du*****). 별명은 친구들 사이에서 이름을 대신하는 무언가로 이름만큼의 공식성은 없지만 ‘친구들이 기억하기 쉽다’와 같은 친근성을 가지는 것을 장점으로 꼽을 수 있다.

이름 외에 많이 응답한 것은 자신이 좋아하는 영어 단어·문장·이름 등에서 아이디를 따온 유형이었다(bla*****, je****, if****, ilo*****, rur*****). 이런 유형에서는 아이디의 속성 중 하나인 자작성이 특히 두드러지는데, 이는 옛사람들이 자신이 추구하던 것이나 의지 등을 호(號)로 삼았던 것의 연장선상에서 볼 수 있다. 학우들은 이런 아이디의 장점으로 ‘나름의 의미가 있다’, ‘나를 잘 표현해 준다’ 등을 꼽았다. 이런 개인의 선호는 특정 연예인이나 만화캐릭터에서 따온 아이디를 통해 구체화되기도 한다(ac***, star******).

숫자영역은 문자영역이 같아도 그 아이디를 사용할 수 있게 되는 특수성을 부여해 주는 동시에 그 자체가 의미를 갖는 기능을 가진다. 숫자영역에 담긴 의미에 대해서는 생년월일을 사용했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j**8*, y*****05**). 생년월일은 이름과 같은 속성-선천적으로, 태어나자마자 부여됨-을 가진다는 점에서 문자영역의 이름과 비슷한 중요성을 가진다 할 수 있다. 다음으로는 전화번호에서 따왔다는 응답이 많은 수를 차지했다(y***57**). 그 밖에도 to의 대용으로 2(inf*****2u), 6학년 3반(ni*****63), 출석번호(f***10), 21세기(21c**), 집 주소(je*****8**) 등 개성적인 응답을 볼 수 있었다.
십인십색이라는 말처럼 아이디는 위의 분석법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다양한 모습이었다.

강탁호 기자 philip0121



▣아이디의 익명성

실명이냐 가명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아이디의 속성에는 자신이 직접 짓는 자작성 외에도 익명성이 있다. 실명이 아닌 아이디라는 가명을 사용함으로써 작성자는 자신의 실제 정체와 신분을 숨길 수 있게 된다. 인터넷에서 실명제와 비실명제는 때로 한 사이트의 문화에 적잖은 영향을 끼친다. 일단 실명제는 ‘글쓴이의 실명이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것’에서 비실명제는 ‘글쓴이의 아이디나 닉네임이 드러나는 것’에서 그 차이를 유추해 볼 수 있다. 포스비는 글쓴이의 아이디가 뜨고, 이 아이디를 클릭하면 실명을 알 수 있어 반실명제 사이트라 할 수 있다.

대표적인 실명제 사이트는 싸이월드이다. 싸이월드 홍보팀의 신희정 과장은 “실명제를 택한 것은 기존의 익명 기반 커뮤니티들이 가질 수 없는 신뢰 기반의 커뮤니티를 구축하고자 했기 때문”이라며, 실명제의 장점으로 스팸이나 악성 댓글 등이 타 비실명 인맥사이트에 비해 적은 점과 인터넷 서명 등의 사회참여 활동이 큰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2007년 7월 싸이월드가 속한 SK커뮤니케이션의 악플 삭제 비율에 관한 자체조사에 의하면 싸이월드의 경우 1.5% 정도이고 비실명제를 택하는 네이버는 4.7%, 다음 4.5%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런 순기능 뒤에 숨겨진 역기능으로는 실명제에 의한 개인정보 유출을 들 수 있다. 한 예로 싸이월드의 일촌이 당신의 사진을 스크랩해갔을 때 제3자에게 당신의 얼굴과 이름 등 신원정보가 원치 않아도 노출되게 된다.

비실명제 사이트 디시인사이드는 애초부터 비실명제, 나아가 고정적 아이디조차 요구하지 않는 정책을 썼다. 이런 익명성 제도의 장점으로는 솔직함과 투명성이 있다. “소위 디시폐인들은 사회적 논쟁에서 특정인의 홈피와 블로그를 악플로 도배한다거나 하는 일들로 비난을 사기도 하지만, 굉장히 빠른 시간 안에 사회적 이슈에 반응해서 전체 여론의 표본집단이 되는 순기능도 담당한다(‘10초의 매직, 닉네임’에서)”라는 구절에서 알 수 있듯이 비실명제는 의견 표출에 따르는 제약과 눈치가 실명제보다 덜해 사회적인 시선을 고려하지 않은 순수한 반응과 비판이 나타날 수 있지만, 때로 이런 반응들은 악성 댓글이나 쓰레기 댓글로 나타난다는 단점이 있다.

강탁호 기자 philip0121@



▣ 아이디의 심리학

단순한 식별표시가 아닌 '커뮤니케이션 툴’

미국에서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한 실험을 했다. 20명의 남학생들에게 해리엇 필케스타인이라는 이름의 여학생과 미팅을 해보지 않겠냐고 제안했다. 여학생의 용모나 그 밖의 정보를 제외하고 이름만 가르쳐 주었다. 결과는 어땠을까? 18명의 남학생이 미팅을 거부했다고 한다. 한 달 후에 같은 남학생들에게 필코너스라는 이름을 가진 여성과 미팅을 하지 않겠냐고 제안해 보았다. 그랬더니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16명의 남학생이 미팅을 신청한 것이다
.
어째서 이러한 결과가 나왔을까? 아무런 정보도 없이 오로지 이름만으로 상대방을 평가했던 남학생들에게 필케스타인이라는 이름은 프랑켄슈타인이라는 단어를 연상시켰다고 한다. 매력적인 외모를 가졌던 필케스타인이라는 학생은 이름이 주는 연상 작용에 밀려서 남학생들에게 호감을 얻지 못했다. 그렇다면 왜 본질과는 상관없는 이름이나 닉네임으로 인해 이미지에 영향을 받는 것일까?

이는 사람이 무언가를 받아들일 때는 본질 말고도 외적, 이미지적 요소에도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이미지를 전문으로 연구하는 마케팅에서는 이를 전문용어로 외재적 단서(extrinsic cue)라고 한다. 예컨대 우리들은 눈에 익은 이름이나 브랜드가 부착되어 있으면 제품이나 사람의 속성을 자세히 고려하지 않고 좋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같은 옷이라도 시장이 아닌 고급백화점에 진열되어 있을 때 더 좋아 보이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물론 외재적 단서보다 내적인 본질은 중요하다. 하지만 직접 사람을 접촉하지 않는 수없이 많은 현대사회에서는 외재적 단서를 형성하는 닉네임에 의해 그 사람의 이미지가 평가되어버리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이미지를 심기 위해서는 닉네임을 만들고 관리하는 데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이상용은 누구인가?” 아무도 선뜻 대답하지 못한다. “그런데 뽀빠이 이상용은 누구입니까?” 하면 “아 그 이상용!” 하고 손뼉을 친다. 이렇듯 닉네임은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잊을 수 없는 선명한 인상을 심어준다.
아이디나 닉네임으로 자신의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심어주어 성공하는 경우도 요즘은 제법 나타난다. 좋은 사람 이순재는 존경받지만 튀는 사람 야동순재는 나이고하를 막론하고 사랑받는다. 메뚜기라는 닉네임이 없었다면 유재석이 국민 엠씨로 성공할 수 있었을까? 닉네임이란 반드시 좋은 이미지여서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개성을 남에게 쉽게 전달함으로써 성공을 가져다 준다.

좋은 닉네임과 아이디란 고정된 이미지를 벗어나 자신의 특성을 잘 표현할 때 외재적 단서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한다. 발레리나 강수진도 독특한 닉네임을 갖고 있다. 그녀의 아리따운 외모나 우아한 춤사위와는 뜻밖으로 ‘강철나비’이다. 그런데 이 닉네임이 지독한 연습벌레라는 그녀의 특징과 프로다운 근성을 상징한다고 해서 유럽에서는 대호평을 받고 있다. 비단 사람뿐만이 아니라 제품도 닉네임이 있을 때 성공하는 경우가 더 많다.

엘지 싸이언의 초콜릿 폰도, 축구응원단 붉은악마도 사실 닉네임으로 성공한 케이스다. 스타벅스는 별다방이라는 이름으로, 커피빈은 이에 뒤질세라 콩다방이란 이름으로 우리에게 친근하게 다가온다. 이제는 아이디도 우리의 진정한 본질을 효율적으로 타인에게 알리는 하나의 외재적 단서로서 역할을 하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사람은 진정한 본질 위에 그 사람의 이미지를 만들어주는 닉네임이 효율적으로 덧붙여졌을 때 효율적이고 쉽게 자신을 표현하고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게 된다. 아이디나 닉네임은 단순한 식별표시가 아니라 커뮤니케이션 툴인 것이다.

노장오 / 인워드브랜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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